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금 얘기한 이런 에어컨 바람이 아예 닿지 않는 곳들도 있습니다.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못하고, 달아준다고 해도 손사래 치는 쪽방촌 주민들의 이야기는 공다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마에서 땀이 맺힙니다.
작은 선풍기로 최고 기온 35도를 달하는 무더위를 상대하기는 벅찹니다.
[A씨/쪽방촌 주민 : (많이 더우시죠?) 말도 못 하죠, 그냥. 해마다 조금 덜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덥네요.]
쪽방이 모여있는 건물의 2층 복도를 따라가면 버젓이 에어컨이 달려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달아줬지만 코드는 뽑혀 있고, 덮개까지 덮혀 있습니다.
또 다른 쪽방촌입니다.
에어컨이 있지만 한창 더운 대낮엔 꺼두고 오후 6시쯤부터야 틀기 시작합니다.
[B씨/쪽방촌 주민 : 만지지도 못하고 건드리면 뭐라고 해요. 낮에는 더운데 안 틀어줘요. 주인이 하는 건데 우리가 뭐라고 못 하죠.]
집주인은 전기요금을 탓합니다.
[집주인 : (전기요금을) 5천원 받는 방이 있고 7천원 받는 방이 있고. 최고 받아봐야 8천원 받는데. (전기요금이) 올랐으면 그 대가를 줘야지. 낮에 어떻게 틀어, 못 틀어.]
쪽방마다 매달 고정된 전기요금을 월세에 포함해서 받는데 에어컨을 켜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저소득층 가구는 고지서에 찍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도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큰 쓸모가 없습니다.
고지서는 집주인 앞으로 하나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공짜로 준다 해도 마다하겠단 쪽방촌도 있습니다.
[C씨/쪽방촌 주민 : 전기 용량이 좀 충분해야 하는데 충분하지 못하니까 차단기가 내려가지. 그걸 올렸다 내렸다 아주 안 좋아. 못 하는 거야.]
방들이 붙어 있어 전기 과열로 불이 날까 걱정이 앞섭니다.
[D씨/쪽방촌 주민 : 건물이 너무 낡아서 불날까 봐. 불나면 큰일 나지. 에어컨은 돈 많은 사람이나 쓰지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써.]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쪽방촌의 주민들은 오늘도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