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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학교 입구 막은 차량들에…'음식물쓰레기 행군'

입력 2022-07-15 20:29 수정 2022-07-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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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면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쓰레기통을 끌고 200미터를 걸어가는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 정문 쪽에 주차돼 있는 차들 때문이라는데, 무슨 일인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곳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한 중학교 앞입니다.

중학교 정문, 이어진 도로는 원칙적으로는 주차가 금지된 공간입니다.

바닥을 보면 이렇게 황색 실선이 하나가 있는데요.

하나가 표시된 곳은 요일, 시간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곳은 밤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주정차가 허용되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차량 하나가 정문 앞을 가로막은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차들 때문에 학교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겁니다.

밤 12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멀리서 다가옵니다.

차들을 피해 느릿느릿 내려옵니다.

차량이 멈춘 곳은 학교 정문이 아닌 후문 쪽 길, 이미 주차된 차들 때문에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우고 작업합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기사 : 정문이 하도 출입이 안 되니까 학교에서 '그러면 여기에다가 (배출을) 해놓겠다.' 그냥 힘들게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고 아예 그냥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만 비켜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기사 : 차량이 좀 고립된 것 같은데요. 거의 항상 이래요.]

골목을 조심히 빠져나가고 중앙선을 밟고 주행합니다.

학교 앞 길목은 이날 그나마 주차된 차가 적은 편입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기사 : 양쪽에 차량이 있으면 여기서부터 아예 못 들어가니까요. (여기 지나가실 때도 불안하세요?) 네, 여기도 상당히 좁아서…]

지금 시각 새벽 1시 44분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작업을 하고 있을 시간대인데요.

옆으로 와보면 물류 차량 한 대가 정문 앞에 주차를 해놨습니다.

차를 이렇게 대 놓으면 수거차량이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기사 : (차를 긁으셨다거나…) 그럴 뻔한 적은 많죠. 일단은 다닐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틀 동안 학교 급식으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원래는 쓰레기 수거차량이 정문을 통해 들어와서 바로 수거를 해가야 하지만, 지금은 출입이 어려워 조리 종사원분들이 멀리 떨어진 후문까지 가지고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음식물쓰레기 90L가 든 통을 하나씩 끌고 갑니다.

급식실에서부터 후문까지의 거리는 230m 정도, 가다가도 힘에 부쳐 멈춰섭니다.

[급식실 조리 종사원 : 무거우면 여기 말고 중간에 가서 쉬었다가 또 가고 그래요. 음식물이다 보니까 냄새나고…]

[급식실 조리 종사원 :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생각이 들어요.) 정문에서 빨리 음식물을 가져가시고 빨리 처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마저도 다음 주 방학식 전까지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업체가 작업이 곤란하다며 더 이상 계약을 이어나갈 수 없다 했기 때문입니다.

[광주효광중학교 영양사 :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또 그럴 거예요.]

수거가 안 돼 쓰레기를 일주일 가까이 묵힌 적도 있습니다.

[광주효광중학교 영양사 : 냄새 엄청 심했고요. 잔반 상태에서 구더기가 생겨 있고, 교문 앞에 난리가 났었고. 그 상황이 다시 발생할까 봐 진짜 솔직히 무서워요.]

다른 업체들에 연락해봤지만, '검토해보겠다'는 1곳 빼고 모두 거절했습니다.

[김종근/광주효광중학교장 : 주민들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건 잘 안다. 그리고 안타깝다. 그러나 학교에 소방이나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민들께서도 학교 진출입로는 24시간 개방돼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박형민/광주효광중학교 운영위원장 : 이쪽은 24시간 주차가 불가능한 황색 복선으로 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광주광역시 서구청은 학교 인근 상가 관계자와 주민들 동의를 받아 한쪽 주차제를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정문 앞, 지금은 차가 없지만, 밤이 되고 문이 닫히면 이 앞엔 또 차가 들어설 겁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주민 편의와 학교 위생 두 가지 모두 지킬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합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유정배 / 인턴기자 : 성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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