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직 헌법재판관이 연루된 의혹으로 뉴스룸을 시작합니다. 당사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입니다.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접대를 한 사람은 법원에서 소송 중이던 A씨입니다. 이들 사이엔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헌재와 법원은 별개의 기관이죠. 그럼에도 A씨는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자신의 재판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법재판관은 장관급 예우를 받습니다. 국회가 탄핵하지 않으면 해임하기 어렵습니다. 헌법이 신분을 보장해준 만큼 그 누구보다 도덕성과 공정함에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첫 소식,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이혼 재산분할 소송 중이던 A씨는 지난해 고교 동창으로부터 새 변호사를 소개받았습니다.
판사 출신인 해당 변호사를 통해 헌법재판관이 재판에 도움을 줄 수 있단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고교 동창이 마련한 골프 자리에는 실제로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나왔습니다.
[A씨 : (고교 동창이) '자기를 통해서 이렇게 하면 이영진 헌법재판관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골프 비용은 A씨가 냈습니다.
4명이서 총 128만 2천 원, 한 명당 30만 원꼴이었습니다.
저녁은 A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A씨 : 그때는 좋은 와인을 미리 준비해놨었죠.]
식사 자리에선 자연스레 A씨 재판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A씨 : (이 재판관이) '가정법원에 내가 아는 부장판사가 있다. 들어보니 참 딱하네. 도와줄게'라고…]
A씨는 다음날 이영진 헌법재판관과 메시지도 주고받았습니다.
이 재판관은 2018년 바른미래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습니다.
헌법재판관은 국회에서 탄핵하거나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히지 않는 이상 해임될 수 없습니다.
일반 법률이 아닌, 최고법인 헌법이 신분을 보증하는 겁니다.
취재진은 이 재판관에게 직접 로비 의혹을 물어봤습니다.
우선 A씨와 함께 골프를 치고 밥을 먹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자신의 고향후배인 A씨 고교 동창이 낸 줄 알았고, A씨와는 그날 처음 본 사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각이 짧았고 부주의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판과 관련해선 "도와주겠다고 말한 적도, 도와준 적도 없다"며 "사건을 청탁하는 줄 알았다면 절대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