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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인생 처음 들여다 봐"…'영상 자서전' 분투기

입력 2022-08-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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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전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면 요즘은 '영상'으로 더 생생하게 남기죠. 특히 그리울 우리 엄마, 아빠 모습을 '영상'으로 많이 남기려 하는데, 요즘은 직접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남긴 영상 자서전, 구혜진 기자가 살짝 엿보고 왔습니다.

[기자]

[문기성/수강생 : 우리 어머니가 사시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하셨거든. 내가 이놈아 내가 산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몇 권을 쓸 거다.]

하지만 유명인이 아니라면 몇 권은커녕 한 장도 남지 않은 이야기들.

[주학석/수강생 : 제가 철들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얘기를 수집할 수가 없었어요.]

아쉬움은 남은 이들의 몫입니다.

[최희순/수강생 : 우리 어머니가 이런 영상 남겨놨으면, 제가 두고두고 보겠죠.]

그래서 내 얘기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

하지만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부터 민망합니다.

[아 창피해.]

울산의 한 퇴직자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영상 자서전' 수업 시간.

스마트폰 자체가 익숙지 않은 수강생들에게 영상 제작은 큰 도전입니다.

영상이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화면에 비해 큰 사진, 들쭉날쭉한 배경 음악까지 모든 게 서투르지만 교사들은 물론 자식들도 지원사격에 나섭니다.

[문유리/수강생 딸 : 요즘 애들은 영상이나 이런 걸 굉장히 많이 남길 수 있는데 어른들, 아빠·엄마는 이제 그런 영상을 남기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남진후/강사 : 오늘 가르쳤던 걸 다음 날 실제로 해오시는 걸 보면 놀랍죠.]

결국 완성해 낸 영상 자서전을 상영하는 날.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살아있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문기성/수강생 : 조상철 선생님이 집에 몇 번이나 오셔서 아버지를 붙잡고 학교 보내자고… 아버지, 나 중학교 가고 싶어요. 보내 주세요. 왜 그걸 못 했는지…]

[남편을 처음 만나고 한 달 후인 2월 23일에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나라 전체가 격동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했던 세대.

낯선 곳에 떨어진 '시간 여행자' 같은 삶이었다고 말합니다.

[주학석/수강생 : 400~500년 전에 타임머신을 타고 그대로 미래로 날아온 그런 기분이랄까…]

고생과 고난만 이어진 줄 알았는데, 인생을 정리하다 보니 빛나는 순간도 많습니다.

반항도 하고, 투쟁도 하고, 연애도 하던 열정적인 청춘이었고, 자랑할만한 성취도 있었습니다.

[쉰아홉 살 되던 2013년, 수능시험을 쳤어요.]

[제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재능기부, 노력 봉사하고 오면 가슴이 참 뿌듯하고…]

[회사와 클라이언트로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의 보람과 기쁨은 형언하기 어려웠다.]

[남진후/강사 : 자존감이 조금 떨어질 수 있는 시기에 옛 추억,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반추하고요. 지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학석/수강생 : 백세 시대로 보면 3분의 2밖에 안 왔지 않습니까. 제 얘기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이런 영상 하나하나가 가족에겐 큰 선물이 됐습니다.

[문유리/문기성 씨 딸 : 조금 더 아빠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걸 다 감내했다는 사실이 너무 측은하고 그 어린 우리 아빠를 안아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취재지원 :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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