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악인들의 추악한 욕망 앞에 진실 하나로 맞서 지난 8주간 뜨겁게 달려온 JTBC 토일 드라마 '모범형사2'(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 제작 블러썸스토리, SLL)가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8.1%, 수도권 7.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이날 방송에서는 정희주(하영)가 살해된 날의 진실이 드러났다. 악에 받친 이복오빠 천상우(최대훈)가 정희주 살인을 지시하자 천나나(김효진)는 양평 별장에서 그녀를 만나 그 사실을 알렸다. 그의 살인 교사 영상을 보여줄 때만 해도 그녀의 의도는 정희주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희주가 우태호(정문성)와의 불륜에 용서를 구하며, 임신한 천나나의 행복을 빌자 끓어오르는 분노와 모멸감을 느꼈다. 결국 와인병으로 정희주의 머리를 가격했고, "너는 원래 죽을 애였다. 내가 아니라 천상우가 너 죽인 거다"라며 자신을 세뇌했다.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은 마지막으로 '최종 빌런' 천나나를 검거하기 위해, "살인자는 살인자로 잡는다"라는 묘수를 펼쳤다. 오지혁의 증언으로 풀려난 천상우와 최용근(박원상)을 이용하겠다는 것. 천상우가 천나나의 사무실에 CCTV를 몰래 설치해둔 뒤, 최용근이 그녀를 유도 신문해 "정희주 내가 죽였다"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그리고 다음 날 강력2팀이 2년 전 폭행 사건에 대한 천상우 압수수색을 진행, 불법으로 녹화한 영상에 대한 증거 능력 또한 만들었다. 그렇게 강도창과 오지혁은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던 천나나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 어떤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은 끈질긴 진실 추적이 빚어낸 성과였다. 이처럼 끝까지 진실을 포기하지 않은 '모범형사2'가 남긴 모범적 발자취를 되짚어 봤다.
#. 작감배의 두 번째 의기투합, 성공한 시즌제의 표본쉬운 길이 아닌 옳은 길을 선택하며 '모범'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모범형사'의 다음 시즌으로 모두의 관심 속에 포문을 연 '모범형사2'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강력2팀 형사들의 인간미를 유쾌한 유머와 함께 담아낸 최진원 작가는 시즌1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극본을 완성해냈고, 조남국 감독은 그 깊이와 재미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아내며 호평을 얻었다. 여기에 두 번째 의기투합으로 더욱 강력해진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화룡점정이었다. 오롯이 제 역할에 녹아들었던 손현주, 장승조, 손종학, 조희봉, 차래형, 김지훈, 정순원, 김명준, 이하은은 더욱 끈끈해진 유대감을 완벽한 합으로 표현해냈다. 게다가 김효진, 정문성, 최대훈 등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으로 색다른 긴장감까지 자아내니 가히 성공한 시즌제의 표본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 시즌3 제작에 대한 기대 또한 솔솔 피어오르고 있는 이유였다.
#. 손현주X장승조 vs. 김효진, 계란으로 바위 깬 진실의 힘강도창과 오지혁이 대적하는 상대의 몸집은 더욱 커졌다. 진실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라는 '초거물' 티제이그룹이 버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내 목을 조르는 것들은 다 죽여 버릴 것"이라는 욕망의 화신 천나나는 결코 넘지 못할 큰 산이었다. "내 생각이 현실이 되는 세상", "내가 진실이라면 그게 진실이 되는 세상"을 원하는 그녀는 사건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조종하고, 심지어 자신조차 거짓된 진실로 세뇌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모범형사들은 선 넘는 놈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렸고, 치열한 심리전과 치밀한 작전이 오고 가는 쫄깃한 두뇌 싸움 끝에 결국 진범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천나나 정희주가 죽였다. 그것만 내 머리통 속에 박혀 있음 된다. 혀 깨물고 죽는 한이 있어도 그건 절대 안 잊는다"라는 강도창과 오지혁의 강인한 집념이 계란으로 바위를 깼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진실의 힘이라는 걸 몸소 입증했다.
#. "경찰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개꼴통'", 진짜 형사들의 모범력평범한 강력2팀 형사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슴 깊이 새겨진 모범에서 나온 이들의 '꼴통력' 때문이다. 진짜 범인만 특정되면 하도 불도저처럼 달려드는 탓에, 인천서부서 서장 문상범(손종학)조차 "경찰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개꼴통'"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진 게 이것 하나뿐이니 어떠한 강력한 외압 또는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권재홍(차래형)의 말마따나, "가진 건 '개털'도 없고, 형사는 승진이 아니라 '짬밥'이며, 가족이라곤 백수 동생 하나"라 무서운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모두가 잘리는 상황이 오면, 보유하고 있는 약 450억 상당의 강남 건물을 8등분하겠다"는 재수는 조금 없지만 돈과 의리는 아주 많은 오지혁까지 든든히 받치고 있었다. 이들은 악인을 잡아넣기 위해 맹렬히 달렸으며, 단 하나의 의혹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건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며 제 손으로 잡아넣은 천상우도 풀어 줬다. 그리고 강력2팀을 이끄는 '형님' 강도창에게서 전파된 이 모범력은 그 어떤 명예욕이나 정의감 때문이 아니었다. 강도창의 말을 빌리자면, "죽은 정희주 생각할 때마다 너무 아파서. 이렇게 아파하는 할아버지 생각할 때마다 내가 너무 아파서" 그래서 미친 듯이 진범을 잡으러 뛰어다닌 것이다. 선 넘는 악인들이 덮어버린 진실에 상처받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는 그 진실됨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다. 가슴 속에 흩뿌려진 그 '모범의 씨앗'이 더 감동적 꽃을 피운 이유였다.
(JTBC 모바일운영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