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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각종 은어 사용, 손글씨 문서…은밀했던 '리베이트 수법'

입력 2022-09-20 20:29 수정 2022-09-20 22:17

JTBC 탐사보도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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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탐사보도 '트리거'

[앵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정아람 기자에게,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먼저 내부 고발자가 수집한 자료가 방대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 모으게 된 겁니까?

[기자]

내부 고발자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약 9년치 내부 자료를 모았습니다.

A4 용지로 모두 출력하면 큰 라면 박스로 40박스 정도 되는 분량인데 이걸 모으는데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영업관리팀에 있었던 제보자는 전국 영업지점장 수십명과도 전화통화나 대화를 해서 리베이트 정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녹음파일도 확보했습니다.

이 자료를 취재진은 물론 검찰에도 제출했는데요.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르면, 의료인들이 제약회사로부터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것은 명백한 위법 사항입니다.

수사에 착수한 서부지검은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제보자의 진술 외에도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제약사 리베이트 관련된 뉴스는 간간히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로 아주 자세하게 나온건 처음인 거 같은데요?

[기자]

실제 경보제약도 과거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리베이트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보제약 측은 리베이트는 회사 지침에 엄격히 금지돼 있고,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입니다.

내부 고발자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2010년 종근당에 입사한 강모 씨는 2013년 경보제약으로 옮겼습니다.

강씨가 고발한 경보제약 내부 자료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약 9년 치.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제가 모은 자료의 리베이트 금액은 9년 동안 최소 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김성훈/공익제보 비실명 대리신고 변호사 : 조직의 핵심으로부터 그 정보들을 취합했고 정리해왔고 상당히 장기간 해왔기 때문에 액수 면에서도 기간 면에서도 파장이 상당히 크지 않을까.]

강씨는 리베이트 업무가 갈수록 교묘해졌다고 말합니다.

관련 문건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P가 대표적입니다.

"P에 민감하지 않은 거래처 발굴에 주력한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강씨에 따르면 P는 리베이트를 의미합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이 회사 제품인 더블S, 즉 '싸콜'과 '플라톱'이 반복해 나옵니다.

싸콜은 리베이트 선지원, 플라톱은 리베이트 후지원을 뜻한다는 겁니다.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경찰이나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서 혹시 리베이트 지급한 거 내용을 걸릴까 대비해서 저희들 은어를 씁니다.]

관련 문서들이 대부분 컴퓨터가 아닌 손글씨로 작성된 것도 눈에 띕니다.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영업지점에 컴퓨터 엑셀이든 워드든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놨어요. 다 복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기로 작성한 다음 팩스로만 오고 갑니다.]

강씨는 컴퓨터로 작업한 경우엔 보안 USB를 사용하고, 하드웨어도 주기적으로 교체한다고도 폭로했습니다.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걸릴 걸 대비해서 통신으로 파기할 수 있도록 보안 USB를 유지하고요. 하드를 다 교체해버리고요. 그 하드는 물에 담가 놨다가 망치로 부숴 버려요.]

그렇다면 리베이트 비자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우선 개인 경비로 (의사에게) 지급합니다. 현금으로 병·의원에 지급하고요. 3~4개월 있다가 (회사로부터) 100만원짜리 수표 받습니다. 법인카드하고 100만원짜리 다시 현금화시키고요.]

영업 사원들의 '카드깡'까지 동원된다는 겁니다.

[이모 씨/경보제약 영업사원 (녹취) : 리베이트가 나오는 게 거래처로 나오는 게 아니고 지점 예산이라고 주는 거죠. 다 수표로 주죠. 현금을 보내기가 분실 위험이 있잖아요.]

경보제약 측은 취재진에게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며 리베이트 비용을 회사가 승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경보제약 관계자 : 저희 회사 직원들이 만든 서류는 맞습니다. 맞지만 그렇게 한 부분들이 지점에서 상신됐다고 해서 결과까지는 이행된 것이 전혀 없다. 그리고 저희 회사는 CP(기업준수 법규)나 이런 거에 문제가 되는 범위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보한 내부 기안 문서엔 영업담당은 물론 영업 본부장까지 결재가 완료됐습니다.

[강모 씨/경보제약 내부고발자 : 기안용지에 본부장까지 다 기안에 대해서 사인을 해준 게 있는데 그것이 집행이 안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찰은 강씨 자료를 토대로 관련 자금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J : 장지훈·최준호·김민재)
(인턴기자 : 나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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