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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은행서 "내 예금 돌려줘" 인질극...주민들 인질범 응원한 까닭은?

입력 2022-08-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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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을 겪는 중동 국가 레바논에서 한 남성이 은행 직원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아버지의 병원비로 쓸 거라며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찾게 해 달라는 이유였는데요.

주민들은 오히려 인질범을 응원하며 은행 앞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은행 직원들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남성이 주민들의 응원을 받은 이유는 뭘까요.

■ "병원비로 쓸 돈 찾게 해달라"…은행 직원 붙잡고 7시간 인질극

현지시간 11일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번화가 함라 거리에 있는 레바논 연방은행에 42살 바삼 알 셰이크 후세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소총과 휘발유통을 소지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곧 은행 직원과 고객 등 8명을 붙잡고 7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총으로 은행 직원들을 해치겠다며 위협하는가 하면, 은행 내부에 휘발유를 붓고 스스로를 불지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현지시간 11일, 바삼 알 셰이크 후세인(가운데)이 은행 예금 인출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현지시간 11일, 바삼 알 셰이크 후세인(가운데)이 은행 예금 인출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후세인이 인질극을 벌인 건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찾으려다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계좌에 돈 21만 달러, 우리돈으론 약 2억 7천만원을 가지고 있는 걸로 전해졌는데요.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레바논 금융 당국은 은행 부도를 막으려고 인당 외화(달러 등) 인출 한도를 한달 최대 400달러 정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은행 밖에 있던 그의 가족은 후세인이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병원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내려고 인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후세인은 악당이 아니다"라고 두둔했습니다.

군인과 경찰들이 은행을 포위했고 양측이 대치하는 가운데 인질 석방 협상이 이어졌습니다. 은행은 처음에 1만 달러를 인출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가 3만 달러로 액수를 높였습니다. 결국 3만 5천달러를 인출하는 것을 약속받은 후에야 후세인은 인질들을 석방하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인질극이 끝난 뒤 다친 사람들은 없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 은행 앞 인질범 응원 인파 몰려…경제난 좌절 반영

인질극이 이어지는 동안 은행 앞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렸습니다. 인질범인 후세인에게 연대감을 느끼고 그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주민들은 은행이 그의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은행 앞을 찾은 주민 샌디 샤먼은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는 모두 은행과 정부로부터 강탈당했다"며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인질극을 끝내고 호송되는 후세인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한 주민은 "바삼, 당신은 영웅이야!"라고 외쳤습니다.

주민들이 후세인을 응원하고 은행을 비판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경찰들이 주민들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주민들이 후세인을 응원하고 은행을 비판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경찰들이 주민들을 진압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후세인이 인질극을 끝내고 은행을 나서며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후세인이 인질극을 끝내고 은행을 나서며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주민들이 당국에 가지는 불만과 절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레바논엔 화폐 가치가 달러 대비 90% 가량 떨어지는 등 심각한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식량과 연료 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구의 80% 가량이 빈곤에 시달리는 걸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오랜 시간 저축한 돈, 해외에서 가족들이 송금한 돈조차도 은행에 묶여있어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은행에 들어있는 달러를 되찾지 못하게 될까 두려움도 큽니다.

은행들은 병원 치료 등 예외적인 경우엔 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레바논에선 지난 1월에도 37살 카페 주인이 은행 직원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뒤에야 5만 달러를 찾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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