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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권력 재편으로 날개 단 오세훈…김동연 '협치 행보'

입력 2022-06-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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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회의 권력 구도가 여대야소로 재편됐죠. 그간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에 막혔던 오세훈 시장의 시정활동이 탄력을 받을 걸로 보이는데요. 반면 여야 동수로 구성된 경기도의회에서는 협치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김동연 지사 당선인은 국민의힘에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자, 정치부회의 짝꿍 정하기 게임으로 룰렛을 한 번 돌려볼까 합니다. 저야 물론 복 국장의 복심으로서 그 누구보다 복 국장과 짝이 되고 싶지만요. 그런데 룰렛이 생겨 먹은 게 좀 이상합니다. 원판의 90%가 류 실장이고 10%만이 복 국장인데요. 이건 뭐 돌려봤자 90% 확률로 꽝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죠. 이러면 게임을 할 맛이 전혀 안 날 텐데요.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사정이 이와 비슷했습니다. 제10대 서울시의회 구성을 살펴보면요. 민주당의 독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10석 가운데 102석을 쓸어간 건데요. 오 시장으로선 아무리 룰렛을 돌려봤자 민주당만 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짝꿍이 걸리다 보니 계속 다툴 수밖에 없었겠죠.

[채유미/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6월 29일) : 서울시민 세금이 그렇게 만만해요? 오세훈 시장 공약이면 뭐든지 마음먹은 대로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거예요?]

[오세훈/서울시장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6월 29일) : 의원님 오해가 깊으십니다.]

[채유미/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6월 29일) : 오세훈 시장님은 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의회, 서울시 정책과 예산 그리고 조례 등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습니다. 의회의 승인 없이는 시장이 멋대로 시정을 운영할 수 없는 구조인데요. 이러다 보니 오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이 대다수인 시의회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오세훈/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3일) : 제가 110석 서울시의회 중에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 여섯 분 시의원하고 일을 했습니다. 90% 이상이 민주당 시의원들이었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짐작이 가세요? (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오 시장이 추진했던 역점 사업이죠. '안심소득'과 '서울런' 등 복지·교육 사업인데요. 이런 사업들은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치거나 아예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김경/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화면제공 :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11월 16일) : (서울런에) 가입한 학생의 20%만 온라인 멘토링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KT가 많은 돈을 가져갑니까?]

[오세훈/서울시장 (화면제공 :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11월 16일) :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시기보다는 이 사업이 가질 수 있는 교육목적이 결국 달성되는지를 놓고 평가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 시장,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태클에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영화 '광해' : 경의 뜻대로 하시오.]

나중엔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죠. 시정질문 도중 오 시장이 발언권을 얻지 못해 항의하다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오세훈/서울시장 (화면제공 : 서울특별시의회 (2021년 9월 3일) : 마이크 좀 켜주십시오. (다음 기회에 하시죠.)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고 마무리를 하고 내려가십니까. (아니 이게 지금 무엇이 두려워서라니요. 시장님 들어가시죠.) 저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네, 들어가시죠.) 저 퇴장하겠습니다.]

[영화 '광해' :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들!]

하지만 이제 당분간은 이런 광경을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서울시의회의 과반을 국민의힘이 가져가게 된 건데요. 선거 운동 기간 오 시장의 절규에 가까운 하소연이 통했던 걸까요?

[오세훈/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3일) : 무조건 반대하는 데는 이길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형편으로 1년 동안 하자니까 제가 속이 숯검정이 됐어요. 제가 옛날에 얼굴이 좀 잘생겼었는데 폭삭 늙었잖아요. 아직 쓸 만해요? (네.) 계속 쓸 만하게 만들어주실 거예요? (네.)]

제11대 서울시의회, 총 112석 가운데 76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죠. 민주당은 36석에 그쳤는데요. 9:1 룰렛에서 3:7 룰렛으로 구도가 변한 셈입니다. 시의회 권력 구도가 재편되면서 오 시장도 시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오 시장은 숙원 과제 중 하나인 TBS 개편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이 역시 지난 임기 때는 시의회에 번번이 막혔는데요.

