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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입력 2022-06-06 09:00 수정 2022-06-06 09:1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4)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리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의 핵심, 균형

재생에너지 '간헐성' 해결,
합리적인 '발전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ESS나 양수발전, P2G도 좋지만
재생에너지 간의 균형 찾아야

'천차만별' 지역별 전력 자립도
최저 1.8%에서 최고 241.7%까지
지역 차원의 균형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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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4)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리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의 핵심, 균형

재생에너지 '간헐성' 해결,
합리적인 '발전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ESS나 양수발전, P2G도 좋지만
재생에너지 간의 균형 찾아야

'천차만별' 지역별 전력 자립도
최저 1.8%에서 최고 241.7%까지
지역 차원의 균형도 중요

3주간에 걸친 에너지전환 이면의 중요한 요소들 살펴보기, 마지막 순서입니다.

첫 순서에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살펴봤습니다. 에너지의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힐 만큼 열악한 가운데 혼돈의 국제 정세 속 각종 에너지원의 가격이 치솟고 있죠. 석유, LNG뿐만 아니라 우라늄의 가격 역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혼돈의 극단화로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급의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나라들의 상황도 제각각입니다. 당장 전쟁 중이거나 내정이 불안한 나라도 있죠. 여기에, 우리가 수입하는 에너지원의 90%는 G2를 비롯해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혼돈의 바다, 남중국해를 거쳐 들어옵니다. 우리가 자원을 의존하는 나라, 그 자원을 들여오는 항로 모두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이어 두 번째 순서에선 국내 전력망 차원에서의 발전원별 비중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새로운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간헐성'을 이유로 반대하곤 했습니다. 햇빛이 있을 때만,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이 가능한데, 어떻게 주력 발전원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간헐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쪽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경직성 전원', 원전이었습니다.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365일을 들여다봤을 때, 전력 수요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죠. 모두가 잠든 시간, 전력수요는 최저점을 기록하고, 퇴근 시간을 앞둔 오후, 최고점을 기록합니다. 시시각각, 최대 2~3만MW나 차이 나는 요동치는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발전원의 '유연성'이 필수입니다. 경직성 전원이 설 자리가 그리 크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우리가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할 때,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균형'입니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육하원칙 가운데 3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어떤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고,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바로, 균형입니다. 당장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다른 측면에서의 균형과 안정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주엔 바로, 이 균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_사이에서의_균형
최근 10년간 상당한 양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설치됐습니다. 선진국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속도지만 말이죠. 그런데, 그간의 보급된 발전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태양광에 집중됐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수력발전의 경우 10년 새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풍력 역시 태양광과 함께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꼽히는 것과 달리 설비는 크게 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용량을 갖고서 각각의 에너지원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만들어낸 것은 태양광발전이었습니다. 19.3TWh를 발전했습니다. 그해 풍력 발전량의 6배를 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이를 보고 “풍력 말고 태양광에만 집중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태양광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하기엔 그 근거가 부족합니다. 발전설비가 압도적으로 많이 설치된 만큼, 거기서 만들어진 전기 역시 많을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그래서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이 발전소들의 용량당 발전량을 살펴봤습니다. 1GW라는 같은 용량에서, 어떤 발전원이 가장 많은 전기를 만들어냈다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그 결과, 기존의 단순 발전량 순위는 뒤집혔습니다. 가장 많은 전기를 만들어낸 것은 연료전지였습니다. 무려 5.76TWh나 됩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연료전지 발전시설의 용량이 600MW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발전량에선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만, 다른 신재생에너지원 대비 압도적인 발전효율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풍력과 태양광은 어땠을까요. 동일한 규모의 발전소라 할지라도, 1GW 용량에서 실제 1년간 만들어진 전기는 풍력이 1.91TWh, 태양광은 1.11TWh였습니다. 수력발전의 경우에도, 용량 대비 발전량 측면에선 태양광과 풍력보다 더 높은 효율을 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전국 각지 발전시설의 이용률을 살펴봤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태양광 발전시설 이용률은 평균 14.2%였습니다. 같은 시기임에도 지역에 따라 이용률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울산은 15.2%로 가장 높았고, 대전은 12.7%로 가장 낮았죠. 풍력의 경우, 전국 8개 광역시도의 평균 이용률은 17.8%였습니다. 평균 이용률 자체는 태양광보다 높았습니다만, 지역별 편차 역시 더 컸습니다. 경북과 강원의 경우 각각 24.8%, 23.7%로 매우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인천과 경기는 9.1%와 10%로 낮았습니다. 지금처럼 재생에너지 비중 전반이 낮은 상황에선 어떤 종류든 일단 발전 시설을 곳곳에 늘려나가는 일이 시급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각 지역의 특성과 발전원별 특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세우는 일은 에너지 자립으로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데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일 겁니다.

