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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삶의 흔적 그대로…늘어나는 '온라인 추모관'

입력 2022-07-30 19:28 수정 2022-07-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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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공간이 점점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사진도 글도 디지털 공간에 남기니까 생전에 남긴 것들을 모두 모아 온라인에 정리하는 추모관이 늘고 있는데요.

어떤 방식인지, 플랫폼 뉴스를 전하는 매트릭스 구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오늘 아침, 아버지 방식으로 토스트를 구웠는데 그런 맛은 안 나더라. 정말 아버지만의 노하우가 있었던 듯하다."

"돌 사진을 찍을 때 아버지께서 곁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가슴에 느껴져 슬펐습니다."

2006년 예순 한 살에 세상을 떠난 구지회씨, 갑작스러웠던 이별의 빈자리는 컸습니다.

[구자규/고 구지회 씨 아들 : 강아지한테 설명을 못 하니까…하염없이 아버지가 집에 안 들어오니까 기다리는 거예요. 잠도 문 앞에서 자고…]

사진과 추억을 보관하기 위해 추모 블로그를 만든 지 벌써 16년.

[블로그 서버에 저장해놓으면 오래 가지 않을까…]

아버지의 예전 글과 기사들도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아버지의 글 찾을 때 기분은?} 반갑죠. 아버지가 이런 글을 썼었나 너무 새롭죠. 그 글을 읽으면서 의외의 아버지의 모습도 한 번 알게 되고…]

한 공간에 담긴 아버지의 인생, 예상치 못한 손님들도 계속 찾아왔습니다.

"신입직원 때 구 박사님이 해주셨던 좋은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어제 진로를 묻는 학생에게 활용했어요."

"별의별 엉뚱한 질문들을 던지면 귀찮기도 하셨을법 한데, 별기과학자님의 친절한 답변에 과학자의 길을 걷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정승 죽으면 정승 장례식은 안 오고 정승 개가 죽으면 장례식에 많이 온다 그러는데, 경제적으로 안 좋았었지만 주변에 사람이 계속 있었더라고요.]

2년 전 어머니를 떠나 보낸 박세희 씨.

[박세희/고 복진옥 씨 아들 : 모든 순간에 생각이 나기 때문에 잊을 수 없었고 하다못해 양치할 때도 생각나기 때문에…]

추모 공간에 일상을 잠식한 어머니의 기억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분리를 안 하면, 기록을 하지 않으면 정말 모든 순간에 생각이 나기 때문에 기록을 하면서 좀 감정을 다스리고 했던 것 같아요.]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어머니,

[사회적 업적이 있진 않으셨는데 제 개인에게는 거의 세상의 전부 같은 존재셨죠.]

세상에 남긴 흔적이 많지 않아 더 아쉽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흔적 없이 살다가 가는데, 사실 매일의 작은 삶이 되게 소중하고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복지부가 만든 온라인 추모와 성묘 서비스.

지난 해 이용객만 20만 명이 넘습니다.

'비대면 명절'을 넘어 가족, 친척이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자는 취지도 담았습니다.

고인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가족들의 기억을 나눌 수 있게 한 겁니다.

외국에선 이런 서비스의 인기가 높습니다.

장례식 등 추모 의례만으론 고인의 인생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기억을 온라인에 영구적으로 저장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자신의 기념관을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살아생전 삶의 공간이었던 소셜미디어 계정이 그대로 기념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애도방식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아버지 흔적 쫓으면서 슬퍼할 거냐고…]

[가신 분은 가시고 싶을 수도 있는데 너무 많은 자료를 남기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위안이 더 컸다고 말합니다.

[박세희 :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이걸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구자규 : 항상 아버지의 사진이나 아버지의 자료가 제 인생과 같이, 제 삶과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입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취재지원 :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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