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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입력 2022-08-22 08:00 수정 2022-09-23 23:1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45)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상)

재생에너지 본격 투자 나서는 미국
바이든 정부, 인플레이션 감축, 경기 부양 위해 4370억달러 투자

이중 85%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투자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투자 핵심은 재생에너지
풍력, 태양광, 에너지 저장 분야에만 1280억 투자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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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45)

그래픽으로 보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상)

재생에너지 본격 투자 나서는 미국
바이든 정부, 인플레이션 감축, 경기 부양 위해 4370억달러 투자

이중 85%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투자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투자 핵심은 재생에너지
풍력, 태양광, 에너지 저장 분야에만 1280억 투자키로

역대급 집중호우가 지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또다시 곳곳에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장마든, 소나기든 시간당 30mm 넘는 강한 비가 일시에 퍼붓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선 각종 이상 기상현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이 오랜 시간 공들여 품어온 탄소를 우리 인간이 캐내어 순식간에 써버리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간 우리가 '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식물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CO₂를 흡수해 O₂를 내뿜을 때, C(탄소)는 어디로 갈까요. 식물이 고이 간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소가 축적된 식물을 초식동물이 먹고, 육식동물은 이러한 초식동물을 먹고… 먹이사슬을 따라 탄소는 그렇게 '저장'됩니다. 탄소를 품은 이들 생명체가 죽어 켜켜이 쌓이고,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땅속 깊은 곳에서 석유가, 석탄이, 천연가스가 되어 C는 우리 지구의 대기에서 격리되어 버립니다. 자연환경이 탄소를 그저 흡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고'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그런데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어찌 보면 '탄소 저장의 최종 형태'로 변화하기까지는 수천, 수만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우리가 이를 찾아내고, 끄집어내 이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렇게 자연이 오랜 시간을 공들여 C를 꽁꽁 숨겨놨는데, 우리는 순식간에 이걸 태우는 겁니다. 즉, 다시 산소와 만나게 하는 것이죠. 그렇게 배출되는 것은 CO₂, 이산화탄소입니다.

오늘(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입니다. 이날은 해마다 존재해왔지만 적어도 2020년대 에너지의 날은 그 의미가 이전과 다릅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에너지'라고 불러왔던 것이 이러한 지구의 탄소 순환 체계를 거친 결과물이었다면, 앞으로의 '에너지'는 이러한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연재부터 집중호우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이어오다 갑자기 '에너지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이유입니다. 비록,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임에도 최근 정부가 이를 외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만, 에너지의 이용이 곧 탄소 배출을 의미하던 시대가 저무는 '에너지전환'의 시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땅속에 고이 묻혀있던 석유를 세계에서 처음 대량으로 퍼올려낸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이 미국에서도 가장 먼저 유전을 발굴한 사람은 '사상 최고의 대부호' 존 록펠러였고요. 그런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 투자가 담긴 법안이 나왔습니다. 에너지전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EU와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세수를 확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까지도 법안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이었습니다. IRA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사실상 '에너지전환 투자'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IRA에 담긴 총 투자 규모는 437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중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의 몫은 무려 3690억달러. 전체 투자액의 84.4%에 달합니다.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 원전, 친환경차 등 이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중 '압도적 비중 1위'는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 분야였습니다. 여기에만 1280억달러가 투입됩니다.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총 투자액 가운데 30% 가량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에 투입되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이는 지난 5월, EU가 에너지 안보 계획으로 내놓은 〈REPowerEU〉와 흡사합니다. 당시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경제? 아니면 안보 문제? (상)〉을 통해 설명드렸듯, EU 역시,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가 침체하고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게 되자 그 대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꼽았습니다.

사실, EU와 미국의 이런 대대적 정책 발표와 상관없이, 청정에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돈의 흐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최근 5년간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2개의 커다란 이슈, 팬데믹과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투자는 매년 250억 달러 넘게 늘어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및 기타 최종소비, 그리드 및 에너지 저장, 전기차, 원전 등 6개 주요 투자 분야 가운데 원전의 비중은 2022년 기준 3.4%에 불과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의 경우, 그 비중은 56.2%나 됐고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해선 2주 전,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43%는 돼야” 기업의 외침도 이념으로 치부될까?〉를 통해 상세히 전해드렸습니다. 당시 보도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사에서 인용한 블룸버그 NEF, IEA 보고서는 러-우 사태 발발 이전 연구결과로,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최근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현시점에서 인용하기에는 시의적절하지 않음. 특히, 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러-우 사태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이 두배로 확대되어야 함을 언급.”

안타깝기 그지없는 설명입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전환〉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원전 용량이 지금의 배로 늘어날 것이라 내다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 사태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해당 보고서에도 설명됐듯, 이는 IEA가 2021년 6월 내놓은 〈2050 넷 제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또한, 늘어나는 용량의 대부분은 중국과 기타 개도국의 원전 건설에 기인합니다. G7을 비롯한 선진국의 원전 발전량은 1990년이나 2050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죠.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원전의 발전량은 그대로인데, 전체 전력수요 및 발전량은 급증하는 만큼 원전의 비중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IEA가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전환〉 보고서에 실은 2050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발전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67.8%(재생에너지), 7.7%(원전). 이처럼 원전의 발전비중이 낮은 것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당시 〈[박상욱의 기후 1.5] 전경련의 견강부회…'에너지전환지수' 최하위권 해결책이 원전?〉을 통해 상세히 문제점을 짚어드린 바 있습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마저도 2050년 원전의 발전 비중을 최소 6.3%에서 최대 12.3%로 내다보고 있고, IAEA마저도 IEA의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전망과 자신들의 전망이 흡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전경련과 같은 단체의 경우, 이같은 주장은 Mis-read(오해)에서 비롯돼 오해를 부르는 데에 그칩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Mis-read를 넘어 Mis-lead(오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해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팬데믹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역대급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EU와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이 시장을 '신(新) 성장동력', '제2의 엔진'으로 판단한 이유입니다. 설비가 늘어남에 따라 실제 발전량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만 따로 떼어내 보더라도 2021년 원전의 발전량을 넘어섰죠.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우크라 사태도 이같은 흐름을 막진 못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OECD 국가의 월간 발전량을 살펴봤습니다. 우크라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인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과 달리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을 소폭이지만 늘렸습니다.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각 발전원별 발전량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고, 원자력 발전량은 3.7%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크라 사태가 '원전 호황' 혹은 '원전 확대'를 불렀다고 볼 수 있을까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원전에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앞선 연재에서 설명드렸듯,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원전 핵연료인 우라늄의 주 수입원은 러시아와 중국입니다. 두 나라가 글로벌 핵연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초를 닦은 존 번 델라웨어대 석좌교수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의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더 많은 우라늄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원전 비중 확대에 신중해야만 한다”며 “미국은 한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신뢰하는 동맹국이고,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다른 것도 아닌 우라늄의 수입원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택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 분석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원전을 통해 연간 789.9TWh(2020년 기준)를 발전해 '압도적 세계 1위'에 오른 미국이 어떤 이유에서 IRA와 같은 법안을 내놨을까요. IR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또, 그 속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맥락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선 다음 연재를 통해 보다 상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EU·중에 뒤질세라…미,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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