'태양광이 대세래'라며 우르르, 반대로 '풍력이 대세래'라며 우르르… 모두 피해야 할 일입니다.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에 있어 발전부문의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러한 균형과 조화인 이유입니다. 발전원별 특성을 감안해 각각이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발전용량당 발전량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 확인된 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R&D 지원 부족이나 과도한 규제, 산학 협력에 있어서의 공백, 거버넌스 부재 등 문제점은 없는지 신속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광과 풍력에 이어 해외에 패권을 뺏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역별_전력수급의_균형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또 다른 균형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바로 '지역간 균형'입니다. 오늘날 글로벌 에너지전환이 지향하는 방향은 '분산형'으로의 전환입니다. 그러려면 지역별로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 또, 얼마나 많이 전기를 만드는지 살펴봐야겠죠. 먼저 2020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별 전력 소비량을 들여다봤습니다. 경기도의 전력 소비량은 무려 12만 4689GWh로, 다른 16개 지자체와 비교가 어려울 만큼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전국서 전력 소비량이 가장 적은 세종(3393GWh)의 37배에 달할 정도입니다. 2위는 5만 423GWh의 충남이었습니다. 서울(4만 5788GWh), 경북(4만 1002GWh)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생산량은 어떨까요. 그해 전국 각 지역별 전력 사용량과 생산량을 분석해 '전력 자립도'를 계산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지역별 전력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결과를 숫자와 색으로 나타내봤습니다. 전국에서 전력 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는 대전(1.8%)이었습니다. 대전에서 쓰는 전기 중 98.2%를 타 지역으로부터 공급받는 것이죠. 대전 외에도 광주(7.1%), 충북(8.3%) 역시 자립도는 1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자체적으로 쓰는 전력의 배 이상을 만드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전국 자립도 최고 수준인 241.7%의 인천뿐만 아니라 충남(226.3%), 경북(209.4%)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금껏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전소 소재지는 혜택을 입는 것보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석탄을 들여오고, 냉각수를 공급받는 등 여러 이유로 풍경 좋은 바닷가는 통제구역이 됐습니다. 제아무리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졌다고는 하지만, 매일같이 석탄을 떼는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대기질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의 부실시공, 방사성 물질 유출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지역 주민의 눈에 직접 보이진 않지만 커다란 불안함을 안기고 맙니다. 반면 넓은 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선 발전소 하나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편리하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었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그나마 조금씩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역별 전력 자립도 역시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자립도가 낮았던 서울의 경우, 2018년 1.34%에 불과했던 자립도는 2020년 11.87%로 거의 10배가 됐습니다. 울산도 2018년 61%였던 자립도가 2020년엔 90% 가까이로 늘어났죠. 반면, 인천과 충남, 경남 등 '다른 지역을 위한 전기를 만들던 곳'으로 꼽혔던 지역의 부담은 줄었습니다. 2018년 252.5%였던 인천의 자립도는 2020년 241.7%로 줄었습니다. 충남도 2018년 249.2%에서 2020년 227.29%로 줄어들었고, 경남은 151.29%에서 103.71%로 줄었습니다.

