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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뉴스] 변기 옆 '한 끼', 하수구 옆 '쉴 곳'…청소노동자의 휴식

입력 2022-07-02 19:12 수정 2022-07-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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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년 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폭염 속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죠. 그 뒤로, 청소노동자에게 땀을 식힐 제대로 된 휴게실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지금은 어떨까요? 발품뉴스 윤정식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기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2016년 8월) : {왜 여기서 쉬세요?} 쉴 데가 없으니까요.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배고프면 떡도 한 쪽 먹는 자리예요.]

6년 전 공개된 김포국제공항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 사라졌을까요?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한 건물입니다.

남자 화장실 옆 여자 화장실 팻말이 없습니다.

여기는 원래 여자 화장실이었던 곳입니다.

대걸레나 청소도구가 보입니다.

옆칸은 좌변기입니다.

미화원 여사님들은 여기서 끼니를 해결해야 합니다.

옆에 손 씻는 곳 옆에 오늘 드실 간식도 있고요.

뒤도 한 번 볼까요?

반찬거리 멸치도 보이고 아래는 빵이 있는데 옆에는 이게 뭐죠? 세제가 함께 있네요.

[이학금/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장 : {그래도 이런 건 학교에서 제공했나 보네요?} 아니요. 버린 거 주어온 거예요. 화장실에 옷을 벗어놓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죠. 자괴감이 든다고.]

다른 대학을 가봤습니다.

[김영임/인하대학교 청소노동자 : {여기는 휴게실이 어디예요?} 계단 아래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계단 아래 말씀이에요?} 네.]

쪽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선 모양으로 꺾어진 천장이 보입니다.

이제 적응될 만도 한데 연신 머리를 부딪힙니다.

학교 측은 취재진에 휴게실을 더 만들겠다고 했지만 언제까지라고 못 박지는 못했습니다.

쓸고 담고 또 쓸고 청소노동자 고재택씨의 작업장은 광활한 거리입니다.

최대 적은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고재택/광양시 청소노동자 : 어디 들어갈 수도 없고 냄새까지 많이 나니까 내 스스로가 냄새가 나는데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나겠습니까.]

전날 내린 비에 더해 또 오락가락하는 비.

[고재택/광양시 청소노동자 : {지금 땀 엄청 흘리세요.} 벌써 속옷까지 다 젖었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고 씨.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권했습니다.

[고재택/광양시 청소노동자 : {마실 것 좀 사왔어요. 이거 조금만 드시고 하세요.} 아유 고맙게…]

하지만 곧바로 빗자루를 잡습니다.

[고재택/광양시 청소노동자 : {좀 쉬었다 하세요.} 시간 없어요, 바빠요. {휴게실이 복지관이라고 있다던데요.} 저희와 관계없어요. 못 갑니다. {주소를 좀 주세요.} 거기가 광양시 직동길…]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를 쳐봤습니다.

[고재택/광양시 청소노동자 : {아니 진짜 여길 어떻게 가요. 지금 6㎞가 떨어져 있는데} 차로밖에 못 갑니다. {보세요. 6.2㎞ 떨어져 있어요.}]

460여㎢ 면적의 광양시 전체에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실은 단 1곳입니다.

이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광양시 청소노동자 : {안녕하세요.} 예 누구십니까. {JTBC에서 나왔는데요.} {지금 다들 뭐 하시는 거죠?} 잠깐 지금 여기서 쉬고 있는 겁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노동자는 129명.

지친 몸을 잠시 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운동기구에 누운 겁니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마냥 편하진 않습니다.

[정동혁/광양시 청소노동자 : 저는 여기서 좀 손도 좀 씻고 화장실도 좀 보고 커피도 한 잔 먹을 수 있는데 저희 회사 길거리 작업하시는 분들은 여기 아예 올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 서울 을지로5가의 청소노동자 쉼터입니다.

서울에는 이런 비슷한 시설이 496곳입니다.

매일 길에서 폭염 폭우 폭설 같은 상황에 맞서는 이들에겐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청소 노동자들.

공기 같은 이들을 우리가 혹시 유령같이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이희진 / 영상디자인 :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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