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연기념물 산양도 보이고 멸종위기종 담비도 뛰노는 여긴,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는 경북 영양군의 숲입니다. 주민들은 최근 환경부가 풍력발전기를 더 짓는데 동의하자 멸종위기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매일 자연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산 정상에 오르자 짙은 안개 사이로 흰 바람개비가 보입니다.
높이가 110미터쯤 되는 풍력발전기입니다.
몇 시간 뒤 안개가 걷히자 숲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어 발전기 수십 개가 돌아가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보입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이라고 부르는 현장입니다.
이미 발전기 88기가 세워졌고 10기는 지금 공사 중입니다.
최근 15기를 더 짓겠단 계획을 둘러싼 논란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멸종위기 동물을 지키겠다며 숲속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해발 700미터, 나무에 빨간 줄이 보입니다.
[이상철/주민 :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예정지죠. (자리를) 표시해 놓은 거고.]
오래된 소나무도 눈에 띕니다.
[이상철/주민 : 100년이 넘은 거죠. {그럼 이 소나무도 베어야 하는 건가요?} 베야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배설물을 찾았습니다.
[이상철/주민 : 일반 똥하고 다른 점은요. 약간 길쭉하면서 동그래요. 최근에도 와서 똥을 눴다는 이야기죠.]
최근까지 근처에 산양이 있었단 이야기입니다.
[이상철/주민 : 굵고 억세면 멧돼지 털. 가늘고 부드러우면 산양 털. {동물 놀이터네요.} 놀이터죠. 등이 가려우면 (나무에) 갖다 대고 비비는 장소죠.]
산 능선을 따라 4시간쯤 헤맸을까.
[주민 : 저 밑에까지 가야 하거든요. {다 왔죠?} 네. 여기서 한 50m. 이런 데를 헤매고 다니는 거예요.]
취재진이 동행한 날엔 산양을 만나지 못했지만 주민들이 설치한 카메라에선 노력의 결실이 나왔습니다.
산양과 담비, 삵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겁니다.
[남실관/주민 : 굉장했죠. 산양이 나타나서 우리가 만세를 불렀어요.]
다른 동물도 있습니다.
[주민 : {노루예요?} 뿔이 있어요. 예쁘죠. {너구리를 보신 적 있으세요?} 많이 보죠.]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산양 등 멸종위기 1급 서식지는 현장 보존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1월 지침이 바뀌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 공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환경부는 5년 전 추가 건설을 반대했지만 최근 조건부 동의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2017년) 당시 문제 됐던 게 낙동정맥에 풍력기 8개가 들어갔었거든요. 지금은 8개에서 2개로 줄었어요. 모든 개발사업은 완벽하게 영향이 없을 수는 없어요.]
주민들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 방법을 고민합니다.
[김형중/주민 : 물론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다. 한 걸음만 멈춰서서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이곳엔 나무 수십만그루가 있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던 모습은 이제 더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고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