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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500원만 올리고도 미안한 '2500원 국밥집'

입력 2022-06-13 20:38 수정 2022-06-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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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낙원동에서 국밥을 파는 주인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 때문에 몇 년을 고민해 왔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국밥 한 그릇 값을 500원 올리면서도, 500원에 한 끼를 망설일지도 모를 손님들 걱정이 앞섭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500원에 담긴 일상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따듯한 국물을 그릇에 담아냅니다.

우거지를 가득 올리고 두부도 한두 조각씩 넣습니다.

[김웅배/경기 용인시 :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네. 저는 여기 천원짜리 때부터 왔어요.]

국밥 한 그릇에 2000원, 7년 전부터 지켜온 가격입니다.

[배훈/서울 방배동 : 45년 됐나. 내가 500원 할 때부터 왔는데 고향의 맛이라고 할까요. 안 먹고 가면 서운해요. 배추, 우거지라 든든해요.]

하지만 연일 솟구치는 고물가에, 이곳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김형진/국밥집 주인 : 쌀값이 4만5천원으로 올랐고. 무는 10㎏에 5천원 하던 게 지금은 1만2천원. 다 2배 이상 올랐어요.]

이달 초 결국 500원을 올렸는데 찾는 사람이 더 늘었습니다.

[이윤석/서울 답십리동 : 2천원 할 때부터 20년 다녔어요. 우리 늙은이들은 오르면 오르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먹는 거죠. 복지관 밥이 4천원으로 올라서…]

오늘(13일) 하루만 500그릇을 손님에게 내줬습니다.

[김형진/국밥집 주인 : 7년 만에 500원 올렸어요. (사는 게 더 힘들어졌는데.) 어렵죠. 어려운데…같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그렇게 살죠.]

국밥 한 그릇에 사연도 많습니다.

[권영희/국밥집 전 주인 : (송해 선생님 때문에 마음이…) 두 달 전에도 오셨는데. 국물에다 밥 조금 잡쉈어. 물가도 다 올랐어. (값을 못 올리는 이유가…) 좋잖아. 함께 먹고살 만하니까.]

가격을 다 올리면, 누군가는 밥 먹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며 오히려 내린 곳도 있습니다.

[전영길/냉면집 주인 : 3천원 하던 거 2천원으로 내렸으니까. 물가 때문에 가격 올리면 어디서 돈 달라고 해서 사 먹는 게 아니라 결국은 굶는 거야.]

40년째 황태해장국을 끓이는 또 다른 국밥집입니다.

[이능재/경기 용인시 : 해장국 한 그릇 주세요. (자주 오세요?) 거의 매일 오거든요. (어디서요?) 용인이요. 싸고 맛있잖아요. 나 숟가락 좀…고맙습니다.]

[박인대/인천 서구 신현동 : 여기 온 지 몇십 년 됐지? 아줌마라고 해. 할머니라고 하면 혼나. 우거지도 먹고 황태도 먹고 다 맛있어요.]

이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김순임/국밥집 주인 : 전쟁 때문에 더 오른 거야. (황태 사들이면서 고민도 많으셨겠어요.) 많지. 러시아에서 생동태로 와요. 그럼 강원도에서 말려요.]

역대급 물가에 값을 더 올릴까 고민했지만,

[김순임/국밥집 주인 : 손님들이 이게 뭐냐고. 올리라고. 먹고도 미안하다고. 천원 더 주고 가는 사람도 있어. (해장국은 원래 얼마였어요?) 그전에 2500원.]

결국 500원만 올렸습니다.

[김순임/국밥집 주인 : 못 올리겠더라고. (왜요?) 먹고사는 게 힘들잖아. 할아버지도 돈이 없고 젊은 사람도 뭐 돈 있겠어요? 사는 거 다 같지. 말하고 웃고. 그래도 행복한 것 같아. 행복해. 손님들 드시는 거 보면 고맙고 좋고… 그렇게 살아요.]

500원. 이 동전에 주인의 10년치 고민과 한 끼 식사를 하는 손님의 일상이 담겼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모두가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웃고 다시 또 일어섭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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