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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땅속에 통째로 묻은 제주돼지농장 근처엔 '지하수보전지구 2등급'

입력 2022-10-18 20:53 수정 2022-10-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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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서귀포의 한 돼지농장이 제대로 폐기물 처리도 안 한 채 땅속에 통째로 묻혔단 의혹, 앞서 저희 JTBC 밀착카메라가 보도해드렸습니다. 더 취재해보니, 농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지하수 오염에 상당히 취약한 지하수 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오늘(18일), 2주 만에 강제 굴착 조사에 들어간 현장도 담아왔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굴착기 두 대가 땅을 팝니다.

월동 무가 바큇자국에 짓눌리고, 줄을 맞춰 자라던 무밭이 금세 진한 흙색으로 바뀝니다.

경찰이 2년 전 폐업한 제주 서귀포의 한 돼지농장에 묻힌 폐기물을 찾는 겁니다.

농장이 문을 닫은 건 2020년.

이때 폐기물과 분뇨 처리를 제대로 안 한 채 축구장보다 더 큰 농장 전체가 땅속에 통째로 묻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고호영/제주자치경찰단 수사관 : 양돈장 창고가 있던 부지를 먼저 굴착했는데도 상당량의 폐콘크리트와 폐패널 등 건설폐기물이 매립됐고.]

흙속의 폐콘크리트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찢긴 플라스틱, 배수관, 철근 등이 쏟아집니다.

타이어와 침대도 나옵니다.

오늘 하루 농장의 10%를 파내자 200톤에 이르는 폐기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농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지하수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가세오름과 토산봉은 지하수 오염 취약성이 높은 곳으로, 폐기물처리시설이 아예 들어설 수 없습니다.

제주지역 특성상 전체 물의 98%를 지하수에 의존하는 만큼 심각한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농장주 측 변호인은 불법매립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농장주 측 변호인 : 지하 부분까지 완벽하게 처리를 할 수 없답니다. 축산업계 현실이. 지하의 모든 걸 다 깨끗하게 할 수가 없어서.]

땅에서 파낸 건설폐기물 양이 실제로 얼마 안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농장주 측 변호인 : 지금 여기에서 흙 털어내고 콘크리트만 순전히 재봐. 몇 톤이나 나오나. 한 트럭분밖에 안 되지.]

땅속에 폐기물이 묻힌 사실을 모른 채 땅을 빌려 무를 심었던 농민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무밭 임차인 : 누가 이걸 다 난도질을 해. 밭작물 안 보이냐고. 압수수색영장도 중요하지만 밭에 심어놓은 우리는 누가 책임질 거냐고.]

경찰은 농장 땅속에 건설폐기물 1400톤과 돼지분뇨 100톤이 묻혔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굴착은 내일도 계속됩니다.

농장 흙을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오염도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조영익 / 인턴기자 :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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