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퇴장을 애도하는 한편에선, 이를 계기로 왕실 폐지하자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여기엔 새 국왕 찰스 3세가 과연 어머니만큼 해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한 몫 하고 있는데요. 호주 등에선 영연방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월드뉴스W 윤설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관이 스코틀랜드를 떠나던 날.
추모행렬을 향해 야유를 보낸 한 남성이 경찰에 붙들려 끌려 나옵니다.
[그 사람 건드리지 마.]
[역겨워!!!]
에딘버러에선 군주제 반대 팻말을 든 20대 여성 등 2명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영국 의회인 웨스터민스터홀 앞에서도 군주제 반대 시위가 열렸습니다.
[폴 폴스랜드/변호사 : 반복해서 말하는데, 애도 문제와 여왕에 대한 추모 그리고 새로운 군주의 계승 사이엔 선을 그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중하고 매우 공손하게 당신(찰스 3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의 왕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군주제에 찬성하는 여론은 여전히 다수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군주제 찬성 비율은 낮습니다.
새 국왕 찰스 3세는 21세기에 군주제가 과연 존재해야 하는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만년필을 치우라고 손짓하는 찰스 3세.
이번엔 만년필 잉크가 묻었다며 온갖 짜증을 냅니다.
[찰스 3세 국왕 : 오, 젠장. 이거 너무 싫어.]
[카밀라 왕비 : 이것봐. 사방으로 튀네.]
[찰스 3세 국왕 : 흘러내리는 걸 참을 수가 없네. 허구한 날 이렇다니까.]
엘리자베스 2세가 보여줬던 품위나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펜게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찰스 3세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트레버 노아/미국 데일리쇼 진행자 : 당신은 말그대로 영국의 왕입니다. 펜이 마음에 안들면 다른 펜을 사세요.]
찰스 3세는 젊은 시절부터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다이애나빈의 죽음과 카멜라 왕비와의 불륜 등은 국민들이 왕실로부터 등을 돌리게 했고,
[다이애나빈 사망 당시 추모객(1997년) : 다이애나빈은 잘못한 게 없어요. 지지받야야 합니다.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는 최고였습니다. 결코 대체될 수 없을 겁니다.]
올 초엔 자신의 자선단체에 기부한 사우디 사업가에게 기사 작위를 알선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54개국 영연방국가들의 결속력도 예전만 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슬리 에르난데스/자메이카 시민 : 군주제가 끝나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왕이나 여왕은 필요 없어요.]
앤티가바부다의 총리는 곧바로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앤서니 앨버니즈 총리 역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난 6월 공화제 담당 차관보를 임명하는 등 영연방 탈퇴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 역사학자 데이빗 에저튼은 "찰스에겐 엘리자베스가 가졌던 유명인사, 카리스마, 권위가 전혀 없다"고 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여왕에 대한 애도를 왕실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일흔 세살 찰스 3세에게 씌워질 왕관의 무게는 꽤 무겁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