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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입력 2022-05-30 09:00 수정 2022-05-30 09:0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3)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리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전환

탈석탄, 석탄발전소만 줄이면 끝?
생각보다 많은 '또 다른 석탄 수요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만 문제?
원자력발전의 '경직성' 역시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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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3)

"석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리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전환

탈석탄, 석탄발전소만 줄이면 끝?
생각보다 많은 '또 다른 석탄 수요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만 문제?
원자력발전의 '경직성' 역시 복병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에너지전환의 이면을 살펴봅니다. 기후변화를 부른 것은 우리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입니다. IPCC는 '자연적으로 기온은 오르기도, 떨어지기도 한다'며 '기후변화는 허구'라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내놨습니다. 그 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은 1.09도 올랐다. 우리 인간의 활동뿐 아니라 태양이나 화산활동 등 자연적인 요인 등 기온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양하다. 각각이 기온 변동에 미친 영향을 나눠봤을 때, 지금의 기온 상승은 오롯이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평균기온을 약 1.5도 높여놨다. 반대로, 햇빛의 도달을 막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등 인간의 행위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약 0.4도 떨어뜨렸다.”

이처럼 지구를 달군 것은 온실가스였고, 그러한 온실가스 가운데 90% 가까운 책임이 있는 것은 '에너지'입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에너지로 인한 배출량이 87.19%에 달하죠. 에너지전환을 두고 '이것은 환경 문제야' 혹은 '이것은 경제나 산업의 문제야'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에너지전환_발전소만_바꾸면_끝날까
에너지전환에 있어 '첫발'은 내딛어진 상태입니다. 탈석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물론, 그 공감대는 온난화뿐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커진 것도 있지만요. 그런데 '탈석탄'이라는 것은 그저 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수입된 석탄의 양은 1억 2600만톤가량입니다. 이 중 대부분이 유연탄과 무연탄이고요. 무연탄의 경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연탄'에 주로 쓰입니다. 그리고 1억톤 넘는 유연탄이 발전과 제조업 등에 쓰이죠. 전체 유연탄 소비량 가운데 제철이나 제강업의 비중은 35%에 달합니다. 아무리 발전에 쓰이는 석탄의 양이 많다고 하더라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탈석탄'이라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발전용 석탄 소비량은 지난 2018년 9만 764톤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 6만 9772톤으로 급감했습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하는 상한 제약 등으로 발전소 가동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감소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제철 및 제강 업종의 소비량은 2018년 3만 8923톤에서 2019년 3만 9549톤으로 늘어난 후 2020년 3만 7740톤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경제 침체가 심각했고, 관련 업종의 생산량 역시 줄어들었던 것에 비춰보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라기 보다 '일시적인 감소'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정부와 시민사회 곳곳에서 강력한 '탈석탄'의 외침이 있는 것에 비해 이들 업계의 탈석탄은 요원해 보입니다. 2021년 기준, 글로벌 철강 생산량 10위 기업 가운데 스페인 아르셀로미탈과 중국 HBIS, 네덜란드 타타 스틸, 독일 티센크루프는 세부적인 수소환원제철 로드맵에 따라 파일럿 생산을 마쳤거나 계획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는 이제 막 수소환원제철에 관한 R&D를 시작한 상태고요. 탈석탄이라는 에너지전환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는 하나, 그 걸음이 아직 완성되진 못한 겁니다.

