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이번엔 영빈관 신축 논란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영빈관 신축 지시는 김건희 여사의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죠? 거센 공세를 펼쳤는데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집단적 망상'에 빠졌다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영빈관 신축 계획 자체는 뜬금없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관련 내용,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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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관 신축 지시, 영부인?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과 해외 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향했는데요. 김 여사의 패션! 지난번 나토 정상회의 때와는 스타일이 싹 달라졌습니다. '조문 외교'를 고려해, 올 화이트에서 올 블랙으로 바뀌었죠. 화려했던 장신구도 사라졌습니다. 아직까진 이번 순방에서 김 여사의 단독 일정은 계획된 게 없다고 하죠? 괜한 구설을 피하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읽힙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김건희 여사 개인의 일정, 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들도 좀 믿고 이제 텔레비전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국민들이 믿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을까요? 김 여사는 해외로 떠났지만, 국내에선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더 불이 붙었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새로운 사실이 보도가 됐습니다. 주가 조작에 가담한 사무실에서 '김건희 엑셀 파일'이 확인된 건데요. 파일의 작성 시점, 지난 2011년 1월,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일 때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은 2010년에 딱 넉달만 주식 매매를 맡겼다고 밝혔었죠.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해 10월 15일) : 4개월 딱 하고는 그 사람하고는 끝났고, 그 당시에 도이치모터스라고 하는 것은 주가의 변동도 크지 않았고, 저희 집사람은 오히려 손해 보고 그냥 나왔습니다. 그것도 2010년입니다.]
윤 대통령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정황 증거가 나온 겁니다. 대통령실은 "드릴 말이 없다", 말을 아꼈는데요. 앞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었죠. 민주당은 스피커의 볼륨을 한껏 높였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에도 가담한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차 조작 시기 작전 세력 PC에서 '김건희' 엑셀 파일이 작성됐고, 작전 세력이 김 여사 계좌와 주식을 관리한 정황도 추가 확인된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집단적 망상'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야말로 거짓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라도 걸린 것 아닙니까?]
국민의힘을 향해 특검법을 수용하라 재차 압박을 했는데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검 주장에 '정치쇼'라고 반박을 했었죠.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홍보가 부족했다, 애써 평가절하를 했었습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원내대변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13일) : 김건희 여사의 특검과 관련되어지는 이 프레임이 저희가 국민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실상에 대해서 알리는 일에 대해 저희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글쎄요. 과연 홍보의 문제였을까요?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던 사안이다! 적극 대응에 나섰죠. 그럼에도 여론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특검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9.9%, 국민 열명 가운데 여섯명은 특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당에선 검찰 책임론도 제기를 했죠. 검찰이 국민들의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현재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 가족 수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인데요.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주면, 책임을 지고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었습니다.
[이원석/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지난 5일) : 다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상황이 된다고 하면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지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수사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강구해야 되지 않나,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첫 출근길에선 미묘하게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이원석/검찰총장 :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 지휘권 요청 언제쯤 하실 예정이신지.} 현실적으로 그리고 법률상으로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수사 의지가 있는 걸까요? 검찰이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 이 총장 체제에서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영빈관 신축 논란으로도 번졌죠. 878억원의 세금을 들여 영빈관을 새로 짓겠다는 대통령실의 계획. 결국은 없던 일이 됐는데요. 정치권의 논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 여사의 이 통화 내용이 정쟁의 빌미를 줬습니다.
[이명수/서울의소리 기자 (유튜브 '열린공감TV') : 내가 아는 도사 중에 그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
[김건희/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유튜브 '열린공감TV') : 옮길 거야. {옮길 거예요?} 응.]
민주당에선 김 여사가 영빈관 신축을 지시한 게 아니냐? 공세를 폈는데요.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이 내용으로 영빈관은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리고 영빈관 예산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 이렇게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16일) : 무속인의 충고에 국민 혈세 879억원이 더 들어가게 됐습니다. '복채'로 여기기에는 액수가 너무 큽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집단적 망상에 빠졌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영빈관 신축은 대선 공약 사항이었다는 겁니다.
