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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노동자 마지막 동선 살펴보니...배수 불량 확인 후 이동 중 사고 발생

입력 2022-07-15 18:15 수정 2022-07-15 18:43

철도노조 "인력 부족과 잘못된 지시가 사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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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인력 부족과 잘못된 지시가 사고 불렀다"

서울 중랑역에서 배수로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진 노동자의 마지막 동선이 파악됐습니다.
코레일이 내부 공유를 위해 만든 초동조사보고서에는 숨진 A 씨가 어떤 경로로 열차에 부딪혔는지 사고 발생 경위가 나와 있습니다.


폭우로 배수로 이상 점검 위해 선로변 진입

사고가 일어난 지난 수요일 A 씨와 시설관리원 2명은 중랑역 배수구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를 받고 오후 4시 16분경 점검을 위해 선로변에 진입했습니다. 선로 끝에는 선로와 승강장의 물이 모이는 집수대가 있는데 이날 오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안쪽에 있는 배수구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작업자들이 진입한 첫 번째 배수로엔 이상이 없었는데, 두 번째 배수로에 이상이 파악돼 시설관리원 2명이 보수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이날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열차 운행을 감시하는 열차감시인을 맡았습니다. 코레일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CCTV 상으로 A 씨는 오후 4시 22분쯤 ITX청춘열차가 지나는 3번 선로 중앙으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CCTV상으로 확인된 A씨의 이동 모습 〈사진=코레일, 장경태 의원실〉CCTV상으로 확인된 A씨의 이동 모습 〈사진=코레일, 장경태 의원실〉

당시 해당 열차를 운행하던 기관사는 A 씨를 50m 앞에서 발견하고 비상제동을 걸었지만 차가 완전히 멈췄을 때는 이미 80m가량 지난 뒤였습니다. 기관사는 의식을 잃은 A 씨를 발견해 인근 역장에게 알렸습니다. 119 구급대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철도경찰은 코레일 관계자들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선로와 승강장의 물이 모이는 집수대. A씨와 동료 작업자는 이곳을 점검 중이었다. 〈사진=JTBC〉선로와 승강장의 물이 모이는 집수대. A씨와 동료 작업자는 이곳을 점검 중이었다. 〈사진=JTBC〉

'의사소통체계 점검하라'는 국토부장관…노조 “본질 비껴간 처방”

한편 어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로에 작업자가 있었는데도 열차가 서행하지 않고 정상운행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선로출입 시 반드시 관제 승인을 받고, 관제와 철도종사자 간 의사소통체계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진단은 사고의 본질을 비껴간 처방”이라며 국토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노조는 “이번 사고의 핵심은 통상적인 선로작업에서 이뤄지는 관제 승인 절차와 열차 차단 조치 등의 절차가 왜 생략된 채 진행됐는지 살펴야 한다”며 “관제와 철도종사자의 의사소통 체계를 지적하는 것은 관제권 공단 이관을 위한 명분 만들기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 조사 중인 코레일 관계자 〈사진=JTBC〉사고 직후 현장 조사 중인 코레일 관계자 〈사진=JTBC〉

노조 “인력 부족과 잘못된 지시가 사고 불러”

노조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사고 당일 선로작업 시 투입됐어야 하는 작업책임자는 전날 다른 조 야간근무 작업을 끝내고 대체휴무 중이었습니다. 철도노조 측 관계자는 어제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인원 부족 상태였기 때문에 A 씨가 열차감시 외의 작업을 하려다 사고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작업 전에 작성돼야 할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고 사업소장의 구두 지시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리자가 작업계획서를 쓴 뒤 관련 부서와 열차운행에 관해 협의했어야 했지만 이 과정이 빠졌다는 겁니다.

코레일 측은 “해당 보고서는 초동 보고서로 A 씨 과실이라는 결론 내린 적 없다”며 보고서 내용을 잠정결론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와 철도경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사고가 난 중랑역 선로 주변 〈사진=JTBC〉사고가 난 중랑역 선로 주변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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