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포항을 휩쓴 힌남노는 장애 아이들의 생활 공간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내 아이도 더불어 지내게 해주자며 부모들이 5년간 발로 뛰어 만든 돌봄센터인데, 문 연지 넉 달 만에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비장애 아이와 어울리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장애 아이 부모 5명이 모였습니다.
5년 동안 자금을 모으고 부지를 찾아다녔습니다.
주민 반대 때문에 도시 안 주택가는 포기했습니다.
시내에선 멀지만 노인들이 많은 동네에선 아이들을 받아줬습니다.
장애 아동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산골 아이들이나 다문화가정 아이 32명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구미경/돌봄센터 이용 아동 부모 : 장애 아동이 괴물이 아니고 다르지 않고 같은 친구고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그런데 문 연 뒤 4개월 만에 모든 게 물에 잠겼습니다.
산골을 돌며 아이들을 데려오던 승합차도 폐차했습니다.
젖은 물건만 치우면 되겠지 싶었는데 바닥을 뜯어보니 온통 모래투성이고 벽엔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정미향/'그림속세상' 센터장 : 여기 진흙에 잠겨 있었고 여기가 다 썩어 있었어요. 지금 다 뜯어낸 상황이거든요.]
열흘 내내 쓸고 닦았지만 언제 다시 문 열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구미경/돌봄센터 이용 아동 부모 : 다시 일어나야 하는데, 진짜 그냥 가슴이 그냥 계속 벌렁거리고 있는 것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돌볼 수 있는 곳이 생긴 덕에 직업을 찾았던 엄마들도 다시 집에 발이 묶였습니다.
[이영선/돌봄센터 이용 아동 부모 : '친구 만나고 싶어' 매일 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요. 우리 아이는 자폐 아이이거든요. 수해라는 것을 태풍이라는 것을 인지를 못 하잖아요.]
그래도 돌봄센터 부모들과 교사들은 한숨 쉴 겨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걸레를 들며 서로에게 말을 건넵니다.
[구미경/돌봄센터 이용 아동 부모 : 이렇게 됐다고 우리 꺾이지 말고 다 같이 '으쌰으쌰' 하자고 지금 다들 파이팅을 하고 있어요.]
도움 손길이 있다면 아이들은 더 빨리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