[경만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7월 1일) : 그게 지금 벌써 시장의 편향적인 언론관 아닐까요?]

[오세훈/서울시장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7월 1일) : 세간에서 TBS가 특히 지금 의원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특정 방송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매우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시사 프로그램이다라고 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김종무/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화면제공: 서울특별시의회 / 지난해 11월 16일) : 최근 시장과 갈등을 빚어온 TBS 예산은 무려 123억 원이나 삭감되었습니다. 애써 부인해 보아도 보복성 예산 삭감이고 언론 재갈 물리기로 보여집니다.]

오 시장도 물러서지 않았죠. 선거 운동 기간에도 정치 편향성 등을 이유로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왔는데요. 어제는 한 방송에서 앞으로 TBS 개편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식 예고했습니다.

[오세훈/서울시장 (유튜브 'MBN news' / 어제) : 교육방송뿐만 아니라 앞으로 점차 중요해지는 인생 이모작, 재교육, 또 교양 굉장히 많이 필요하거든요, 앞으로. 그래서 또 문화 예술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춰서 방송 기능을 다변화하자 이런 아이디어도 있고요. 아마 굉장히 복합적인 논의가 앞으로 이뤄질 걸로 예측을 합니다.]

다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TBS 노조 등 내부 반발이 거센데요. 오 시장이 편파 진행자로 지목했던 방송인 김어준 씨는 방송에서 공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김어준/방송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 3일) : 그냥 저만 퇴출시키면 되지 무슨 억지스럽게 교육방송입니까. 오세훈 시장 스타일이 그래요. 자신의 진짜 의도에 그럴듯한 포장지를 잘 씌우거든요.]

과거의 오 시장보단 낫지만 현재의 오 시장보다는 불리한 환경에 처한 광역단체장도 있죠.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인데요. 김 당선인은 5:5 룰렛을 손에 쥐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도의회 사상 최초로 의석수를 각각 78석씩 확보했는데요. 정확히 동률입니다. 도의회 역사상 거대 양당이 똑같이 의석수를 나눠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김 당선인으로선 협치 가 아닌 이상 답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김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띄운 곡, 바로 이 노래입니다.

김 당선인, 어제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직접 방문했는데요. 당선인이 상대 당의 본거지를 직접 방문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죠.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협치를 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인데요.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인 김성원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김동연/경기지사 당선인 (어제) : 경기도와 경기도민을 위하는 길에 여와 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념과 진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경기도의 발전과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함께 협조하고 협치하자는 말씀드렸고…]

김 당선인은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추천 인사를 포함하겠다는 뜻도 전했는데요. 무엇보다 협치를 위한 공약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동연/경기지사 당선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공약 중에서도 함께 낸 공통 공약은 말할 것도 없고 저희가 낸 게 아니지만 국민의힘이나 심지어는 정의당에서 낸 공약 중에서도 우리 도민들을 위한 거라면 저희가 같이 포함시켜서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해서 협치를 위한 공약추진특별위원회를 제가 인수위 안에다가 구성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김 당선인,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기 식구에게는 엄격한 타입인가 봅니다. 민주당에는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당선 이튿날부터 이런 쓴소리를 내놨었죠.

[영화 '킹메이커' : 이 서창대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쇼? 졌지만 잘 싸웠다.]

경기도를 지켜냈다고 해서 '졌잘싸'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 건데요.

[김동연/경기지사 당선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일) : (김동연 후보의 이 드라마틱한 승리가 당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거는 잘못된 생각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거예요.]

김 당선인은 반성만으로는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환골탈태에 가까운 개혁을 감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김동연/경기지사 당선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우선 뭐 아주 냉혹한 또 진정 어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성찰을 좀 하면서 개혁과 변화에 대해서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 내려놓고 바뀌겠다고 하는 그런 아주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다시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 당선인, 협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자, 오늘은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인 2명의 소식을 다뤄봤는데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2천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삶을 이끌어갈 리더이기도 하죠. 부디 둘 모두 현명한 시정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시의회 권력 재편으로 날개 단 오세훈…협치에 올인한 김동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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