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보시는 건 지난해 숨진 전두환 씨의 대통령 취임사를 적은 병풍입니다. 3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고 떠난 전씨 집에서 그나마 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유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년 전 서울시가 이 병풍을 압류하겠다면서 노란 딱지까지 붙였지만, 아직까지 집행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병풍은 자택 응접실의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고 그 앞엔 전씨 유골함과 영정 사진까지 놓여져 있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임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80년 9월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는 정의로운 민주 사회를 약속하는 취임사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두환 씨/1980년 9월 취임식 :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복지국가는 우리 정치 풍토에 맞는 민주주의를 이 땅에 토착화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
5500자 넘는 취임사는 병풍으로 만들어졌고 수십 년간 전두환 씨 자택 응접실을 장식해왔습니다.
4년 전 서울시는 9억8천만 원대 밀린 지방세를 충당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 이 병풍과 그림 등 9점을 압류해 노란 딱지를 붙였습니다.
압류품 집행이 미뤄지다, 전씨 사망 이후에야 서울시가 다시 압류품 처분 절차에 나섰습니다.
서울시 측은 지난달 해당 병풍의 감정가를 산정하기 위해 전씨 집을 찾았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병풍은 현재 유리벽에 싸여 있어 집행을 하려면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병풍 감정가보다 수리 비용이 더 들 경우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겁니다.
특히 병풍 앞엔 아직까지 전 씨의 영정 사진과 국화꽃 그리고 유골함까지 놓여있습니다.
아직까지 장지를 찾지 못해 응접실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정주교/변호사 : (전두환 전 대통령이) '휴전선 부근에 묻어줬으면 좋겠다' 말씀을 하셔서 그 부분으로 장지를 찾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4년 전 압류한 물건 중 판매한 것은 그림 두 점 뿐으로 6900만 원 정도를 충당했습니다.
나머지 9억2천만 원대 체납 지방세와 300억 원 넘는 국세는 단독 상속자인 이순자 씨가 한정 승인으로 떠안게 됐습니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받은 재산 안에서만 빚을 갚을 의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씨가 공식적으로 상속받은 것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지식재산권 뿐입니다.
현재 이 책의 출판을 둘러싼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라 사실상 값을 매기기 힘든 재산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세금 납부 의무가 사라져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는 감정가와 수리 비용이 산정되는 대로 전 씨의 압류품 처분 여부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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