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밤 서울 곳곳은 마비된 도시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불어난 물에 운전기사는 차를 두고 가까스로 탈출했습니다. 맨홀 뚜껑이 사라져 다친 시민도 있습니다.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빗물이 집어삼킨 8차선 도로는 금세 하천이 됐습니다.
지붕만 간신히 나온 차들은 물 위를 떠 다닙니다.
차를 두고 빠져 나가는 것도 버겁습니다.
[김광배/택시기사 : 창문이 그때 안 열렸으면 못 나왔어요. 창문으로 빠져나와서 저기 통풍구 위로 올라갔죠. 한 두 시간 있었죠.]
포기하고 차 위에 올라 물이 빠지길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버스 안에도 물이 흘러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좌석까지 차오릅니다.
냉장고가 둥둥 떠 있고,
[우리 냉장고 맞아, 이거.]
물살을 이기지 못한 시민들이 빠르게 휩쓸려 갑니다.
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사라지면서 발을 잘못 디뎌 다친 사람도 있습니다.
[최초 신고자 : 이쪽으로 물이 전부 쏠리니까 맨홀이 역류해서 뚜껑이 열린 거거든요. 사람이 지나가다가 밑에 안 보이니까 빠진 것…]
대학 캠퍼스도 폭우에 속수무책입니다.
학생들이 거닐던 계단은 누런 흙탕물이 흐르는 계곡이 됐습니다.
갈길 잃은 물줄기는 건물 안으로도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하주차장 계단은 물길이 돼 버렸고, 주차장 바닥에서도 물줄기가 솟구치면서 차들을 덮칩니다.
지하철역 천정도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상가 천정은 폭포가 돼 버렸습니다.
물이 들어찬 건물은 바닥이 어디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폭우는 암흑도 만들었습니다.
골목 사이로 불빛이 번쩍이더니 골목 전체가 그대로 정전돼 버립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만 390여 명의 이재민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