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실패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기를 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이 주장. 시가총액 50조 원이 증발해버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이 코인을 만든 권도형 대표의 주장입니다. 폭락 사태 이후 첫 인터뷰를 미국 언론과 한 건데요. 테라 코인이 수직 상승할 수 있었던 건 '1테라=1달러'라는 가치를 기술적으로 유지해주겠다는 권 대표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23일) 인터뷰도 이런 기술 자체가 사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한 걸로 읽힙니다. 하지만, 저희 JTBC는 권 대표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여러 증언과 정황들을 입수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권도형 대표는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 즉 안정적인 가상화폐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가격 균형을 맞추는 기술로, 1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자동 유지할 수 있단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월엔 연이율 20%를 보장하겠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금융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이런 기술을 믿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테라는 한때 세계 3위 스테이블 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가격 유지 약속은 깨졌고 시가는 99.99% 폭락했습니다.
그래도 권 대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기 때문에 사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상황.
그런데 테라 초기 설계를 담당한 내부 관계자들은 JTBC에 좀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권 대표 스스로도 테라의 기술을 믿지 않았단 겁니다.
[A씨/내부 핵심 설계자 : 권도형은 개인적으로 테라를 들고 있지 않았어요. 본인도 본인 시스템을 안 믿은 거지.]
가격 유지 기술 코인으로 홍보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면박을 줬단 주장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형석/전 테라폼랩스 직원 : 솔직히 (테라를)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를 하면 안 되는데. (권 대표에게) '이건 스테이블 코인 아니지 않느냐' 분명히 말했는데. '네가 뭐냐. 너 아이비리그 나왔냐'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또 다른 핵심 설계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대표가 밀어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내부 핵심 설계자 : 그런 걸(반대)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그냥 권도형이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거예요.]
권 대표가 초기부터 기술적 미비를 알고 있었단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JTBC 취재 결과, 검찰도 테라 관계자들을 어제와 오늘 소환해 비슷한 진술을 확보했고, 권 대표에게 사기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권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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