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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풀영상] 김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현 시대에서도 절박한 화두"

입력 2022-08-13 09:00

"안중근 신문조서, 처음 읽고 놀라운 충격…잊은 적 없었다"
"소설 '하얼빈', 안중근 시대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에 중점"
"하얼빈 속 안중근, 거사보다 재판이 클라이맥스"
"재판 과정서 이토의 죄악 성토…총보다 말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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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신문조서, 처음 읽고 놀라운 충격…잊은 적 없었다"
"소설 '하얼빈', 안중근 시대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에 중점"
"하얼빈 속 안중근, 거사보다 재판이 클라이맥스"
"재판 과정서 이토의 죄악 성토…총보다 말에 주목"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오대영


[앵커]

네, 역사를 소재로 소설을 여러 편 낸 작가입니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 대표적이죠. 이번엔 안중근 의사를 다뤘습니다. 특히 '인간 안중근', 그중에서도 '청년 안중근'을 제대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작 소설 < 하얼빈 >으로 돌아온 김훈 작가가 스튜디오에 나와주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김훈/작가 : 네. 안녕하세요, 김훈입니다.]

[앵커]

네. 반갑습니다. 안중근의 청춘을 소설로 쓰는 게, 청춘의 소망이었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김훈 작가의 가슴을 뛰게 했을까요?

[김훈/작가 :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안중근 신문 조서 기록을 읽었어요.]

[앵커]

신문 조서요?

[김훈/작가 : 신문 조서.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에 일본 관원에게 붙잡혀가지고 받은 취조의 내용이지요. 이것은 뭐 문학작품이나 철학책이 아닙니다. 형사적인 기록물이지요. 근데 이 기록물을 보니까 정말로 놀랍고도 아름답고 처절한 세계가 전개되고 있더군요. 그런 내 젊었을 때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 안중근의 청춘. 청춘의 그 순수한 열정. 그런 것들이었죠. 그가 그 신문 받는 과정에서 그 언어의, 그분의 사용하는 언어의 정직성. 예를 들자면, "너는 어디를 겨누었는가." 이렇게 물어봐요. 검찰관이. "나는 가슴을 겨누었다." 이렇게 말을 하죠. "가슴을 겨누었다."]

[앵커]

가슴을 겨누었다?

[김훈/작가 : 가슴을 겨누었다. "너는 그 총을 쏜 후에 도주할 생각이 있었느냐." "나는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자살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이토를 죽인 것으로 내 사명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도주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근데 참, 그게 놀라운 진술이지요. 자기한테 전혀 유리한 상황을 말하지 않고 그걸 그렇게 있는 그대로 사실을 내질러 대는 그 어법에 제가 참 놀랐습니다.]

[앵커]

네. 거의 50년이 그러면 걸린 셈인데, 물론 50년 동안 내내 준비하시지는 않으셨겠죠. 그래도 반세기 동안 김훈 작가의 가슴 한켠에는 안중근 의사의 그런 말의 정직성, 명료함이 담겨져 있었다고 봐야겠죠.

[김훈/작가 : 네. 그걸 그때 내가 그때 처음에 읽었을 때, 무슨 놀라운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으로 내가 무엇을 할 지는 잘 몰랐어요. 그러니까 젊은 시절의 감동은 되게 그런 것이 엄청나게 크고, 그렇게 한 세계를 뒤흔들만할 것인데, 그걸로 실제로 무엇을 해야할지는 구체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것이지요. 젊은 시절의 열정이 되게 그런 겁니다. 50년을 제가 그걸 쓰지를 못하고 그렇게 세월이 갔는데, 그걸 잊어버린 적은 없었어요. 이걸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엄두도 안 나고 이제 두려운 생각도 들고 미뤄놨던 것입니다. 근데 지난 해 몸이 아팠다가 이제 회복이 되니까, 더 이상 미뤄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쓰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네. 안중근 의사 독립투사로 그린 여타 작품들하고는 이번 작품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저는 받았거든요. 가장 흥미롭게 전개했던 대목이 있을까요?