[김행/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김건희 여사가 사적으로 한 통화에서 '영빈관 이전해야지' 했었던 말씀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미 청와대의 공약으로, 청와대 이전을 공약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로서 그거 자체를 근거 없이 지시라고 하는 견강부회에 대해서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존의 영빈관이 너무 낡아, 새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를 했는데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3년 전 발언까지 소환했습니다. 탁 전 비서관이 영빈관을 두고 '구민회관' 수준이다, 지적을 했었다는 겁니다.
[김행/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만찬 오찬에 쓰는 식탁을 둘 곳이 없어서 계단 밑에 두고 그것을 헝겊으로 덮을 정도로 시설이 비좁았습니다. 그리고 또 싸구려 유럽풍 인테리어는 저희가 국빈을 모실 적에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탁 전 비서관도 입장을 밝혔는데요. 당시 탁 전 비서관은 영빈관의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었죠. "재건축과 신축은 다른 문제다", 한마디로 일축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영빈관 신축이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주장도 폈는데요. 민주당의 생각은 전혀 다르죠?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라이더') : 후임 대통령께서 누가 되실지 모르지만 '나 계속 용산에 있을래' 하실지, 혹은 '나 청와대로 돌아갈래' 하실지 그건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용산에 영빈관을 갖다가 크게 지어놨다. 그러면 돌아가기가 힘들겠죠.]
영빈관 논란이 이처럼 커지고, 결국 김건희 여사에게까지 불통이 튄 이유!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한 탓이 가장 크죠. 청와대 수석들도 미처 몰랐다고 하는데요. 소수 참모와 경호처가 추진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아무런 여론수렴 과정없이, 예산안에 슬쩍 끼워넣어서 말입니다.
[현근택/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야당 국회의원이 이거 뭐지? 이렇게 하면서 나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당에서도 이거 뭐지? 이러고 있고. 수석들도 뭐지? 이러고 있으면 이게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정우택/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영빈관의 신축 필요성을 국민에게 시간을 갖고 충분히 설명을 하면서 또 현재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뜬금없이 800억원대의 영빈관 신축을 한다고 하니까 자연히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결정 과정을 특별 감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김근식/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 어이없는 해프닝이 생긴 것에 대해서 일단 특별 감찰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저는. 기재부 예산 편성까지 가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겠어요? 그러면 모든 과정에 한 명도 이게 의사 결정 과정에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건 정상적인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과정은 아닌 거죠.]
다만, 제대로 된 감찰이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현근택/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이 결재 안 했을 수가 없거든요, 이거에 대해서. 맞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대통령을 감찰하겠다는 얘기인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라이더') : '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이걸 다 보고 받으셨고 지시를 하셨다' 그렇게밖에 가정을 할 수 없는데, 국민들이 좀 공감을 해 주시지 않아가지고 철회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하신 건 조금 유체이탈 아닌가…]
최종 결정, 결국은 윤 대통령이 했을 거란 건데요. 윤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도마에 오르자, 영빈관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었죠.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기자회견 (3월 20일) : (영빈관이) 1년에 몇 번 안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만약에 그런 걸 꼭 써야 되면, 시민공원이지만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나…)]
예산을 아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더욱이 최근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재정원칙, 한마디로 '허리띠를 졸라매자'였는데요.
[한덕수/국무총리 (지난달 30일) : 우리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인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전례 없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달 25일) :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지 않으면은 커지고 있는 경제 불확실성 앞에 방패막 없이 맞서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혈세 낭비를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 15일) : 국민들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 또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될 돈들이 이런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실에선 남몰래 영빈관 신축을 결정한 겁니다.
[김근식/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며칠 전에 태양광 줄줄 샌다고 '혈세를 낭비한 사람 엄단하자'고 했던 대통령 아닙니까? 그리고 혈세 878억을 이야기하면 말이 됩니까?]
더욱이 예산안엔 878억 혈세의 수혜자, 국민이라고 명시를 해놨죠.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요?
[JTBC '썰전 라이브' (지난 16일) : 황양우님께서는 수혜자가 국민이면, 거기서 환갑잔치해도 되나요?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른바 '3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 대통령실의 행태에 어떤 생각이 들까 싶습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이렇게 정리합니다.
[영화 '곡성' :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