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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처럼 퍼진 기쁨" '부커상' 후보 오른 뒤 첫 책 낸 박상영

입력 2022-08-02 19:14 수정 2022-08-04 09:58

전염병 덮친 세상 속 애쓰는 30대의 이야기 '믿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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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덮친 세상 속 애쓰는 30대의 이야기 '믿음에 대하여'


“기쁨은 잉크처럼 번지고 슬픔은 파도처럼 덮치거든요, 지금은 기쁨이 온몸에 퍼져 있어요”

박상영 작가(34)는 지난 3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올랐던 사건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전 세계의 작품 중 열 손가락에 꼽힌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며 자신을 칭찬해줬다고 말합니다.

또 '형', '엄마' 같은 한국어 고유명사를 그대로 살린 번역가 안톤 허에 대해 박수를 보냈습니다. 번역이 탁월했다는 겁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덕에 언어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부커상의 후일담을 들려줬습니다.

 
박상영 작가 〈사진 출처=조혜진〉박상영 작가 〈사진 출처=조혜진〉

'믿음에 대하여'는 박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뒤 펴낸 첫 책입니다. 4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겁니다. 직장에서 분투하고, 성 소수자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이어 나가려 애쓰는 30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전염병과 부동산이 세상을 휩쓴 지난 몇 해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도 동시대에 귀 기울여 온 박 작가의 작품답습니다.

특히 코로나 19는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고양시의 누구는 어딜 몇 번이나 갔다', '동선을 보니 불륜 행각이 틀림없다'는 뉴스들이 쏟아지던 때, 작가는 뉴스 이면의 삶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번 책에 실린 단편 '요즘 애들'은 2019년에 구상을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다음 해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작품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기분을 느꼈고, 이들의 '지금'을 들여다봐야겠다는 마음에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습니다.

“오늘 중증 환자는 몇 명이고 사망자는 몇 명이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으니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선 죽음이 자주 등장합니다. 작가는 장례식장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끝맺기도 합니다. 작중에는 코로나 19 대신 '전염병'이라고만 표현합니다.

“질병의 자리만 바뀔 뿐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어도 책이 몇백 년 동안 도서관에 꽂혀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소설 '믿음에 대하여' 〈화면 출처=문학동네〉소설 '믿음에 대하여' 〈화면 출처=문학동네〉
'시맨틱 에러' 같은 BL(Boy's Love) 드라마부터 '남의 연애' 같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어느 때보다 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성 소수자를 조명합니다. 물론 부담감도 느낍니다.
“직접 손을 들고 퀴어 소설 대표가 된 건 아니다”면서 “퀴어뿐 아니라 여성·노인 같은 소수자의 이야기를 잘못 조명할까 봐 늘 두렵다”고 했습니다.

데뷔 때만 해도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느냐'는 질문을 계속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소수자'를 불러내는 일은 그에겐 즐거운 일입니다. “소수라고 믿었던 이야기가 결국 우리 안의 중요한 요소였다는 걸 사회가 깨달아 가는 중”이라는 겁니다. 성 소수자 외에 다른 소수자들도 소설로 불러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믿음에 대하여'까지. 작가는 이 세 권을 '사랑 3부작'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돌로 치면 5년 동안 한 가지 콘셉트로만 활동한 거죠."

3부작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사랑 n부작을 쓸 생각입니다.
“재산을 탕진한 뒤에 또 '사랑밖에 난 몰라'라고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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