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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무면허 킥보드' 책임 안 지는 업체들..."약관·팝업 안내했다, 가해자에 따져라"

입력 2022-07-11 18:00 수정 2022-07-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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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면허 킥보드에 다쳤는데..."안내했으니 책임없다"?


 
〈사진=JTBC〉〈사진=JTBC〉

지난달 16일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던 초등학생 이모 군이 마주오던 킥보드와 충돌해 다쳤습니다. 알고 보니 인근 고등학생 2명이 면허도 없이 킥보드를 빌려 타다 낸 사고였습니다. 피해 아동은 얼굴과 어깨 등을 다쳤고 2주 동안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얼굴에 난 상처가 흉터로 남을 수도 있어 지금도 계속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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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가입 -〉 카드 등록 -〉 QR코드 '찰칵'…"띵동, 대여 완료!"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계속 늘자,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습니다. PM(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려면 △2종 원동기 이상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안전모도 꼭 써야합니다. 또 △2인 이상 타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그런데 면허도 없는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킥보드를 빌려 탈 수 있었을까요? (아직도) 면허가 없는 취재진이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어플을 깔고 본인인증을 하면 회원가입이 끝납니다. 1분이 채 안걸렸습니다. 킥보드를 타려면 '결제 수단 인증'이 필요한데요,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하는 데는 30초가 더 걸렸습니다. 이제 거리의 킥보드를 찾아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대여가 됩니다. 1분 30초 남짓 걸리는 과정에서, 운전면허증을 인증해야 한다는 안내는 없었습니다.

면허가 없으니 운전해볼 수는 없었지만, '띵동' 소리가 나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반납하자마자 돈도 빠져나갔습니다.

 
전동킥보드 결제내역 캡쳐 〈사진=JTBC〉전동킥보드 결제내역 캡쳐 〈사진=JTBC〉

◆ "면허 인증 없이 빌려준 업체도 문제" 항의하자 돌아온 답은...

이 군의 아버지는 취재진에 "면허도 없고 교통 지식도 부족한 학생들이 쉽게 빌릴 수 있었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킥보드를 빌려준 업체에 직접 전화해 문의도 해봤다고 합니다. "업체엔 책임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래는 대화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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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성년자들이 쉽게 탈 수 있으니 문제 아닌가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 없다는 건가요?" (이 군 아버지)
A: "본인이 직접 준수해 주셔야 하는 법규이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는 보장이 불가합니다." (A 킥보드 대여업체)

Q: "업체에서 관리 안 하고 학생들 막 타게 해놓고, 가해자 탓만 하는 게 맞나요? 충분히 못 타게 할 수 있잖아요."
A: "저희가 친 게 아니잖아요. 가해자가 친 거 잖아요." … "이용약관하고 팝업으로 다 안내돼 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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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취재진도 이 업체에 면허 인증 절차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용자에 대한 실시간 면허 인증시스템은 마련돼있지 않지만, 면허 등록 및 안전에 대한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실시간 면허 인증시스템'이 없을까요?
또 '면허 등록·안전에 대한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을까요? 다른 대여 업체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 '적극적 안내'라더니…작은 글씨로 '2번' 안내

A업체에 회원가입을 하고 킥보드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안내'를 받았는지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작은 글씨로 두 번 안내를 받았습니다.
 
A킥보드 업체 가입 안내화면 캡쳐 〈사진=JTBC〉A킥보드 업체 가입 안내화면 캡쳐 〈사진=JTBC〉
회원가입 할 때 동의해야 하는 화면입니다. 작은 글씨로 '적법한 운전면허증 소지자만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라고 명시돼있습니다. 아래에는 '무면허 운전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위법한 행위로 인한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A킥보드 업체 팝업 화면 캡쳐 〈사진=JTBC〉A킥보드 업체 팝업 화면 캡쳐 〈사진=JTBC〉
킥보드를 대여하기 직전 읽고 동의해야 하는 팝업 화면입니다. '운전면허증(원동기 면허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등 안전과 관련된 여러 안내가 나옵니다.

 
전동킥보드를 빌리려 하자 '면허 인증이 필요하다'는 팝업 화면이 뜬다. 실제로 이 어플에서는 면허 인증 없이 전동킥보드 대여가 불가능하다. 〈사진=JTBC〉전동킥보드를 빌리려 하자 '면허 인증이 필요하다'는 팝업 화면이 뜬다. 실제로 이 어플에서는 면허 인증 없이 전동킥보드 대여가 불가능하다. 〈사진=JTBC〉
반면 위 사진처럼 "운전면허를 등록하지 않으면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안내의 기준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무면허로 킥보드를 빌리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결국 '소극적인' 안내였다는 뜻 아닐까요?

◆ '실시간 면허 인증시스템' 정말 없을까…다른 업체들은?

취재진은 국내의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어플 12개를 다운로드해 확인해봤습니다. 각 어플에 △면허를 '인증'하는 기능이 있는지, △면허를 인증해야만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는지, 또 △인증한 면허증이 정말 유효한 면허증인지 확인하는 기능이 있는지 등을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그래픽=JTBC〉〈그래픽=JTBC〉

먼저 '실시간 면허 인증 시스템이 없다'고 말하던 A업체의 경우, 면허를 인증하고 유효한 정보인지를 확인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면허 인증 없이도 탈 수 있게끔 해둔 것 뿐입니다.

A업체처럼 면허 인증 시스템도 있고, 실제 면허증이 맞는지 확인하는 기능도 있는 업체들은 12곳 중 8곳이나 됩니다. 대부분 도로교통공단의 '면허증 진위여부 확인' 기능을 이용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 7개의 업체들은 인증 없이도 킥보드를 빌릴 수 있게 해뒀습니다. 이 중에는 면허가 없으면 최대 속도에 제한이 있다고 안내하는 업체도 있는데요, 면허 유무와 최대 속도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12개 중 3개의 업체에서는 면허 인증을 요구하면서도 그 진위를 가리는 절차가 없었습니다. 운전면허증 대신 주민등록증 사진을 넣거나, 무작위로 숫자를 입력했는데도 문제없이 킥보드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등록하는 기능이 아예 없는 업체도 한 곳 있었습니다.

결국 취재진이 확인한 12곳의 업체들 중, 유효한 면허를 인증해야만 킥보드를 빌릴 수 있는 업체는 단 한 곳 뿐이었습니다.

무면허 운전을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이야기도 나옵니다. 김필수 한국 PM협회장은 "PM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면허를 도입해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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