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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유럽에 들이닥친 '혹한 공포'…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입력 2022-10-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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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을 앞둔 유럽엔 맹추위에 대한 공포가 들이닥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온수가 끊기고 난방도 19도 이하일 때만 켜는 등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남의 나라 얘기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인데요.

월드뉴스W 윤설영 기자입니다.

[기자]

바닷속에서 거대한 흰 거품이 올라옵니다.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스트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가스가 누출된 겁니다.

러시아가 일부러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로써 매년 550억톤이 공급되던 천연 가스 수입망은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5배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천연가스 소비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온 유럽은 1970년대 석유파동 이상의 에너지 대란에 휩싸였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1970년대 석유위기 같은 것들은 당시엔 석유만 위기였고요. 지금은 석유위기임과 동시에 천연가스의 위기이고, 천연가스가 부족한 건 전기의 위기까지도…]

프랑스는 에펠탑을 1시간 일찍 등을 끄게 하고 공공기관엔 온수를 끊기로 했습니다.

난방은 19도 이하일 때만 틀고 샤워는 5분 이내에 빨리 끝내달라고 정부차원에서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자발적인 움직임도 많습니다.

네티즌들은 변기물은 3번 중 한 번만 내리고 있다거나 샤워를 해보니 6분 21초가 걸렸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절약의 공작부인'/틱토커 : 헬스장 회원으로 한 달에 20번 오고 있어요. 여기는 난방도 되고 물도 쓰고 머리도 말리고…그래서 사실 이득입니다.]

영국 정부도 올 겨울 하루 3시간씩 전기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즈 트러스/영국 총리 : 이번 겨울 엄청난 에너지 요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대 6000파운드(약 948만원)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2500파운드(약 395만원)를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여름 에너지를 아끼자더니 제트스키를 탔던 게 발각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요즘 공식 석상에서 목까지 덮어주는 터틀넥을 입으며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화가 난 유럽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시위 참가자 : 에너지 가격이 너무 힘듭니다. 천연가스를 난방에 사용하는데,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겠어요.]

더 큰 문제는 내년입니다.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2, 3월엔 진짜 고비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파티 비롤/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 이번 겨울은 어렵지만 내년 겨울도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뒤늦게 대책을 찾고 있지만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호주, 카타르 등은 기존 계약물량이 꽉 차 있는 데다가 LNG를 운반할 배를 확보하는 데도 2~3년은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LNG를 기체로 바꾸는 기화기지를 짓는 데도 지금부터 3년은 필요합니다.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이런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가격 인상에 환율 상승분까지 더해져 부담이 더 큽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혀 실감을 못 하는 게 가격이 (많이) 안 오르거든요. 그러면 한전의 적자,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잡히고 있는 거죠. 가격에 대한 시그널을 정부가 주고 '비싼 자원이다. 좀 아껴 쓰자'라는 걸 시민과 기업이 동참하는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정은·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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