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빈관 신축 논란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대통령실 이전에서 시작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보니 생기지 않아도 될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외교부는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내줬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교 행사를 치를 곳이 마땅치 않아, 번번이 호텔을 빌려쓰고 있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달 초 라오스 외교부 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난 곳은 서울 시내 한 호텔입니다.
지난달 빌 게이츠 이사장이 왔을 때도 역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가 되면서 외교 행사를 치를 곳이 마땅치 않게 된 것입니다.
JTBC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외빈들과의 식사 비용에만 2천만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된 셈입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만약 외교부 장관 공관을 그대로 썼다면, 대부분은 공관에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행사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외교장관이 공관으로 쓸 서울 삼청동 부지입니다.
장관이 살 집만 공사가 끝났고, 근처에 들어설 외교 행사장은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했습니다.
박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달 초까지 장관이 국내에서 주최한 공식적인 외빈 식사 접대는 10건이 안 됩니다.
외교를 활발히 해야 할 정권 초기임에도 직전 정의용 장관 취임 직후 넉 달 동안보다 줄었습니다.
매번 호텔을 빌리기도 부담스럽자 행사 자체를 좀 줄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복수의 당국자들은 "외교에서는 얼마나 외국 손님을 각별히 대하느냐가 중요한데, 공간이 달리 없어 대접할 기회가 미뤄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관 외교는 단순히 접대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를 소개하는 외교의 장이기 때문에 민간 호텔을 쓰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외교장관 공관에 연회장을 만들겠다며 새로 21억 원을 책정한 상태.
하지만 빨라도 내년 완공이 목표라 그때까지는 '호텔 외교'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 김홍걸 의원실)
(영상디자인 :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