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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도 2시간 뒤 움직인 아태협…'북 그림 밀반입' 흔적 지우기

입력 2022-09-30 21:03 수정 2022-10-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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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도 뉴스룸은 아태협과 경기도,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쌍방울이 후원한 남북교류행사에 밀반입된 북한 미술품이 전시된 사실을 어제 전해드렸지요. 그 그림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룸 보도 뒤 아태협 사무실에서 그림을 옮기는 걸로 의심되는 정황이 저희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사무실, 쌍방울그룹 건물 안에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JTBC 뉴스룸이 아태협의 북한 그림 밀반입 의혹을 보도한 직후인 어젯밤 10시.

아태협 사무실이 위치한 쌍방울 본사 건물입니다.

모든 층 불이 꺼진 가운데 아태협 사무실이 위치한 5층만 불이 켜집니다.

건물 옆에선 SUV 차량이 트렁크를 연 채 대기합니다.

아태협 관계자의 차량입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림을 담는 화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약 1시간 뒤 그림을 담은 걸로 보이는 SUV 차량이 출발합니다.

직접 따라가봤습니다.

취재진이 따라오는 걸 알아채고 갑자기 차선을 이리저리 바꿉니다.

빨간 불에도 내달립니다.

불법 유턴도 마다하지 않더니 결국 취재진을 따돌립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사이 경기도와 공동 주최한 대규모 남북교류 행사와 관련해 북한 그림 90여 점을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이 중 통일부에 신고한 작품은 3점 뿐, 대부분 밀반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작품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그림들이었습니다.

아태협이 밀반입한 북한 그림들은 현재 어디로 옮겨져 보관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복수의 관계자는 "북한 그림 상당수가 아태협과 쌍방울 사무실에 보관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JTBC 취재 직후 관세 당국은 어제 아태협 측에 방문 조사 계획을 알리며 북한 미술품 밀반입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아태협에서 '흔적'을 지우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태협은 북한 그림의 NFT 사업부터 북한 관련 코인, 심지어 옥류관 냉면 밀키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 사업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데, 뉴스룸 보도 뒤 온라인에서 관련 내용들을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박현주 기자입니다.

[기자]

아태협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입니다.

아태협이 발행한 북한 관련 코인 'APP427'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태협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냅니다.

아태협이 발행한 코인이 상장된 곳은 태국의 한 거래소.

투자자들이 "거래량이 없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했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아태협 측은 "지금 추가로 상장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며 "오히려 투자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합니다.

아태협 안 모 회장이 직접 대화방에 참가해 "대동강 맥주 직수입, 옥류관 본점 건립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JTBC 취재가 들어가자 아태협 측은 해당 메시지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북한 관련 코인에 대한 '사업 설명서'도 마찬가지.

설명서엔 북한 화폐가 붕괴될 때 해당 코인이 대안책이란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아태협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남북교류행사에서 북한 고위급들도 대거 참석한 가운데, 블록체인 사업을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JTBC의 북한 코인 보도 이후 해당 영상 파일도 모두 삭제했습니다.

취재진은 삭제 이유를 물었지만 아태협 측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현장 취재하고 돌아온 김지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제(29일) 뉴스룸 보도 뒤 2시간 만에 아태협이 움직였다는 거죠?

[기자]

저희 취재진은 보도 이후 혹시 모를 아태협 측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에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밤 10시가 조금 지나자, 아태협 사무실 불이 켜졌고 사무실 주변에 차량 약 3대가 대기 중이었습니다.

다섯 명 넘는 사람들이 건물을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저희는 아태협과 쌍방울 사무실에 북한에서 몰래 들여온 그림이 상당수 있다는 증언도 확보했었는데요.

저희 취재 이후 세관 측에서도 아태협 사무실을 방문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세 당국 조사가 임박하자 서둘러 그림을 옮긴 걸로 추정됩니다.

[앵커]

북한 그림들이 걸린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했습니다. 또 이 그림에 대한 허가는 통일부에서 받아야 되잖아요? 양측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2018년 남북교류행사에 북한 미술품 50여 점이 전시됐는데, 이 중 통일부에 신고된 건 3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도는 당시 통일부에선 그 3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반입 승인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통일부에 확인해 보니, 당시 통일부에선 아태협에서 국내서 소장하고 전시했던 미술품이라고 말해서 이를 믿었다는 겁니다.

결국 아태협이 문제 없단 말을 경기도도, 통일부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겁니다.

통일부는 아태협의 밀반입 사실이 확인되면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 조항입니다.

[앵커]

뉴스룸 보도에 대해 아태협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애초 그림을 들고 온 아태협 안모 회장은 저희 취재진의 전화나 문자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태협 투자자들의 텔레그램 방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보도가 시작되자, 특정 아이디가 JTBC 보도와 상관없이 아태협 사업를 믿어야 된다는 취지로 투자자를 달랬는데요.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이 인물이 바로 아태협 안 회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숨어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려고 한 겁니다.

검찰과 관계당국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VJ : 장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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