[김훈/작가 : 우선, 그 분의 시대나 그 분의 생애에 펼쳐진 여러 가지 갈등 구조에 중점을 뒀어요. 복합적인데, 우선 안중근이란 인물과 이토란 인물 사이에 갈등. 그리고 이토가 표방하고 있었던 문명개화. 문명개화라는 세계 경영 방침. 그것이 이제 조선으로 들어오면은 약육강식으로 변하는 것이거든요. 두 개의 양극단의 모순. 그리고 그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였거든요, 그가 신앙하는 천주교 신앙과 그 당시의 한국에 와 있었던 천주교 사제들의 세계관과의 갈등. 그런 것들을 중첩적으로 엮어가면서 글을 썼습니다.]

[앵커]

네. 반대로 <하얼빈>을 쓰시면서, 가장 안타깝거나 슬펐던 대목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 집의 가장으로서, 처자식을 둔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안중근의 그 고뇌를 담아내는 게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김훈/작가 : 그것은 참, 후인들이, 후인이 말하거나 입에다 올리기 어려운 부분인데,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쏘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덕순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는 그 시간에,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여사가 애기 둘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기차가 동선이 맞아서 하얼빈에서 만나는 것이지요. 안중근 의사는 26일날 총을 쐈는데, 안중근 가족들은 27일날 하얼빈에 도착했어요. 하루가 차이가 났죠.]

[앵커]

거사 이후에 도착한 거죠?

[김훈/작가 : 하루 뒤에 도착한 거죠. 이 가족들은 27일에 와보니까 어떠한 일이 벌어났는가를 알게 된 거죠. 근데 안중근 의사는 기차를 타고 오면서 자기 처자식이 하얼빈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미리 들어오라고 연락을 했으니까. 그런데 그 안중근 부인 김아려 여사는 하얼빈으로 오면서 기차 안에서 자기 남편이 무슨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지요.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그때 젊은 안중근이 느꼈던 고뇌라는 것은 참 끔찍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것을 다 묘사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잡히고 난 다음에 자기 심경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몇 줄을 썼죠. 그 부분은 제가 정밀하게 묘사를 못 했습니다.]

[앵커]

네. 제가 여타 작품들하고 조금 다르다고 느낀 또 하나의 부분은, 주로 거사의 그 과정과 그 순간을 많이 다뤘는데,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혹은 짧게 지나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훈/작가 : 그 하얼빈에서 총을 쏘는 대목은 제가 상세하게 묘사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거기가 이 사태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십상인데, 저는 그것보다도 그것은 우선 자기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물리적 행위였고, 이 사태의 클라이맥스는 재판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앵커]

재판이요?

[김훈/작가 : 재판 과정에서 세계의 이목을 거기다 집중시켜놓고, 세계의, 전 세계의 기자들을 대련재판소에 모이게 해놓고 그 자리에서 재판과정에서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고 동양평화의 대의명분을 말하는 것이지요.]

[앵커]

네. 15가지 죄목을 발표를 했죠?

[김훈/작가 : 네. 그 총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말'이 오히려 이 사태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앵커]

네.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같은 역할을 한 단어로 세 가지를 꼽으셨습니다. '포수', '무직', 그리고 '담배팔이'인데 모두 직업의 이름이죠. 안중근 의사와 동지 우덕순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혔던 자신들의 직업인데, 어떤 힘이나 상징성을 이 단어들에서 발견을 하셨습니까?

[김훈/작가 : 안중근은 자신의 직업이 포수고, 그리고 무직이다 그랬습니다. 무직이다 그러고, 우덕순은 자기가 담배팔이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것은 사실입니다. 안중근은 사냥꾼으로서, 유명한 사냥꾼으로서 명성을 날렸죠. 그리고 실제로 유랑을 하고 다니면서 직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우덕순이라는 분은 실제로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리에서 담배행상을 한 분입니다. 그러니까 자기의 생활을 전혀 과장되게 말한 것이 아니죠.]

[앵커]

사실 그대로 말한 것이죠?

[김훈/작가 :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인데, 어떠한 그 외부적인 그 힘에도 기대고 있지 않은 것이죠. 이것은. 그 자기는 일개의 포수고, 일개의 담배팔이로서도 일을 했다는 것이 무슨 위대한 사상 같은 것이 물론 배후에 있었겠지마는, 거기에 기대기보다는 포수고 그렇게 담배팔이란 맨 몸, 자기의 맨 몸뚱아리를 내보이는 것이죠. 그 부분이 내가 젊었을 때 읽었을 때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앵커]

네. 300쪽이 넘는 소설입니다. 그 중에서 김훈 작가가 꼽기에 이 대목과 이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일까요?

