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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군…180도 바뀐 월북 판단, 왜

입력 2022-06-16 18:45 수정 2022-06-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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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국방부가 2020년 9월 22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피살된 공무원 A씨에 대해 "월북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오늘(16일) 내놨습니다. 하지만 사건 당시 국방부는 "정보자산을 통해 확인했다"며 "월북 정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정권에 따라 군 판단도 바뀌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외안구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군…180도 바뀐 월북 판단, 왜
■ 군 "정보자산 통해 월북 정황 확인했다"

피살 사건 사흘 뒤인 2020년 9월 24일, 국방부는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공식 발표 이후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보자산을 공개할 순 없지만 피살된 A씨가 월북을 시도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수집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합참 관계자가 말한 정보자산은 감청 장치로 추정됩니다.
 
2020년 10월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군 관계자와 대화 중인 원인철 합참의장(오른쪽) 2020년 10월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군 관계자와 대화 중인 원인철 합참의장(오른쪽)

그리고 그해 10월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원인철 당시 합참의장은 월북 정황이 포착됐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감청 내용 중)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 단어는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실종된 해역은 "동력이 없을 경우 올라갈 수 없는 조류"라고 했습니다.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기 위한 설명이었던 것입니다. JTBC 취재결과, 사건 당시 우리 군이 정보자산을 통해 확인했던 내용과 이후 수집된 정보 사이에는 판단을 180도 뒤집을 만큼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이제 와 "월북 공식 인정한 적 없다"?

국방부는 오늘(16일) 다시 "사건 발생 당시 우리 군이 A씨가 월북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었다"며 "해경의 수사 결과(월북으로 의심된다는 내용)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밝혔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기자단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기자단 대상 질의응답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으며〉〉라고 표현돼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월북으로 추정됐다고 발표해 혼선을 줬다"고 해놓고, 구두 해명으로는 "군의 입장이 바뀐 적 없다"면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앞뒤 안 맞는 국방부 설명…정권 따라 바뀌나

전후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이 판단을 뒤바꿀 만큼 그 사이 새로운 정보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군의 입장이 180도로 바뀐 것은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공무원 피살 사건 발표와 관련해 유관 기관 간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번 발표를 놓고 군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뀌니 군의 판단도 바뀐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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