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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희귀 꽃' 위로 내려앉은 죽음…대나무 고사 원인은

입력 2022-07-25 20:41 수정 2022-07-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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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치 벼이삭 같은 이 꽃은 길게는 120년 만에 핀다는 대나무꽃입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인데요. 그런데 이 대나무가 꽃을 피운 뒤에 전부 말라 죽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대나무숲에 직접 가서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전남 담양의 한 마을입니다.

푸른 숲 가장자리에 누렇게 말라버린 대나무가 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나무에 꽃이 핀 뒤 벌어진 일입니다.

숲을 가꾸는 전남 나주의 한 연구소도 상황은 같습니다.

[박종석/전남산림자원연구소 팀장 : 개화가 이뤄진 뒤 줄기나 잎이 전부 다 갈색으로 변하면서… 대나무숲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대나무숲 집단고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경남 밀양은 더 심각합니다.

대나무잎은 바싹 말라서 다 떨어졌고, 줄기도 썩어서 그대로 꺾여버렸습니다.

[박재찬/주민 : 원래 꽃이 안 피거든. {대나무에 꽃이 핀 걸 본 적이 있으세요?} 없습니다. 올해는 이상하게 꽃이 피네.]

[김삼도/주민 : 대나무꽃이 피면 전쟁 난다고 했어. {왜요?} 그만큼 어렵다는 거지. 100년 만에 필까 말까 한다는 거야.]

숲은 푸름을 잃어버렸습니다.

대나무숲 안쪽으로 더 들어와 봤습니다. 벼이삭 같은 대나무꽃이 핀 뒤에 이렇게 전부 말라 죽었습니다.

[윤정년/주민 : 대나무가 잎이 원래 새파래야 하거든요. 이 부근에 전부 댓잎이 다 저렇게 됐어요. 제가 80살이 넘었고 밀양 산 지 40년째거든요. {대나무가 죽은 건 처음 보세요?} 처음 보죠.]

대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등 전쟁통에서도 살아남은 걸로 알려집니다.

[박일출/주민 : 내가 베트남에서 2년 넘게 전쟁을 한 사람이에요. 대나무는 죽지도 않았다고. {월남전 때 고엽제를 쳐도 대나무는 죽지 않는다?} 그렇지. 고엽제를 뿌려도 고사되고 이러진 않았거든.]

그럼 대나무가 왜 죽는 걸까.

기후변화, 영양부족, 병충해 등 여러 추측이 오갑니다.

[주민 : 우후죽순이라고…비가 온 뒤에 대나무가 솟아오르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가뭄이 계속됐어요. 비가 거의 안 왔어요.]

[안재성/주민 : 상당히 춥고 더운 곳이다. 아주 추워. 혹한이라고 하지. 너무 추워서 그런 현상이 오는 거 아닌가.]

[주민 : 여기서 뭐 하는데? {대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어서…} 저기 대나무숲 갔다 왔나? {네, 갔다 왔어요.} 누가 일부러 죽이려고 약 친 거다.]

밀양에서 1시간 30분쯤 떨어진 경남 하동입니다.

섬진강 대나무숲길로, 푸른 대나무가 절경을 이룹니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마을을 항공 촬영해보니 이곳 역시 담양, 나주, 밀양과 같습니다.

불과 3년 전 위성사진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숙주/주민 : {주민들은 뭐라고 말씀하세요?} 왜 죽는지 그 원인을 못 찾겠다고. {푸른 대나무가 아니라 완전 누렇게…} 썩으니까 잘라서 눕힌 거예요. 보기 안 좋으니.]

정부가 원인을 찾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정재엽/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1977년 산림청 통계 보면 그때 당시 지리산 일대 대나무 면적이 7500㏊였는데 이 중 3500㏊가 개화 후 고사했다는…이후로 처음인 거예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아주 끈질기고 굳셉니다.

늘 곧고 푸른 잎과 줄기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공기를 맑게 하는 일을 합니다.

지금 이 숲의 장면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봐야 할 현장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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