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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이 결국 살해로…우리가 놓친 'n번의 시그널'|강지영의 시그널

입력 2022-09-19 17:11 수정 2022-09-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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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썰전 라이브|강지영의 시그널]

뉴스 속 시그널을 찾아 짚어봅니다. 

강지영의 시그널, 시작합니다. 

오늘의 시그널 주시죠, < "n번의 시그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만 31살 전주환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조금 전 들어온 소식인데요.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기도 했었죠. 

[전주환/피의자 : (피해자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범행 계획한 거세요?) …]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글쎄요. 그 사과에 진정성은 얼마나 담겨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 조사 내용을 살펴봐도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과 대비되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전해드린 내용을 보면, 전 씨는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일회용 승차권, 샤워캡, 당일에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 했던 것, 이달 초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발표까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이렇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신당역을 찾아 피해자를 추모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여가부 김현숙 장관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오늘 첫 출근길, 이원석 검찰총장도 관련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원석/검찰총장 : 국민의 기본권, 특히 생명과 안전을 지켜드려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켜드리는 것이 저희 검찰이 해야 될 가장 첫 번째 책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은, 검찰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말과 함께 불송치 스토킹 사건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이 결국 살해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겁니다. 

우리가 놓친 시그널은 몇 번이나 될까요? 전문가 의견을 구해서 시그널들을 짚어봤습니다

지난해 10월 7일 전 씨에 대한 불법촬영·협박 혐의 고소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전 씨를 긴급 체포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심지어 전 씨가 음란물 유포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전 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소 이후에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협박했습니다.

10월 21일 이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새롭게 시행됐지만 긴급 조치도, 구속영장 재청구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 시그널입니다. 다시 또 올해 1월, 피해자는 전 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경찰은 구속영장 청구도 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전씨는 여전히 자유의 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전 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이 사건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검찰의 징역 9년 구형은 꽤 높아보였다는 점, 하지만 법정 구속 가능성은 높지 않았을까요?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죠.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9년이 구형되는 사건이라면, 법원이 다시 한번 법정 구속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면, 피해자가 이렇게 덧없이 사망하는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9년 정도의(형량을) 검사가 구형을 하는 사건이면 정말 죄질이 안 좋은 거거든요. ]

오늘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됐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대상이 아니었지만, 범행수법의 잔인성, 중대성, 국민의 알권리 등이 충족됐기 때문에 공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 씨는 범행 전 피해자가 살던 집을 찾아가 지나가던 여성을 피해자로 착각해 미행했고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해서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했습니다.

구속 받지 않은 전 씨는 언제든 범죄를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하겠다 밝혔지만, 이미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의 허점이 드러난 게 아니냔 비판과 함께 결국,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면서 사법 당국이 보복 범죄까지 이어지는 길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터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놓친 N번의 시그널, 강지영의 시그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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