[김훈/작가 : 책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안중근'이라는 분의 정신세계를 소설적으로, 소설가로서 한 마디로 표현하는 대사가 있다면 안중근이 이렇게 고민하는 대목이 있어요. '이토가 이렇게 덩치가 작구나.' 이토가 사실 키가 163인가? 153인가 6인가 그랬어요. 그러니까 키가 좀, 덩치가 작은 것이죠. 그런데 안중근은 이토의 덩치가 작다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죠. 그것은 이토를 타깃으로 보는 거예요. 자기의 표적으로 보는 것이죠. 저 작은 표적이 그 키 큰 러시아인들 틈에 섞여 있으면은 저걸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이것은 그 매우 방법적이고 기술적인 고민인 것 같지만은 이 한 마디가, 그 안에 그 분의 정신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어쨌든 '총알이 7발인데, 이걸로 거사를 성공시켜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하니까, 이토의 몸의 덩치가 작다는 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나는 이러한 고민을 아주 순수한 고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앵커]

네. 책을 보면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의 죽음을 전해듣고 이런 말을 했다고 나옵니다. "내가 이토를 죽이려 한 까닭은, 이토에게 설명을 해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거사의 목적이 총이 아니라, 말이다. 라는 것인데, 이게 작가의 상상력입니까? 아니면 역사적 사실입니까?

[김훈/작가 : 저의 상상력이기도 하고, 나는 그게 안중근의 진실된 내면이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을, 그 목숨을, 이토의 목숨을 끊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었고,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목적은 그 이토라는 인물이 왜 지상에서 없어져야 되는가를 인간세상에 설명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걸 이제 안중근은 이토한테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제가 설정을 한 것입니다. 당시에 왜 죽어야되는지, 내가 왜 너를 쏴야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아까도 말했듯이, 총이 아니라 말이 원래 목표였다. 는 것을 제가 강조한 대목입니다.]

[앵커]

네. 이 책이 반일민족주의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그 경계심을 강조하시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일까요?

[김훈/작가 : 그것은 안중근의 시대와 지금 우리의 시대는 크게 다른 것이죠. 우리가 국권을 상실하고 나라가 이렇게 멸망 직전에 있을 때, 위기의 민족주의는 국민을 한데로 모으는데 큰 구심점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이라는 것이 혈연적이고 생명체적인 공동집단이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집단의식이 형성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민족주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참,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이죠. 지금 당장의 문제를. 근데 이 안중근의 평화구상에서도 안중근이 처형당하기 직전까지도 주장했던 것은 동양평화입니다. 동양평화라는 것은 조선독립과 이렇게 같은 괘, 한 괘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동양평화라는 개념은 훨씬 더 상급, 상위 개념입니다. 동양 전체의 평화, 한국/중국/일본 뿐 아니라 인도차이나반도 이런 나라까지 포함하는 동양 전체의 평화 안에서, 그 틀 안에서 조선독립과 중국의 독립, 일본공정 이런 것들을 구상했던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동북아의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려면은, 민족주의보다도 더 높은 비전이 있어야 되고 더 넓은 구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앵커]

네. 그래서 이 책이 지금 이 시대의 의미라고 할까요? 그 의미는 결국은 동양평화의 방점을…

[김훈/작가 : 평화의, 평화의 절규죠. 평화로, 하얼빈에서 올린 총성. 그것은 동양평화를 절규하는 총성이었죠. 그런데 지금 뭐 엊그저께 대만 이 같은데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니까, 지금 동양평화라는 것은 안중근시대보다 더 절박한 위기의 처해있는게 아닌가 싶은 두려움이 들더군요.]

[앵커]

네. 지금 이 시대에도 이 <하얼빈>이란 책과 또 안중근 의사의 업적이 우리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훈/작가 : 네. 고맙습니다.]

[앵커]

네. 건강하시고요. 네 지금까지 소설 <하얼빈>으로 돌아온 김훈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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