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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뉴스] 현금만 주면 애 낳나…학교도 병원도 없는 지자체 수두룩

입력 2022-10-29 18:30 수정 2022-10-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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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구 늘리려고, 아이 낳으면 지원금 주는 지자체들 많은데요. 옆동네가 더 주면 서로 지원금을 올리는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지원금 준다고 정말 인구가 늘어나느냐죠. 지원금만 주고, 소아과 산부인과도 없고 학교도 하나 둘 폐교 중인 곳에서 아이를 낳아 계속 키울 수 있을까요.

발품뉴스 윤정식 기자입니다.

[기자]

전남 곡성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전형적인 시골학교인데 애들은 없습니다.

제가 찾아보니 2004년도에 이 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인구가 줄면서 어쩔 수 없이 폐교를 한 건데요 문제는 어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 시설이 이 주변에 너무 부족하다는 겁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곳은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입니다.

면적으로만 보면 서울 강남구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이 넓은 곳에 초등학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좀 더 넓게 볼까요. 540㎢에 달하는 곡성군은 서울 면적의 90에 달합니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아이 다섯을 키우는 김진호 씨를 찾아갔습니다.

[김진호/전남 곡성군 : {애들이 많다 해서 찾아왔어요, 몇 명 있으세요?} 여기 가족사진 보시면 있어요. {지금 하나 둘 셋 넷…다섯 명이나 있어요?} 오 남매 맞습니다.]

가장 힘든 건 왕복 60km에 이르는 병원을 오가는 일입니다.

[박귀례/전남 곡성군 : 소아과라도 가게 되면 쌍둥이 데리고 갈 때 (광주로 가는) 많이 힘들었거든요. 버스 타고 업고 가야 해서요. 곡성에 소아과가 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1학년 도영이도 고생입니다.

[김도영/초등학교 1학년 :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 7시요. {학교 갈 때 걸어서 가는 거야?} 버스요. {버스 몇 시에 타는데?} 7시 40분요. {매일 그렇게 하는 거야?} 네.]

곡성에서 아이를 낳으면 첫째 100만원, 넷째는 7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원금 수령자는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말고 이유는 또 있습니다.

가까운 대도시 광주 때문입니다.

지난해 광주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7956명입니다. 전년 대비 638명 8.7% 늘었습니다.

특수한 신도시 세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가 주는데 광주가 는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광주에서 아이를 낳으면 받는 돈입니다.

출산축하금 100만원에 매달 20만원씩 2년 동안 육아수당도 줍니다. 다 더하면 580만원이네요.

첫째 아이 지원금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주는 겁니다.

그 여파는 곡성에만 미치지 않았습니다.

광주 인근 도시를 살펴볼까요? 영광, 장성, 담양, 화순 등을 보면 지난해 이렇게 신생아 수가 급감한 겁니다.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굉장히 심각한 상황을 낳을 수 있어요. 만약 대구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면 경북 인구는 굉장히 큰일 날 거예요.]

위기감을 느낀 곡성군은 내년 출산지원금을 크게 올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위험합니다.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5년 뒤에 (같은 지역) 인구를 보면 50%도 안 남은 곳도 많아요.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정착을 하고 키우는 생애 과정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출산 실적 경쟁에 쓰던 돈을 찾아가는 보건소나 원격 교육 등 주민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 구축으로 돌리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단 지적입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오은솔 / 인턴기자 :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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