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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방울 후원 행사에 '밀반입' 북한 그림 전시

입력 2022-09-29 20:57 수정 2022-10-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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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그리고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의혹으로 뉴스룸을 시작합니다. 4년 전, 경기도는 대규모 남북교류행사를 열었습니다. 아태협이 함께 했고, 쌍방울은 수억원의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재명 당시 지사가 축사를 했는데, 북한 고위층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엔 북한 미술품들이 쉰 점 넘게 전시됐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이 북한 그림들 중 대부분이 정부의 허가 없이, 밀반입됐습니다. 또 다음 행사에 쓰려다 들여온 미술품들은 세관에 압류되기까지 했습니다.

첫 소식,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경기도와 아태협은 고양시에서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함께 개최했습니다.

[안모 씨/아태협 회장 (2018년 11월) : 이 대회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이재명 경기도지사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재명 당시 지사도 연단에 올랐습니다.

[이재명/당시 경기지사 (2018년 11월) : 남과 북,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이 함께 손을 맞잡고 열어가는 평화와 번영을 우리 경기도가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쌍방울이 후원한 이 행사엔 리종혁 조선아태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행사장엔 50점이 넘는 북한 그림들도 전시됐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전시된 그림 대부분이 아태협 측이 통일부 승인을 받지 않고 밀반입한 작품들이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태협이 통일부로부터 반입 승인을 받은 그림은 3점 뿐" 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50점 가까이는 허가를 받지 않고 버젓이 전시된 겁니다.

이듬해인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2차 남북교류 행사가 열렸습니다.

JTBC가 확보한 통일부 문건입니다.

아태협이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대회 전시를 위해 중국에서 북한으로부터 그림 37점을 받았다고 돼 있습니다.

필리핀 사정으로 전시를 하지 못했다며 해당 북한 그림들을 한국에 들여온 사실을 뒤늦게 통일부에 알립니다.

통일부 신고로 밀반입을 인지한 서울세관 특수조사과는 이듬해 아태협이 가지고 있던 북한 그림 37점을 모두 압류했습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아태협 안모 회장이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를 만나 그림을 들여왔었다"고 말했습니다.

아태협 안 회장은 2019년 쌍방울에서 대북 사업에 관여했던 계열사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습니다.

[앵커]

지금 보시는 이 작품들, 아태협이 밀반입했다가 세관에 압류된 북한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출처가 있습니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걸 해외에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는 북한 노동당 직속 기관입니다.

박현주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 '1급 화가' 정광혁의 그림입니다.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들로, 총 7점.

북한 화가 심광철의 '매화꽃 처녀', 계명순의 '고니', 조광국의 '파란바다'와 '금강산 비룡폭포'도 있습니다.

모두 아태협이 2019년 열린 필리핀 마닐라 국제대회에서 전시하려고 했다가 국내로 들여온 북한 그림들입니다.

북한 그림 전문가에게 검증해보니 위 그림들은 모두 '만수대창작사'에 소속된 화가 작품들이었습니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관입니다.

통일부에선 만수대창작사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 등 각종 작품을 만들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북한 미술 단체'라고 설명합니다.

만수대창작사 작품은 2017년 유엔 안보리가 지정한 제재 대상 물품입니다.

당시 아태협에선 통일부 측에 북한으로부터 해당 그림들을 기증을 받았다고 했지만, 미술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할 소지도 있습니다.

[정영태/전 통일연구원 박사 : 만약에 이것(북한 그림)을 우리가 달러를 주고 사는 것이라면 대북제재에 위배되는 물품이 될 수도 있겠죠.]

해당 작품들은 중국을 경유해 한국에 들여왔습니다.

서울세관은 만수대창작사 그림들을 포함해 37점을 아태협 측이 불법으로 밀반입했다고 보고 지난 2020년 모두 압류했습니다.

취재진은 아태협 측에 해당 미술품을 국내로 반입한 이유를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 사안을 취재하고 있는 이지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화영 전 의원이 구속된 혐의가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것이죠?

대북사업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 이게 의심하는 부분인데, 지금 보도하는 북한 미술품 밀반입과는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기자]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 남북 교류 행사를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도가 아태협에 투입한 행사 자금은 각각 3억원, 쌍방울은 아태협에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수억 원을 우회 지원했습니다.

여기에 아태협은 2018년에 비해 이듬해 수익이 2배 가량 증가했지만 기부금 출처나 용처조차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검찰도 이 행사에 후원된 쌍방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경기도청과 아태협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 남북교류 행사를 열면서 아태협이 북한 미술품들을 상당수를 밀반입한 정황이 나온 겁니다.

[앵커]

그런데, 검찰이 아태협을 압수수색했을 때, 이 미술품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검찰은 아직 북한 미술품이 국내에 들어온 경로나 그 불법성을 파악하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아태협 측은 2차 행사에 쓰려던 미술품을 북한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행법상 선물로 줬다고 해도 북한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면 통일부에 신고해 승인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승인 받은 건 단 3점입니다.

나머지 미술품은 모두 밀반입된 데다, 이 중엔 달러 벌이 기관으로 지목돼 유엔 제재를 받는 만수대창작사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또 아태협 측은 2018년 처음 열린 남북교류 행사에 전시된 작품 50여점은 출처를 아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북한의 작품들이 들어오는데 우리의 돈이 나갔냐, 이게 확인이 필요해보일거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작품들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소재조차 불투명합니다.

저희는 아태협 측이 북한 관련 코인 사업을 하고, 최근 이 북한 미술품들을 자금 추적이 어려운 NFT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는데요.

미술품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아태협 안모 회장의 경우 2019년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사내 이사로도 영입된 바도 있는 만큼 쌍방울과 연루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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