지역별 전력 자립도를 고르게 만드는 일은 공정과 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일입니다. 전기는 전선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력 손실은 크게 송변전손실과 배전손실로 구분됩니다. 지난 2020년, 발전하고서도 손실로 사라진 전력만도 18.61TWh에 달합니다. 한 해 동안 전국의 모든 태양광 발전시설이 발전한 전력에 맞먹을 정도가 송변전, 배전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죠. 자립도를 높이면, 이렇게 '까먹는 전기'를 아낄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_새로운_것들과의_균형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됨에 따라 전력망은 발전소만의 것도, 전기만의 것도 아닌 것이 됐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것은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낮엔, 혹은 바람이 거셀 때엔, 수요를 훨씬 상회할 만큼 발전이 이뤄지기도 하죠. 그러한 잉여전력은 '전기'라는 형태로 배터리에 담을 수도 있지만, 다른 형태로 전환해 보관 또는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P2X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전력(Power)을 수소와 같은 가스의 형태로도, 열로도 변환할 수 있죠.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때 이를 다시 전기로 변환해 꺼내 쓸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오늘날 양수발전이 잉여전력을 이용해 물을 끌어올려 위치에너지로 변환했다가 추후 전력망에 공급이 부족할 때 물을 흘려보내며 위치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지금도 여러 산업분야에 쓰이고 있지만 앞으론 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 그 자체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력망과 가스망은 지금처럼 완전히 '남남'처럼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죠.

V2G 역시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V2L(Vehicle to Load)이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전기차가 충전한 전기를 '굴러가는 데'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이동형 전원처럼 온갖 전자제품을 가동시키는 데에도 쓸 수 있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V2G(Vehicle to Grid)는 그 개념이 좀 더 방대합니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비단 내 개인 전자제품을 가동하는 데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전력망에 공급하는 데에 쓰는 것이죠.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전력수요가 줄어든 밤사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낮 시간 전력수요가 늘어날 땐 그 전기를 다시 망에 공급해주는 일. 이는, 그리드와 전기차 이용자 모두에게 '윈-윈'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력 수급 곡선의 들쭉날쭉함을 좀 더 평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전력 공급자의 입장에선, 시민 개개인이 ESS의 역할을 해줌으로써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요. 전기차 이용자의 입장에선, 저렴한 심야 전력으로 충전한 후 수요 피크 시간대에 전력을 판매하면 차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깟_전기차라_부르기엔_커다란_전기차의_잠재성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그깟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에 담긴 배터리의 용량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서울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255kWh 가량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70~100kWh에 달합니다. 한 가구가 최소 1주일, 길게는 2주 가까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정도의 전력을 불과 30~40분, 길게는 1~2시간 사이에 충전하고 있고요.

전기차로의 전환은 곧, 이러한 대용량 배터리가 가가호호 놓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ESS로의 가치가 충분한 상태인데, 여기에 V2G의 대상이 되는 자동차의 수가 늘어난다… 전기차가 미래 그리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이러한 개념 때문일까요.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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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뿐만 아니라 가정용 태양광 패널과 ESS, 그리고 상업용 수준의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까지 모두 만들어 판매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야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지만, 해외에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명왕 혹은 괴짜인 CEO의 창의성과 독창성 덕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차는 테슬라 이전에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감쪽같다”며 소개한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능성과 심미성 모두를 다 갖춘, 그저 평범한 지붕 마감재처럼 보이는 패널 역시 이미 존재합니다. 그렇게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파워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가 먼저 했고, 일부 더 나은 기술력이 있음에도 국내에선 이를 한데 엮는 시도가 이뤄지지 못했던 겁니다.

왜 못 했을까요. 그저 개별 기업만의 책임일까요. 경영진이 불과 몇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탓일까요. “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아”, “무슨 전기차로 그리드에 전기를 공급해” 등등.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그저 이러한 변화를 '치기 어린 시도'로 바라본 우리 모두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각국이 눈에 보일 만큼의 성과를 낼 2030년, 그리고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할 2050년,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 빈국일 겁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들로 인해 요동치는 자원가격의 파도에 계속해서 휩쓸릴 테고요. 결국 그러고 나서야 뒤늦게 에너지전환에 동참한다면, 태양광은 중국산, 풍력은 미국산, 연료전지는 유럽산… 우리의 몫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하)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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