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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강제징용 민관협의회, 사실상 마무리…일본 기업 채무는 누가?

입력 2022-09-06 09:31 수정 2022-09-0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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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방법을 찾겠다며 정부 주도로 이어져 온 민관협의회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어제(5일) 네 번째 협의 뒤 외교부 당국자는 이렇게 시사하면서 "좀 더 외연을 넓힌 수렴 절차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라고 했습니다.

■ "대위변제 안 돼"…대신 일본 채무 인수?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최종 판결을 미뤄둔 상태입니다. 그만큼 정부는 시간을 번 셈이지만, 넉넉하지만도 않습니다. 관건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강제로 매각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 피해자들에 배상할 지입니다. 외교부는 '일본 기업이 국내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결정을 정부 안으로 먼저 이행할 수 있을지 고심 중입니다. 그 과정에 누가 배상금을 만드는 주체가 되고 실제 그 돈을 낼지 정해야 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강제 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자택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강제 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자택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을 줄 방법들이 그동안 민관협의회에서 제시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대위변제, 즉 배상금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습니다. 이건 피해자 측도 수용할 수 없다고 누차 밝혀왔습니다. 다만 외교부는 피해자 측이 대위변제를 끝내 받지 않을 경우 동의 없이 공탁하는 방법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채무 인수, 즉 제3자가 일본 기업의 채무 그대로 떠안는 개념도 나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판례로 축적된 관행으로, 이는 채권자 동의가 필요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민법상 "채권자(피해자)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채무를 우선 인정한 뒤 한국이 그 채무를 가져간다는 계약이 성립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일본 기업은 한 번도 스스로 채무자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배상 주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강제 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도 만나 외교적 해결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강제 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도 만나 외교적 해결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배상 방법을 정해도 이행할 주체를 결정하기가 또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가해 당사자인 일본 기업이 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지금껏 나선 적이 없으니 배제된 선택지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주체는 우리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새로 만든 기금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회의) 대체적인 의견은 신설하기보다 이미 활동 중인 조직을 활용하자는 것인데, 이를테면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라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모양새는 피하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고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외교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강제 집행되기 전에 정부 안 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고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외교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강제 집행되기 전에 정부 안 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돈은 누가 대느냐, 여기에는 일본 기업이 들어갈 수도 있고 우리 기업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 측이 요구해 온 건 가해 기업이 재원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피해자들이 더 근본적으로 원하는 건 가해 기업의 사과입니다. 그런데 사과는 정부 안과는 엄밀히 별개입니다. 일본 측 호응이 따라줘야 해서입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사과의) 최소한은 일본이 먼저 제시한 적이 없다"라며 "사과나 사죄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높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정부 안을 어렵사리 정하더라도 경우의 수가 또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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