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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규칙 뒤집은 민주당 비대위…안규백 '전격 사퇴'

입력 2022-07-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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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를 맡았던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오늘(5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어제 발표한 전당대회 규칙을 비대위에서 상의없이 뒤집었다는 건데요.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사전에 논의를 했지만 전준위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규칙 변경을 놓고 친명계가 강하게 반발했는데, '룰의 전쟁'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샙니다. 관련 소식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오늘 전당대회 규칙을 의결했습니다. 큰 틀의 변화는 없는데요, 민심 반영 비율을 좀 강화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현행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한다라는 결론을 냈는데 이 부분은 '친명계'의 주장을 들어준 셈이 됐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의결한 전당대회 규칙, 어제까지만 해도 '큰 틀'의 변화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가 어제 밤, 약 10시간 만에 일부를 뒤집으면서, 벌집을 쑤신 격이 됐습니다. '당심과 민심' 중 민심의 반영 비율을 높였다고 소개해 드린 규정이 포함됐는데요. 이 소식에, 안규백 전당대회 준비 위원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이제 곧 전당대회라는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심판이 이탈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안규백/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음성대역) :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로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준위원장으로서 제 역할도 의미를 잃은만큼 전준위원장직을 내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안 위원장만 반발한 건 아닙니다. 심판이 사라지면서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전되는 모양새인데요. 가장 강하게 반발한 건 '친 이재명 계' 의원들이었습니다. 일단 본선 후보를 가리는 예비경선, 즉 컷오프 규정을 문제 삼았는데요. 전대 준비위는 예비경선, 즉 컷오프를 할 때 중앙위가 100% 결정했던 규칙을 중앙위 70%+국민여론조사 30%로 바꿨는데요.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비대위가 다시 원래대로 중앙위 100% 투표로 바꿨습니다. 중앙위는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자체장과 당 중진·고문 등 '당원 중의 당원'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친명계에선 "이렇게 되면 이재명 의원마저 컷오프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이재명 의원도 나와서 얼마든지 컷오프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이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은 권리당원들과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이고 당내에는 철저히 비주류거든요. ]

친이재명 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을 포함한 의원 39명이 이름을 올린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요. 비대위의 결정을 거두고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룰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의원 : 당 혁신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입니다.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가 지속되게 됩니다.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

앞서 민주당에선 컷오프 규칙을 국민의힘과 비교하는 시도가 많았죠. 국민의힘은 당원 50% 대 국민 50%라는 심플한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전대 준비위가 냈던 국민여론조사 30% 룰 보다 더 민심 반영 비율이 큰데요. 친명계 외에도 반발하는 당권 주자가 더 있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음성대역) : 0선 30대 당 대표가 출현할 수 있었던 여당을 따라잡기는 커녕 짬짜미 전당대회와 우리끼리 잔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고 말 것입니다.]

그럼 비대위는 왜 국민여론조사를 다시 빼고 중앙위 100% 결정 룰로 다시 돌아간 걸까요. 인기투표 식 여론조사가 아니라 당 생활을 오래 한 중앙위원들이 정치인들을 보는 눈이 더 변별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KBS광주 '출발 무등의 아침') : 일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럴 경우에 사실은 거의 인기투표, 그러니까 지명도 높은 사람 중심으로 최고위원 후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서.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우리 당 지도부에 꼭 들어가야 하는 그런 좋은 후보들이 배제되는 그런 결과를 낳을 수가 있지요. ]

비대위의 의견에 동의하는 당권 주자도 있었습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의원인데요. 공천 심사 때도 당내 기구가 역할을 하는 점을 예로 들었습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도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이 돼서 뭔가 문제 있는 사람들은 걸러내서 그래도 이 정도 후보는 국민들께 내보낼 수 있다라고 해서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공심위가? 그 역할을 중앙위원회가 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친명계'와는 완전 상반된 의견이죠. 중앙위 100% 결정이면 '이재명 의원도 컷오프 될 수 있다'는 '친명계의 주장엔 강하게 반박했는데 '룰의 전쟁'이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친문 의원한테 유리하다고요? 당에 친문 의원만 있나요? 우리 당을 그렇게 친문 의원이 주도한다고 하면 전대위의 룰이 그렇게 나오지도 않았겠죠.]

