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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5세 입학' 계속되는 후폭풍…"협의 통해 방향 결정"

입력 2022-08-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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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데 대해서 여론의 반발이 뜨겁습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3일)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라면서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죠. 어제 열린 간담회장에서도 "국민이 정말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한자를 잘 몰라도 누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겁니다. 국가와 사회의 초석이 되는 만큼 교육은 100년 앞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은 더더욱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겠다는 교육부 계획이 연일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난달 29일) : 영유아 교육을 강화하는 유보 통합을 추진하고,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진입하는 학제 개편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순애 장관, 어제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의견을 듣겠다며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만 5세 입학에 대한 여러 우려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박 장관은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국민이 전부 원하지 않는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겠느냐'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국민들이 만약에 정말로 이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그니까 어떻게 국민들이 전부 원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을 하겠습니까.]

이후 만 5세 입학 정책을 아예 폐기하는 뜻이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박 장관은 오늘 오전에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소통하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학부형님들께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으며 앞으로 시·도 교육감님과 국민이 협의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 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입니다.]

다만 교육부는 "아예 폐기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라며 일단 소통 자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장상윤/교육부 차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이게 폐기라고 보시면은 좀 너무 앞서서 나가신 것 같고요. 하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저희는 받아들이겠다. 다만 이제 논의를 이제부터 시작을 하겠다, 그런 의미로…]

교육부와 박 장관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8월~9월 즈음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조사를 실시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장 차관은 이런 과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어떤 결론, 내지는 대안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책의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뒤늦게 공론화와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겁니다.

만 5세 입학에 대한 반대 여론은 어제 박 장관이 참석했던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장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안 그래도 공부하느라 힘든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앞당길 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박 장관이 그래도 본인 덕분에 정부에 아이를 키우며 겪는 고충을 전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고 답하면서 간담회가 다소 우당탕탕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만약에 제가, 교육부가 업무 보고에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언제 우리가 지난 한 5~60년 동안 이렇게 학부모님들의 목소리, 지금 우리 정 대표의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을 직접 얘기하면서 같이 논의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지금 말씀은 병 주고 약 주는 말씀이신 것 같거든요. 이미 이렇게 다 던져 놓으시고, 팩트 체크 안 한 정보들을 다 던져 놓으시고…}]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가 이야기를 하던 중 박 장관 손을 뿌리치는 것 같은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정지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어제) :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불행하다고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장관님, 장관님에게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박 장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꽤 머쓱했을 것 같습니다. 정지현 대표에게 왜 그랬냐고 직접 물어봤습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우리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정지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뭐, 저도 본능적으로 좀 뿌리치게 된 거 같아요. '장관님 정신 차리시고 우리 아이들이 받을 고통에 더 이렇게 집중해달라'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죠. 7살 아이들도 '아, 나 이제 유치원 졸업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나 지금부터 이제 공부 더 열심히 해야 돼. 나는 이제 공부하는 학생이 되는 거야. 이제 노는 시절은 끝났어' 애들이 그거 다 알고 있어요.]

정씨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조만간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공론화를 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공론화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할 때나 하는 거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건 시민단체 뿐만이 아닙니다. 현직 교사들도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국교총이 지난 1일 현직 초등학교, 유치원 교사들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3시간 만에 1만 6백여 명이 응답을 했는데요, 94.7%가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5.3%에 그쳤습니다. 이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을 밝혔던 현직 초등학교 교사에게 왜 반대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아직도 1학년 중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막 돌아다니는 애 있고 뒤에서 태권도 하고 있고. 만 5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게 되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 집중하는 시간에서도 힘들어하고…]

오늘 새로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교직원, 학생, 학부모 를 대상으로 만 5세 입학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정책 추진 절차가 정당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9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같은 정책 추진 절차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페이스북 / 음성대역) :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정책을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됩니다.]

이처럼 반대 의견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에서도 진화에 나섰습니다.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는 것이 이같은 교육, 돌봄 통합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취학연령을 낮추는 건 여러 장점이 있지만,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며, 국회 입법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상훈/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어제) :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로는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이었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부터 지역 초등학교나 아동센터 현장을 돌아보면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돌봄을 통합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월 20일) : 유보 통합 추진단을 구성하여 단계적으로 유보 통합 실시를 시작하겠습니다. 보육 시설과 유치원의 모든 영유아가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보장하겠습니다.]

정책의 추진 과정을 두고 이런 저런 문제제기가 이어지다 보니, 대통령실에서도 '여론을 살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찌됐든, 교육부는 아이들을 좀 더 일찍 학교로 불러들여, 지역별, 시설별 교육 수준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이유로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거였다면서,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습니다. 박 장관도 국가가 나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교육해, 궁극적으로는 부모들의 부담도 줄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저도 아이를 셋 키우면서 정 대표님처럼 가슴이 아프고 눈물을 흘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여론 수렴을 위한 기회를 계속해서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좀 더 세심하게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수능' 혹은 '교육'을 떠올렸을 때 마음속 한 마디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테니까요. 오늘의 줌 인 한마디는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의 한 장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JTBC '그린마더스클럽' : 매일매일 애들이 놀자고 할 때도 안 놀았어. 보고 싶어도 텔레비전도 다 참았는데. 왜 나만 떨어져? 왜 나만 떨어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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