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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입력 2022-08-08 08:57 수정 2022-08-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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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는 스크린 여름 시장이다.

'작품이 너무 다 괜찮아 오히려 시기의 피해를 입으면 어쩌나' 싶었던 걱정은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 행복하면서도 그저 해맑은 고민이었다. 팬데믹 후 엔데믹을 맞아 극장가도 정상화를 꾀한 올 여름, 각 배급사들은 아끼고 자랑하는 넘버원 대작을 지체없이 전면 배치하면서 팬데믹 이전 여름보다 더 뜨거운 빅매치를 예고했다.

CJ ENM '외계+인(최동훈 감독)' 1부,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 쇼박스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이정재 감독)'까지 국내 5대 배급사 중 NEW를 제외한 네 배급사가 여름 시장에 출전하면서 '2022 빅4 대전'이 완성됐다.

제작 단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던 작품부터, 흥행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작품, 해외 영화제의 선택을 먼저 받았던 작품들 등 면면도 화려했다. 무엇보다 네 작품 모두 내부적으로는 '기본 1000만'을 목표로 했던 만큼 '누가 그 꿈을 이룰 것이냐'를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이 또한 개봉 직전까지의 이야기. 올해 여름 시장 키워드는 '단짠단짠'이 됐다.

[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충격의 시작은 '외계+인' 1부였다. 충무로 대표 흥행 감독으로 데뷔 후 '무패 신화'를 쓰고 있던 최동훈 감독이 '암살'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것 만으로 셀링 포인트는 이미 완벽했다. 포스터와 예고편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때마다 슬슬 걱정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배급사와 몇몇 소속사들은 '어떠냐. 괜찮냐'는 크로스체크를 감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동훈인데'라는 신뢰가 더 컸다. '진짜 어떡하냐'는 말이 튀어나온 건 개봉 직전, 언론시사회 당일이었다.

영화에 대해 알려진 것보다 숨긴 것이 훨씬 많았던 터라 일단 따라가기 벅찼다. '재미'의 유무를 따지기 전에 '외계+인'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기상천외한 장면, 배꼽잡는 유머가 분명 존재 했지만 '이 작품이 과연 우리가 기대하고 기다렸던 '외계+인'이었나'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는 데는 실패했기에 첫 감상평은 대부분 '나쁘다' '좋다'의 단편적인 해석보다 '뭐지. 어쩌지. 어떡하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워낙 폼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 우리의 눈이 너무 늙었기를, 관객들에게는 통할 수 있기를 내심 바랐다. 아쉽게도,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손익분기점 700만 명의 작품이 누적관객수 150만 명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신기한 건 2부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있고, 다양한 이유로 기다리게 만든다는 것. 2부를 선보여야 하는 CJ ENM은 실제로 '외계+인' 1부 실패 분석에 돌입, 내용을 정리 중이라는 후문이다.

[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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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통을 이어 받은 '한산: 용의 출현'은 사실 사전 홍보가 가장 화려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2014년 개봉해 무려 1700만 명의 선택을 받으면서 국내 개봉작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8년째 지키고 있는 '명량'의 존재가 든든했지만, 타 작품들에 비해 떠들석한 아이돌급 팬덤을 이끌거나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스타 캐스팅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역사를 스포일러로 '명량' 보다 더 다큐멘터리 분위기가 강했기에 관계자들은 '조용히 알아서 잘 흘러가겠거니' 예상했다. "'명량'의 절반만 들어도 850만 명"이라며 흥행을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압도적 1위를 예측한 이도 많지는 않았다.

'헤어질 결심' 후광을 받은 박해일이 터졌고, 이순신 장군을 추앙하는 5000만 국민 팬덤이 다시금 꿈틀거렸고, 그 때나 지금이나 비밀병기로 활용된 거북선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주 쉽게 '국뽕'이라 표현되지만 상상이 아닌, 실존하는 승리의 카타르시스는 또 한번 대한민국 국민의 DNA에 잠재 돼 있는 애국심 버튼을 '꾸욱' 눌러버렸다. 전반부 잔잔하게 쌓아 올린 감정선은 후반부 후퇴 없는 직진의 전투로 영화적 재미를 배가 시킨 계산도 명확하게 적중했다. '명량' '한산'의 홈런으로 이미 촬영을 완료한 '노량'까지 덩달아 안정권에 들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패배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켜볼 수 없는 후손들임이 분명하다.

[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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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와 '한산: 용의 출현'이 극과 극 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일맥상통 시켰다면, '비상선언'은 그야말로 호불호의 무사 귀환 착륙을 응원하게 만든다. '극호'와 '극불호'가 맞붙었고 교집합도 한가득이다. 캐스팅만으로 '무조건 1000만!'을 외치게 만들었던 기세는 아쉽게도 한 풀 꺾였지만, 국내 항공재난 장르의 최초 시도 작품으로 진일보한 완성도는 분명한 의미를 지닌다. '범죄도시2'까지 '실미도'(2003) 이후 국내외화 포함 어느 덧 28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스크린 수가 더 많아졌다 하더라도 1000만의 벽은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인,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이 맞다.

모두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고, 완전 무결한 작품도 없지만 때에 따라서는 기준점보다 더 큰 호응, 더 낮은 질책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고의 타이밍과 관객의 심리를 예상하기란 사실상 하늘의 별을 따는 수준. 다만 뜨거운 관심의 여파로 '비상선언'은 개봉 전 후 작품의 호불호를 넘어 작품 외적인 이슈가 작품의 레이스에도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꾸준히 발생해 아쉬움을 더한다. 높아진 티켓 값에 입소문 효과가 커지면서 '바이럴'이라는 단어가 영화계에서도 수면 위로 떠올랐고, 실수인지 스파이인지 내부 첩자인지 긁어 부스럼 해명도 여러 번이다. 특정 타켓이 되는 것도 결국엔 영화의 힘에 달렸다. 일단 첫 주를 무사 통과한 '비상선언'의 힘찬 날갯짓이 하늘의 기운을 조금 더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씨네+] 빅4 흥행 대첩? 단짠단짠 여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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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달고 짜고의 반복 속에서 빅4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헌트'는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우 이정재의 첫 감독 연출작, 이정재와 정우성의 한 작품 23년 만 재회 등 수식어는 이제 팩트에 기반한 전달용일 뿐, 작품을 둘러싼 찬사가 두 사람의 독기 품은 홍보와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가장 높은 관심도를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숨김없이 사전 시사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음에도 특별한 악평 없이 작품으로 입소문을 잡는데 성공했다. 월드스타로 거듭 난 이정재의 대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배우 출신 감독 최초로, 그것도 첫 작품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받아 전 세계 영화인들 앞에 첫 선을 보였던 '헌트'다. 사사로운 이야기로, 올해 초청 받은 한국 영화 중 가장 먼저 상영 된 스케줄이지만 도착 직후부터 이미 지친 출장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준 것도 '헌트'다. 그 새벽 이정재 감독의 카메라로 찍은 정우성의 황홀한 얼굴, 세련된 연기를 감상한 것 만으로 힘이 났던 신기한 현상. 이젠 국내 관객도 아낌없이 누릴 차례다. 또한 신인 감독 이정재는 개봉 직전까지 편집에 편집을 거치면서 최고의 작품을 위한 모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진심은 통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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