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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희롱 피해 인정받고도…"소송비용 부담하라"

입력 2022-10-19 21:33 수정 2022-11-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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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에서 다친 지체장애인이 장애인 차별을 없애달란 소송에 나섰다가 천 만 원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우리 법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캐나다는 공익 사건에 대해선 예외를 두기도 하는데요,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체장애인 전윤선씨는 2017년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에 휠체어 바퀴가 끼면서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전씨는 다른 지체장애인과 함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승강장 사이 틈을 방치하는 게 장애인에게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일부 차별이 있단 점은 인정했지만, 공사가 고의적으로 한 일은 아니라며 전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사는 이후 소송비용으로 약 1천만원을 청구했습니다.

민사소송법상 재판에서 진 사람이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대 아파트 보증금을 빼야 할 위기에 놓인 전씨는 헌법재판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전윤선/장애인차별구제청구 소송 원고 :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소송을 졌다고 해서 개인한테 (소송비용을) 물린다는 건 소송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공익 소송에 한해서는 예외를 두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2년째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공익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국과 캐나다도 우리나라처럼 민사소송에서 진 사람이 소송 비용을 물게 돼 있지만, 공익 소송인 경우에는 지더라도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허진민/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소송을 통해서 확인을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사회 갈등을 미리 이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라는 거죠.]

[앵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원에서 피해를 인정 받아도 소송비용을 물어주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도 받아야할 위자료보다 더 큰 돈을 물어주게 생긴 사연을 윤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서울 소재 기숙사, 남도학숙 홈페이지입니다.

지난달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며 진심 어린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상급 직원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A씨에게 3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였습니다.

[A씨/피해자 :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면서 손난로를 가슴에 넣고 다니라는… 수치심도 들고 모욕감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 사과문이 올라온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A씨는 학숙 측으로부터 소송비용 380만원을 부담하라는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A씨가 학숙 측에 제기한 소송 중 '2차 가해' 부분은 인정받지 못해 일부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학숙을 운영하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민법에 따라 소송비용을 신청했다는 입장입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받아야할 위자료 300만원보다 더 큰 380만원을 물어주게 생긴 A씨는 황당할 따름입니다.

[A씨/피해자 : 사과문의 내용과 상반되는 태도라서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보복성 조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는 공익소송의 경우 공공기관이 승소하더라도 소송 비용을 적극적으로 감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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