비대위가 뒤집은 두 번째 논란의 규칙은 최고위원 선거에 대한 겁니다. 전대 준비위가 의결한 안에선 한 사람이 2명의 최고위원을 뽑을 수 있게 돼 있는데요. 비대위는 그 중 1명은 해당 지역에 소속된 최고위원 후보를 뽑아야 한단 규칙을 신설한 겁니다. 민주당의 대의원과 권리당원들, 수도권을 제외하면 호남 지역에 쏠려있죠. 호남과 수도권 출신 최고위원 후보는 유리하고, 영남과 강원 충청 출신 최고위원 후보들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은 당원의 투표권 제한이자 절차적 민주주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이 포진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있기 때문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우리 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정당으로 갇힐 우려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도부는 권역별 대표자 연합체에 그치게 됩니다.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의 발언도 거칠었습니다. "이상한 제도가 혁신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기괴한 퇴행이다. 비대위의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계파 기득권의 골방에 묶어놓는 패착"이라고 했습니다.

비대위의 취지는 '수도권 정당'을 극복하기 위한 거였다고 하는데요. 다시 한번 당원 분포 지도를 보시면, 호남을 제외하면 수도권 당원의 비율이 높기는 합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 지난 수년간 호남, 충청, 또 영남 출신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입성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여론을 청취해야 할 지도부에 호남, 충청, 영남 출신의 의원들이 진입하지 못한다면 상당히 심각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우려들이 있어서 그러한 제도들을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대패했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수도권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에게 쏠린 이윱니다. 호남만 파란 색으로 섬처럼 남은 점이 눈에 띄는데요. 수년간 '호남당'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던 민주당, 이제는 '수도권 정당'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할 때가 과연 됐나, 싶기는 합니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에선 호남의 투표율 유난히 낮았죠. 호남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를 의식한 거였을까요. 민주연구원에서 낸 지선 평가보고서에선 '호남 유권자의 환멸·균열'을 선거의 패인으로 꼽았는데요. 정작 바로 위 항목에 보면 결과적으론 '도로 호남당'으로 축소·고립'됐단 구절이 있습니다. 정작 호남에서도 이런 규정을 반길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광주, 전라면 광주, 전라 지역에서 출마한 최고위원을 선택하라는 이야기잖아요. 저 이런 건 처음 봤거든요.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나 대의원이 호남이 제일 많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감사한 생각이지만 이것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어요. 어떻게 이런 짓을 해요?]

'비명계'를 포함한 당권 주자들의 반발을 산 규칙도 있었습니다. 본 경선에선 대의원 반영 비율을 줄이고 국민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높였다고 어제 전해드렸죠. 이 국민 여론조사, 국민의힘 지지층을 뺀 국민들의 여론만 반영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었다는 겁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인다는 원래 취지에 맞는 거냐고 했는데요.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국민 여론조사를 우리 민주당 지지층하고 무당층을 상대로만 한다는 거예요. 민심을 반영하고자 했다면 국민 여론조사가 정당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참여하게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아쉬움이 있고요.]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것도 좀 아쉬운 점입니다. 지금은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는 공간도 열어놨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매번, 경기의 규칙이 정해지고 나면 유불리 논쟁이 벌어지긴 하는데 이번엔 비대위가 개입한 셈이 됐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규칙은 내일 당무위에서 최종 논의를 하는데, 당내 거센 반발에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당무위 토론에 열린 마음으로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인데, 규칙에 대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민주 '룰의 전쟁'…친명계 "이재명도 컷오프 될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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