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측 "정쟁화 우려…구찌, 행사 자진 철회"
경복궁 경회루. 〈자료사진=연합뉴스〉최근 청와대 패션 화보 촬영을 두고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가 경복궁에서 열기로 한 패션쇼를 취소했습니다.
오늘(29일) 문화재청은 구찌가 오는 11월 1일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열기로 한 '구찌 코스모고니 패션쇼 인 서울 경복궁' 행사를 최근 취소하기로 했다고 JTBC에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 관련) 화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심의를 받아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며 "(패션 화보 논란) 정쟁화를 우려해 구찌 측과 협의 끝에 지난주쯤 구찌 측이 행사를 자진 철회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구찌 측은 코스모고니 패션쇼를 위해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왔으나, 청와대 관련 화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자 행사 개최를 취소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외교와 재계 인사, 연예인 등 약 50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코스모고니 패션쇼는 별자리에 담긴 신화 이야기 등을 모티브로 한 행사로, 구찌는 지난 5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카스텔 델 몬테(몬테 성)에서도 이 행사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구찌. 〈자료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구찌 측은 '세계적 수준의 천문학이 연구되었던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의 주제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겠다'며 장소 사용을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화재청은 '관계 전문가 조언을 받아 경복궁이라는 역사 문화의 가치를 강화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확실히 고증을 받을 것' 등의 조건을 달았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구찌 측은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근정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행사를 하되, 행각(궁궐 등의 정당 앞이나 좌우에 지은 줄행랑)을 모델이 걷는 무대로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에서 찍은 한복 패션 화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판이 일자 문화재청은 구찌 측과 상호 논의 끝에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지난 22일 개방된 청와대 본관, 영빈관, 상춘재, 녹지원 등을 배경으로 촬영된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의 화보가 공개됐다. 모델 한혜진이 영빈관에서 의자에 누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공식 인스타그램 등에선 삭제된 상태다. 〈사진=보그 코리아〉 패션잡지 보그코리아는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 놓인 의자에 누워있는 모델 한혜진의 모습 등이 담긴 화보를 공개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상과 포즈 등이 부적절하다며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왔고, 아울러 해당 화보에서 한혜진이 입은 흰색 드레스가 일본 디자이너인 류노스케 오카자키의 의상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방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청와대 활용 계획에 대해선 미흡함이 많았다"며 "관람과 이용 규정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