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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희롱 가해자들과 같은 교실에…'지옥 같은 50일'

입력 2022-06-28 20:56 수정 2022-06-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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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저희가 취재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1년 간 여학생들을 심각하게 성희롱하고 모욕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수사해 가해 학생 8명이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피해 학생들과 가해 학생들을 50일 가까이 같은 반에 뒀습니다.

조해언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들 13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입니다.

같은 학년 여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욕설이 오고갑니다.

지난 4월, A양을 비롯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이 채팅방에서 오르내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A양 : 동생을 죽이겠다, 부모님은 저를 낳은 죄라도 있는데 동생은 태어나기만 한 게 불쌍하다고…]

[B양 : 반바지 입고 다니는데 '다리 라인 죽인다' 이야기하는데, 저는 걔가 누군지도 모르거든요.]

곧바로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성희롱과 모욕을 당한 두 명은 지금도 등교를 못 하고 있습니다.

다른 8명은 가해 학생들과 계속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자리만 멀리 앉았습니다.

[C양 : (과목 선생님이)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잘 모르시니까 조별활동, 체육활동에서 계속 같은 팀으로 붙여주시는 거예요.]

결국 피해자들이 반을 옮겨야 했습니다.

[D양 : 한 명이 목에 사슬을 감겠다는 언급을 했었는데 그 학생 앞자리에서 시험을 봤어야 했고요. 제가 못 견디겠어서 제가 도망쳤어요.]

피해 학부모들이 거듭 항의했지만, 학교는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폭력이 있었거나 전치 2주 이상의 상해가 있어야 분리 조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D양 어머니 : 사이버 폭력은 폭력이 아니냐 그랬더니 (학교에서) 폭력이 맞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안 된다고…)]

도교육청으로부터 학급 교체는 학습권 침해 소지가 너무 크다는 자문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사건 발생 두 달 만인 어제(27일)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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