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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와 입 맞추라 강요"…고 이예람 중사 부대서 엽기적 성추행

입력 2022-08-02 14:11 수정 2022-08-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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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2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15비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준위 계급의 40대 반장이 20대 초반의 여군 하사를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20비에서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 중사가 전출돼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입니다.

센터에 따르면 피해자 A하사는 직속 상관이었던 B준위로부터 “집에 보내기 싫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나랑은 결혼 못하니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B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A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윗옷을 들쳐 부항을 놓는 등의 성추행도 저질렀습니다. B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나만 믿으면 장기복무가 될 수 있다”라며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을 강요하고 피해자가 통상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배제하며 불이익을 줬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입을 맞추라고 강요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같은 반의 C하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되자 B준위는 “업무를 쉬기 위해선 C하사가 마시던 물을 마셔야 한다”라면서 A하사를 확진자 격리 숙소에 데려갔습니다.

이곳에서 C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했으며, A하사가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C하사의 침을 묻힌 뒤 이를 피해자에게 핥으라고 강요했습니다. 결국 A하사는 B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C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3일 후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어지자 결국 A하사는 지난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B준위는 이튿날 군사경찰대에 입건됐으며 같은 달 26일에 구속됐습니다.

B준위는 구속될 때까지 A하사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내가 죽으면 너도 힘들어진다” “진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해 협박했습니다. 구속기소 된 B준위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이 했던 성추행과 성희롱 행동들에 대해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하사는 피해자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B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격리 중이던 C하사의 숙소를 방문한 것을 두고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죄로 입건된 겁니다. 현재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공군 검찰단에 송치됐습니다.

군인권센터는 A하사에 대한 부대 내 2차 가해도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반의 D원사는 A하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B준위에게 알려줬습니다. A하사는 지난 6월 D원사도 공군 수사단에 신고했으나, 군은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D원사를 A하사와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청원휴가를 낸 A하사는 현재까지도 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의 신고 후 상황을 보면 과연 공군이 불과 1년 전 성추행 피해로 인한 사망사건을 겪고 특검 수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공군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라면서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인권위원회에도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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