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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각색? 아무 긴장 안 해"…'미키7' 원작자가 말하는 '봉준호 SF차기작'

입력 2022-08-01 09:38 수정 2022-08-01 10:36

"'기생충'·'옥자'와 비슷한 점 있어…캐스팅 너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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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옥자'와 비슷한 점 있어…캐스팅 너무 신났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7'의 원작 소설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작가인 에드워드 애슈턴과 화상으로 만나 작품과 영화화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SF 장편 소설 '미키7'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실험체로, 죽더라도 지난 삶의 기억을 이어받습니다. 마치 잠에서 깬 것처럼 말이죠. 제목은 여섯 번 죽은 '일곱 번째 미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미키가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배경은 먼 미래 미지의 개척지 행성 '니플헤임'입니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이 '곤경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인물이 유니크한 상황에 처한다”면서 “'기생충'과도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줬습니다.

애슈턴이 쓴 소설은 320페이지. 하지만 봉 감독은 120페이지의 스크립트로 바꿨다고 합니다. 봉 감독의 '옥자'를 제일 좋아한다는 애슈턴은 “하나도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나쁜 영화를 한 번도 만든 적이 없고 내 영화가 그의 첫 번째 나쁜 영화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봉 감독의 각색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영화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비'가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만듭니다. 촬영은 다음 달부터 들어갑니다. 로버트 패틴슨, 틸다 스윈턴,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화제입니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출처 황금가지출처 황금가지
'미키7'은 복제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 특별히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순간 이동 역설'에 관심이 많았어요. 철학적으로 접근했습니다. 17세기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죠. 만약 당신의 기억, 꿈,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거나 EDM 음악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들까지 다른 몸으로 옮길 수 있는 걸까요? 옮길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당신과는 다른 사람일까요?

어릴 때 '스타 트렉'을 좋아했는데요. 순간 이동을 하는 건 그 사람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것 같았죠. 그게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주인공의 삶이 복제된다면 그건 미키 반스일까요, 아니면 그는 죽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걸까요. 그걸 이론적으로 묻고 싶었습니다.

'기생충' 다음 영화라는 데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영화화가 처음 결정됐을 땐 어떠셨어요?
저는 제 아내와 함께 아침 식사를 먹고 있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메일이 왔어요. 제가 핸드폰을 열어봤을 때 아내는 “왜 그래? 누가 죽었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얼굴이 너무 창백해졌거든요. 저는 “아무도 안 죽었어. 너무 좋은 일이야”라고 말했죠.

정말 며칠 동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의 작품과는 좀 다르죠. 이 책은 SF 장르고요. '기생충'은 현대적인 작품이죠. 하지만 닮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 감독은 계층의 갈등을 다뤄 왔어요.

'미키7'에도 비슷한 주제가 있습니다. 작품 속에는 많은 엘리트가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미키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유일하게 엘리트가 아니죠. 동료들을 위해서 더러운 일과 위험한 일을 도맡아야 하죠. '기생충'에 있는 유머 같은 것도 들어 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은 잘 생겼잖아요. 별로 안 평범한데요.
하하하. 맞아요. 제 마음속에서 미키는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아니죠. 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은 맡은 역을 잘해낼 수 있을 겁니다.

봉준호 감독과 통화하셨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를 하셨어요?
2시간 넘게 통화를 했는데요. 정말 정말 흥미로운 대화였습니다. 봉 감독의 지식은 내 책을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 '크리퍼스'(작품 속 외계 종족)가 어떻게 번식하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전 완전히 방심했죠. 전 멈춰서 “엄마 크리퍼랑 아빠 크리퍼랑 사랑을 하나?” 생각했죠. 봉 감독은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돔'은 어떻게 생겼는지, 풍경은 어떤지 물었어요. 그가 얼마나 책에 대해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고, 잊을 수 없는 엄청난 대화였습니다.

봉 감독은 주인공 '미키 반스'를 찌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는 인물이라고 말했어요. '기생충'과도 비슷하지만 얼음 행성이라는 점에서 '설국열차'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봉준호 감독의 세계와 '미키7'은 비슷한가요?
가장 명백한 건 계급 갈등이죠. 봉 감독이 여러 번 작업했으니까요. 또 '자원 고갈'과 자원이 부족한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건 '설국열차'와 '미키7'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다른 지적인 존재와의 소통과 이해는 '옥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외계인이지만요. '옥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다른 영화에 비해 홍보가 덜 되긴 했지만 훌륭한 걸작입니다. 이 영화는 다른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입니다. 돼지가 마지막에 인류를 이해하듯이 '크리퍼스'도 비슷하죠.

'설국열차'도 원작이 있지만 영화는 많은 부분이 각색됐습니다. 봉 감독은 '미키7'에 대해서도 '내가 흙탕물을 좀 뿌리겠죠?'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봉 감독은 나와 대화하면서 영화와 책은 분명히 다른 예술의 형태라고 말했어요. 저는 350쪽짜리 책을 썼지만 그는 120쪽의 스크립트를 준비하고 있죠.

당연히 달라질 겁니다. 아마도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에도 뭔가 추가될 거예요. 책에는 제가 생각하기엔 사소한 부분도 있지만 그는 매우 흥미로워했습니다. 책에서는 작은 서브플롯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고요.

저는 봉 감독이 각색하는 것이 무척 고맙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면 좀 긴장했을 거예요. 하지만 봉 감독과는 전혀 긴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한 번도 나쁜 영화를 만든 적이 없고 이 작품이 그 첫 번째가 될 것 같지도 않아요.

미키 반스는 유일한 존재로 작품 안에서는 소수자입니다. 차별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로 나약해 보이지는 않아요. 소수자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쓰려고 하셨나요?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저는 인종적이나 문화적인 소수자에 대해 쓰려고 한 건 아닙니다. 그는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부유한 엘리트고요.

저는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입니다. 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실지도 모르지만 '헝거 게임'에선 13구역으로 나오는 곳이죠. 굉장히 가난한 곳입니다. 저는 장학금을 받고 사립대학에 들어갔는데요. 그래서 부자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가져와서 미키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세요?
꼭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작품 안에서는 아주 작은 역할입니다. 영화에서는 더 큰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그웬'인데요. 그녀는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되기 전에 심사하는 사람입니다. 그 장면을 쓰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는 매우 거칠지만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나쁜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저는 그녀가 영화에서 꼭 좋은 역할로 나오길 바랍니다.

캐스팅은 어떠세요? 엄청난 배우들이 참여합니다.
너무 신났습니다. 저는 나오미 애키가 나샤(주인공의 여자친구)를 환상적으로 연기할 거라고 봅니다. 로버트 패틴슨도 좋죠. 너무 잘생기긴 했지만요. 잘해줄 겁니다. 마크 러팔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을 좋아하고, 굉장히 흥분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익스펜더블'이라는 기술에 대해서 찬성하시겠어요?
아뇨, 절대 아닙니다. 저는 불멸을 믿지 않아요. 과학자들이 죽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업로드하는 기술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신의 복제를 만들어도 그건 당신이 아닙니다. 쌍둥이일 뿐이죠. 아무 이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말씀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과 영화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둘 다 보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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