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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수' 빗댄 이준석, 인기는 '역주행'…복귀 멀어지나

입력 2022-08-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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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준석 대표의 거취,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당원권 정지 처분 기한이 지나기 전에 새로 당 대표를 뽑는다면 복귀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죠. 정작 징계 이후 공식 일정 없이 전국을 돌고 있는 이 대표의 인기는 일단 수치상으로는 높아지고 있지만, 당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을 '줌 인'에서 정리했습니다.

[기자]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가져다주는 신비한 반지가 있습니다. 이 반지의 소유자는 강력한 어둠의 힘을 갖게 되고, 죽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반지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는데요, 한때 인간이었던 골룸과 나즈굴은 반지를 향한 뒤틀린 욕심에 눈이 멀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끔찍한 형상의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패러디의 소재가 됐었던 골룸. 주말 사이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에 등장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어제, 페이스북 / 음성대역) :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도 아니고, 제도 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 국민들이 다 보는데, my precious나 계속 외치고 다녀라.]

이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에서 내려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배현진, 조수진 두 의원을 겨냥한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두 의원은 국민의힘 내홍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로서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기로 했죠. 이 대표는 이들이 현실판 절대반지, 그러니까 여당인 국민의힘 당권을 노리고 내린 결정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글쎄요, 두 의원의 진짜 의중은 본인들 외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대표는 두 의원의 이같은 행보를 포함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연일 비판적인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번엔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행위, 이른바 사자성어 '양두구육'이나 다름없다고 비난을 했었는데요, 이번엔 '구두구육'입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어제, 페이스북 / 음성대역) :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

이전엔 정치개혁 등 국민들 보기 좋은 말을 앞세워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 이런 뜻으로 풀어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당내 이른바 '윤핵관' 세력들을 향한 톡톡 튀는 발언과 강도 높은 비난, 이 대표식 페이스북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죠. 윤리위에서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이후에도 쭉 계속되고 있습니다. 좀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페이스북만큼은 조용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앞서 울릉도를 찾아갔을 때는 이렇게 적었었죠.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 음성대역) :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

여기 나오는 '그 섬'. 아마 여의도일 겁니다. 근데 이렇게 말로만 하면 재미가 없죠. 주말 사이엔 노래를 한 곡 추천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의 OST인데요. 영화 주인공 중 하나인 에스메랄다가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기도하는 장면에 삽입된 곡입니다.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정의로움을 꿈꾸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대표와 에스메랄다가 꿈꾸는 세상이 얼마나 같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대표는 이 노래를 '그 섬'에 있는 영혼 없는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했습니다. 역시 여의도 윤핵관 세력들을 겨냥한 것이겠죠. 이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히는 세력들은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29일) : 국정을 뒷받침하는 일보다는 늘 뒤에서 조롱하고 발목 잡고 또 이렇게 방해하는 일들이 대다수였죠. 그래서 내부 총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까지 비대위 체제로 운영을 앞두고 있다 보니,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 대표 고민도 날로 깊어갈 것 같습니다. 게다가 비대위 체제가 사실은 이 대표 징계 시한이 끝나기 전에 당 대표를 새로 뽑으려는 큰그림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당 대표로서의 정계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정미경/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이준석 대표가 돌아오기 전에 그 6개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인기는 오히려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인데요, '이 대표 징계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8.8%, 거의 70% 가까이가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겠지만, '윤핵관들로부터 탄압을 받아왔다'는 취지로 주장해 온 이 대표 측 메시지가 어느 정도 일반 국민들에게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엔 이 대표가 지금은 징계 상태지만, 조만간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이준석 대표가 나름대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잖아요. 지금도 차기 당대표로 1위 아니에요? 6개월 후에 전당대회가 있다고 하면 당대표로 당선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어렵다고 하면 저는 내후년 총선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러한 것을 계속 만들어 낼 거예요.]

덩달아 당 안팎에서도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 입장을 밝힌 것과 비대위 체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대표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용태/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리 당은 비대위가 들어서게 하려고 지금 비상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저는 저희, 도저히 지금 이해할 수 없고…]

이런저런 관측과 의견들이 부딪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누가 뭐라든 전국 순회 일정을 계속하고 있죠. 현재까지 부산, 강원도, 춘천, 진도, 울릉도, 경주를 방문했습니다. 매번 일반 당원과 청년들로부터 만남 신청을 받았고, 때로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유튜브 'JTV뉴스' / 지난달 21일) : 어떻게 이렇게 처음 만나가지고 다들 얘기하는지 신기할 텐데 주제는 아마 윤핵관 욕이 될 거예요.]

지지자들을 향한 당원 가입 독려 메시지도 뚝심 있게 내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고민이 많을 때는 당원 가입을 하면 됩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 입당을 할 수 있는 주소까지 공유했습니다. 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으로 가입하라는 권유를 한 것만 벌써 5번째입니다. 향후 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요. 과연 연일 계속되는 국민의힘 내홍이 이 대표에게 독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줌 인의 한마디는 다시 '반지의 제왕'으로 돌아가서 찾아보겠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 차라리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우리 모두 인생에서 스스로 의도하지도 않은 수많은 순간을 겪게 된단다. 다만 우리는 주어진 그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결정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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