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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텐션 업' 김태리 "인생 허비하지 않아, 집중력 있게 산다"

입력 2022-08-13 23:59

영화 '외계+인' 1부 이안役 김태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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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 이안役 김태리 인터뷰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차곡차곡 쌓은 텐션이 빵 터졌다. 데뷔 이래 이렇게 활발한 김태리를 만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나고 또 신났다. 충무로 신데렐라로 화려한 데뷔 후 6년 째 승승장구 중인 필모그래피다. 시작은 거장 박찬욱 감독의 발굴이었을지언정, 차기 행보는 김태리 스스로 개척해 나간 길이다. 유명 감독과 작가의 부름도 줄줄이 받아 온 케이스. 기대의 시선 속 김태리는 김태리를 증명해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스크린을 넘어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매 작품 성장하는 모습도 숨김없이 보여줬던 시간이다. 자신에 믿음과 신뢰가 탄탄하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고, 하지 못할 것이 있을 리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충무로 무패 신화 최동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내가? 최동훈 감독님 작품에? 이렇게 빨리?' 싶었다.(웃음)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는데, '이 사람이 장르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것이 확 느껴지더라. 사람 이야기는 결국 관계인데, 모든 캐릭터들이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도 사람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다."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을 보여줬다.
"액션스쿨에서 배운 것을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해 오히려 아쉽더라. 하지만 나 혼자만의 영화는 아니니까. 감독님은 '액션은 표정, 얼굴이다'를 강조 하셨다. 자세가 좀 안 나와도 표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 직접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하다 보면 액션 자체도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지 않나. 감독님의 바람과 내 욕심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류준열을 따라 기계체조를 배우기도 했다고.
"운동을 해보니 어떤 운동이든 서로에게 도움이 되더라. 필라테스가 헬스에, 헬스가 또 요가에. 운동마다 몸을 다 다르게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고 하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실질적으로 배웠다. 기계체조도 늘 항상 궁금해 했던 운동인데, 준열 오빠가 배운다고 하길래 '나도 배워도 될까?' 하면서 배웠다. 덤블링 정도는 기본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헬스는 기본이고, 절권도도 배워보고, 굉장히 여러가지를 했는데 기계체조를 한 6개월 정도 가장 오래 길게 했다. 액션을 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총을 들었다. '외계+인' 총기 액션에도 도움이 됐나.
"운동처럼 액션도 다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경험했던 것은 모두 도움이 됐다. 사실 이안이 사용하는 무기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2부에서 밝혀질 내용이라 함구하겠다. 하하. 사실 '미스터 션샤인' 때는 장총이었고, 이안은 권총이라 총의 크기부터 달라 익숙하거나 편해진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총을 일상 생활에서 들 일이 없으니까 갑자기 연기를 하려고 하면 부끄러울 수 있다. 열심히 연습하면서 편해질 때를 기다렸다. 소품 총을 하나 쥐어 주셨는데, 그걸 들고 다니는 게 너무 재미있고 도움이 되더라. 신나게 '빵빵' 거리면서 들고 다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펜싱을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좋아하나.
"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다. 배워서 똥 되는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승마, 사격, 펜싱 다 조금씩 배웠지만 다시 할 것이다. 다시 안 하게 되더라도 생각은 '다시 할 거야!'라는 마음이다."

