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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가족이 먼저랬다"지만…중국 때문에 펠로시 안 만났다? 의전 '네 탓'까지

입력 2022-08-05 13:52 수정 2022-08-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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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Family is first (가족이 우선이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어제(4일) 우리나라를 다녀간 뒤로 뒷말이 여전합니다. "가족이 먼저랬다"는 이 말은 펠로시 의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이 왜 성사되지 못했는가를 대통령실에서 설명하면서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우리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족이 먼저라고 몇 번씩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만나는 대신 이날 오후 40분간 통화했습니다.

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어제(4일) 통화를 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어제(4일) 통화를 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 윤 대통령은 펠로시 못 만났나, 안 만났나

가족이 우선이라는 말은 미국인들이 의례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냉정하게 받아들이면, 자신이 한국에 와 있는 동안 휴가를 가 있을 윤 대통령에게 펠로시 의장이 예의를 갖춘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펠로시 측이 윤 대통령이 '못 만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한국에 이때쯤 방문할 계획인데 면담이 가능하냐는 전갈이 왔다"며 "(윤 대통령이) 지방 휴가 계획을 예정했기 때문에 그 기간에 서울에 온다면 (만남이) 힘들지 않겠냐고 양해를 구했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얘기가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 촬영 중인 모습. 윤 대통령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휴가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 촬영 중인 모습. 윤 대통령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휴가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그런데도 예민한 시기라 '안 만났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나라에 오기 하루 전 대만을 찾았습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나서면서 극렬히 반발한 상황입니다. 그 불편한 심기는 외교 수장이 한 데 모인 캄보디아에서도 감지됩니다. 중국을 대표해 아세안 회의에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은 어제(4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미국의 정신 나간, 무책임하고,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이라고까지 비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 외교장관은 다음 주 월요일(8일)부터 첫 방중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시점입니다. 대만에서 갓 넘어온 펠로시 의장을 우리 대통령이 만났더라면 중국 입장에서 거슬릴 수는 있었을지 모릅니다.

한일 외교장관이 에워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 부장은 어제(4일)와 오늘(5일)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외교부 제공〉한일 외교장관이 에워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 부장은 어제(4일)와 오늘(5일)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 "누가 마중 가야 했나"…펠로시 와 있는데 책임 돌리기

방한 동안 펠로시 의장에게 외교적 결례가 없었는지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지난 3일 오후 펠로시 의장이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 측에서 아무도 의전 하지 않은 게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회 측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도착 시간이 늦어 미국 측과 실무 협의를 거쳐 공항에는 나가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실도 "국회 의전팀이 영접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 더군다나 공군 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 외교부는 뭐 했냐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어제(4일) 밤 펠로시 의장이 도쿄 외곽의 주일미군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나와 맞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어제(4일) 밤 펠로시 의장이 도쿄 외곽의 주일미군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이 나와 맞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어제(4일) 똑같이 밤늦게 도쿄 외곽의 주일미군 요코다 기지에 펠로시 의장이 도착했을 때 일본 측에서는 오다와라 기요시 외무성 부대신이 나와 영접했습니다. 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내렸을 때도 대만 측에서 조지프 우 외교부장이 맞았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외국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의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며 "(의전 규정은) 국회에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내렸을 때는 조지프 우 대만 외교부장이 직접 나와 영접했다. 〈사진=연합뉴스〉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내렸을 때는 조지프 우 대만 외교부장이 직접 나와 영접했다. 〈사진=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미국 하원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원칙상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는 상대 국가의 국회의장입니다. 이를 감안해 누가 공항에 나가야 했는지를 다 떠나서,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도 여전히 의전 문제로 책임 돌리기를 한 건 외교적으로 불편한 그림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대통령이 유고하기라도 하면 부통령 바로 다음으로 권한을 넘겨받는 미국의 '넘버 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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