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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 데려갔더니…신원 확인 없이 돌려보낸 경찰

입력 2022-08-16 20:50 수정 2022-08-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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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신원 확인을 해줬으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택시기사가 현금 2천500만 원을 보이스피싱범에게 넘기기 전에 이 사람을 데리고 파출소를 찾아갔습니다. 의심이 돼서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냥 돌려보냈고 결국 파출소 앞에서 거액의 현금을 사기범에게 건넸습니다.

배승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택시기사 58살 권모 씨.

석달 전 기존 대출 이자를 더 싸게 해주겠다는 전화에 솔깃해졌습니다.

현금을 받으러 온 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었습니다.

[권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기존 대출금을) 일시불로 갚아야 된다고 하니 제가 돈을 2500만원을 준비한 겁니다.]

그런데, 권씨가 의심을 푼 건 아닙니다.

남성을 자신의 택시에 태운 뒤 실제 금감원 직원이 맞는지 파출소에서 신원을 확인하자고 한 겁니다.

[권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파출소 가게 되면 아무래도 나의 의심이 풀어지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순순히 택시 뒷자리에 올라 탄 남성은 권 씨와 함께 태연하게 파출소까지 동행했습니다.

정작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채권자를 대신해 빚을 받아 주고 있다는 범인 말만 믿은 겁니다.

경찰은 범인이 보여준 신분증이 실제 맞는지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권씨 휴대전화엔 금감원과 장시간 여러차례 통화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실을 근무 일지에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권 씨는 파출소 바로 앞에서 2천 5백만원 뭉칫돈을 범인에게 건넸습니다.

범인을 돌려보낸 경찰을 믿고 사흘 뒤엔 천 5백만원 추가로 전달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권 씨가 범인 말을 반박하지 않았고, 해당 남성이 금감원 직원이라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천파출소 관계자 : 그런 말을 했으면 당연히 의심하고 당연히 대처를 했을 텐데…]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범죄와의 연관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나와 있는데…]

파출소 내부를 촬영하던 CCTV는 한 달이 지나 이미 지워졌고, 범인 얼굴도 신원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시천파출소 소장 : 현장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권씨는 경찰청에 진정서를 넣고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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