-연기하기 힘든 장면이 있었다면.
"그것도 2부에 나온다. 거의 마지막에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결말로 내달아가는 과정에서 나의 어떤 한 마디가 있다. 그게 정말 어려웠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고, 하고 나서도 '다시 찍고 싶다' 이야기 했고, 근데 안 먹혔고!(웃음) 그래서 2부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대사와 액션이 다 힘들었다. 말 하나에 나의 마음이 담겨야 했고, 내가 말을 뱉는 순간 모든 감정과 상황이 드러났으면 싶었는데 어떻게 해도 부족하더라. '말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볼까, 흐려볼까, 울까, 웃을까' 최종적으로 어떤 것이 선택 됐을 것인데, 너무 많은 고민을 한 만큼 살짝 조금 걱정 되는 부분이긴 하다. 액션도 그 땐 이미 마음은 편해졌던 상태라 이전보다 편하게 소화하긴 했지만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일단 시간에 쫓겼다. 테이크를 많이 갈 수 없었는데 내가 자꾸 뭔가 하나씩 하나씩 실수를 하더라. 생각 없이 해야 하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나온 실수들이었다. 액션을 하면 연기를 놓치고, 연기를 하면 또 표정을 놓치고. 최선의 모습이 담겼길 바라고 있다."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외계+인' 1부가 공개된 후 호불호 섞인 반응이 나왔는데.
"시사회 직후에는 리뷰를 하나도 챙겨보지 못했다. 다만 말씀 주신 호불호를 따진다면, 이만치 방대한 스토리를 풀어놓을 때는 설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건 불가피하다. 이 인물의 등장, 저 인물의 등장, 이 인물과 저 인물의 관계 등 설정에 따른 설명이 있어야 했고, 수 많은 아이템들도 하나 하나 보여줘야 했다. 묶어 표현 된 부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방대하고 시간 소모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에 CJ 관계자 분들도 그렇고, 제작사 케이퍼 필름 관계자 분들도 그렇고 모두 '2부가 더 재미있어'라고 하시더라. 그땐 '왜지?"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아무래도 1부는 설명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했던 터라 그렇게 말씀 하신 것 같더라.

그럼 2부는 얼마나 몰아치겠나. 설명은 끝, 이제 소용돌이로 달려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지. 때문에 그런 점에서의 1부의 불호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을 감안하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기는데 있어서 애피타이저라고 해야 할까? '승리호' '미스터 션샤인'을 거치면서 '이거 말이 안 되는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다 필요 없다는 것도 알았다. '외계+인' 역시 최동훈 월드에 모든 것을 다 맡겼을 때 대단한 것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그랬다."

-보이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
"'와호장룡'을 기억해 달라. 대나무 숲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것도 그게 말이 되나. 모두 말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보고 즐기지 않나. 근데 영화에서는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은 또 없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보고 애정 하는 것 아닐까. 현실에서 꿈꾸고 상상하고 희망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을 스크린에 펼쳐내면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되는 것 같다."

-현장 막내였다. 선배·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 받은 부분도 있나.
"너무 너무 많고, 진심으로 너무 행복했다. 내가 완벽한 막내로서 있을 수 있는 작품은 이 작품이 마지막일 것 같다. 벌써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운 좋게 막내로 오래 있을 수 있었다. 선배의 존재는 그 자체로 나에게 자양분이 됐다. 특히 염정아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평소 정아 선배님의 굉장한 팬이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선배님은 그냥 '넘사벽'이더라. 내가 원하는 이상향, 여성으로서의 성질과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너무 사랑스럽기도 했다. 선배님은 기본적으로 어떤 잡생각이 없다. 뭐든 그냥 한다. 그냥 하는데 그게 너무 죽이고 너무 좋다. 감독님이 계속 정아 언니를 보면서 '저렇게 몸 못 쓰는 사람 처음 봤다'고 장난스럽게 말씀 하시는데, 몸을 못 쓰는 것에서 나오는 힘이 또 있다. 액션을 잘하고 못하는 건 선배님에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사람 자체로 너무 완벽하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나오는 신도 빵빵 터졌다. 난 이미 재미있을 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웃겼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언니와 같이 할 수 있어 진짜 좋았다.

류준열은 워낙 많이 보기도 했지만 '오빠가 정말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 다시 체감할 수 있었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굉장히 짧게 만났으니까. 이 오빠도 별로 생각을 안 한다. '생각 많이 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웃음) 옆에서 보기에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더라. 몸이 가는 대로. 그 상태가 너무 자유롭고 자유분방하고 유연하게 흐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좋은 연기라는 것이 확실히 있다."

-'승리호'에 이어 '외계+인'까지 한국 SF 자부심의 중심에 있다.
"난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한다. 우리 감독님들의 도전도 응원한다. '승리호'를 할 때도 '이제 한국에서 못할 이야기는 없지 않나요?'라고 했는데, '외계+인'은 더 했다. 이젠 진짜 '못 할 이야기가 뭐가 있어~' 싶다. 기술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으니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될 것 같다."

-'국내 최초 SF'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러한 작품에서 김태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정의롭게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강단있고 정의로운 인물은 언제나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모든 영화는 다 히어로물일 수 있는데, 히어로는 정의로워야 하지 않나. 내가 '아가씨'의 숙희가 된 것도 얼굴이 그렇게 생겨 먹어서 선택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님이 '연기는 내가 만들어주면 되지!' 하셨을 것 같다. 영화는 연기보다도 이미지 싸움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아서 더 그렇게 믿게 된다."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여전히 '흥행 불패'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데.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만 그 때가 왔을 때 너무 심하게 고꾸라지지 않도록 항상 마음 관리를 하고 있다. 작품이 성공할 때마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지? 이 운의 끝은 어디지?' 생각한다. 그건 정말 행운이다. 잘나온 작품도 흥행에는 실패할 때가 있고, 못나온 작품인데 흥행은 또 잘 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운인 것이다. 타이밍 좋게 우주의 기운이 갖춰진. 언젠가는 타이밍이 어긋나 잘 안 될 수도 있다. 배우로서 부담감은 없다. 매니지먼트의 부담감은 있겠지만. 회사는 덜덜덜 하고 있다. 하하. 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히 조심히, 앞으로의 길들을 오래 고민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그래왔다. 그래서 그나마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성공한 후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을까.
"2521'의 성공 때문에 얻은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늘 내가 가진 내 이름의 무게, 나의 사회적·직업적 위치 그런 것들을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봤다. 최동훈 감독님이 작품을 주셨을 때도 '어떻게 이게 나한테 들어오지?'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지금은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난 그게 굉장히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쓸데없는 겸손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 마음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받아 들이게 되는 순간이 온 것 같다. '2521'를 끝마친 후 4~5개월 동안 평생 만나 온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때마다 나에게 질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나를 정확하게 보고 있구나' 하는 그 순간을 느꼈다.

그래서 예전보다 150배 정도는 더 당당하게 행동한다. 이전에도 당당했지만, 100%의 솔직함은 아니었다. 당당한 척 하려는 순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면 '진짜' '레알'로 당당한 것이다. 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그리고 이 상태가 또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 순간을 열심히 누리고 즐기려고 하고 있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

-'김태리가 가진 변화무쌍함은 어디까지일까' 싶기도 한데,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가 있다면.
"한계는 없다. 있다고 느낀다면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웃음) 무궁무진함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직업은 모르겠지만, 만약에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해도 무궁무진함에 확신이 없다면 '내 천직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언제나 도전할 수 있고, 다음 산이 있고 또 그 다음 산이 있는 그런 길을 걷고 싶다. 그래야 계속 깨지고 부딪치고 성공하고 실패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직업적인 면에서 앞으로 만나게 될 수 많은 김태리가 너무 궁금하고, 여러 분들께도 보여 드리고 싶다."

-김태리를 이루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삶 그 자체. 나는 삶을 허투루 살지 않는다. 굉장히 집중력 있게 살고 있다. 시간도 허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난 시간을 허비한다는 그 관념을 명확하게 느낀다. '나 지금 쓰레기 같이 살고 있네!' 하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다. 때문에 지금 난 시간을 꽉꽉 채워서 누구를 만나든지 뭘 하든지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삶이라는 것이 내 에너지이고 힘의 비결이다."

-요즘 새롭게 관심 가진 것이 있다면.
"작품으로는 풋풋한 것 말고, 찌~~인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도 처음이다. '어떤 감독님과 연기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장르로 생각한 건 처음이다. 물론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다. 지금 하면 잘 못할 것 같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을 때, 그때 해보고 싶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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