#발전만큼_혹은_발전보다_더_중요한_것은?
에너지전환의 또 다른 걸음은 바로 '공급망의 변화'입니다. 에너지원을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것으로 바꾸고, 전기 역시 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원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전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있어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하는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앞선 연재들에서 전력 공급을 종종 '수도관'에 빗대어 설명해 드린 바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계절에 따라서도 물을 쓰는 양은 달라집니다. 그럼 '안정적인 물의 공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종일 충분한 물을 계속해서 공급한다'고 했을 땐 심각한 낭비가 불가피합니다. 한번 수도관을 타고 보내진 물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니까요. 또, 물을 쓰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해서 많은 양의 물이 수도관으로 보내지는 사이, 수도관의 압력이 커져 파손될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한 손실은 모두 수도요금에 반영되겠죠. 그럼, 그러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무조건 최저 수요에 맞춰 공급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작 많은 이들이 물을 필요로 하는 시간, 수도꼭지를 아무리 열어도 물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작스레 초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기온이 치솟았던 지난 4월 25일, 국내 전력 수요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새벽 3~4시 무렵, 전력수요는 5만MW까지 떨어졌습니다. 우리가 깨어나는 시간에 맞춰 점차 전력 수요는 늘어났고, 오후 5시 무렵, 최고 7만MW의 전력 수요가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시시각각 요동치는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것, 그 와중에 혹시 모를 변동성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여유분을 확보하는 것이 전력 공급의 핵심입니다.

그저 '화수분'처럼, 꽂으면 나오는 것이 전기라고 생각될 만큼 우리는 편리하게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만(물론, 요금 명세서를 받아들고 겁도, 화도 나는 날도 있습니다만), 이 전기를 만들고, 보내는 입장에선 시시각각 엄청난 고민과 조율을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기상예보 등을 참고한 수요 예측과 상세한 실시간 수요 모니터링 등도 이뤄집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그날 우리나라의 발전소들은 얼마나 바빴을까요. 시시각각 달라진 발전원별 발전량을 30분 단위로 살펴봤습니다. 가장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양수발전입니다. 하루를 시작한 후 초반 12시간 동안, 양수발전은 전기를 만드는 역할이 아닌 '모아두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낮부터는 그렇게 모아뒀던 전기를 다시 내보냈고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0시부터 자정까지 꾸준히 전력 공급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아침~낮 사이 발전량은 크게 증가했는데요, 가장 발전량이 많았을 때, 전체 전력공급량에서 10%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발전량을 줄였다 늘렸다, 가장 바쁘게 움직인 것은 LNG 발전이었습니다. 가장 적게 전기를 만들 땐 1.2만MW, 가장 바쁠 땐 2.5만MW까지 시시각각 발전량을 조절해왔죠. 반대로 0시부터 자정까지 발전량이 일정했던 발전원도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입니다. 발전량의 변동 폭은 0.3% 미만이었습니다. 모두가 제 역할에 바빴던 이 날, 원전의 발전비중은 약 31%, 신재생에너지는 7%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전체 발전량 그래프에선 얼핏 일정해 보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지만, 이것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특유의 큰 변동이 드러납니다. 바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특징입니다. 시간에 따라 최소 2960MW에서 최대 6176MW까지, 발전량이 2배 넘게 차이 날 정도입니다. 일출 이후 발전량이 많아지기 시작해 해가 넘어감에 따라 발전량 역시 줄어드는 것이죠. 앞서 LNG의 경우,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전량을 조절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력수요 역시, 발전량 증가와 함께 늘어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헐성을 대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모습이 목격됩니다. 간헐성에 맞춰 ESS(에너지저장시스템)나 P2G(Power to Gas,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보관하는 것), 양수발전 등 여러 보완책을 발전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간헐성 때문에 다른 발전원을 주력 발전원으로 해야 한다는 곳이 있기도 하죠. 그 '다른 발전원'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체 발전원 가운데 유일하게 '종일 발전량이 일정한 발전원', 바로 원전입니다.

#간헐성_그리고_경직성
원전의 발전량이 일정한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발전 특성상, 마치 음량 조작하듯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원전은 '경직성 전원'이라 불립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요에 발맞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려면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원전의 '경직성'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도.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 측면에선 모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적은 지금의 상황에선 원전의 경직성이 큰 문제 요소가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장 효율적이고도 경제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연료비가 저렴한 순서로 발전합니다. 이를 '경제급전'이라 부릅니다. 우라늄은 LNG나 석탄에 비해가격 측면의 우위에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처럼 그래프의 가장 아래에서 '기저전원'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연료비가 없는 햇빛과 바람으로 발전하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에서 조금씩 늘어나게 되면, 원전의 이러한 경직성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요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기저전원'의 발전량에 맞춰 출력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 20%가 이러한 경직성의 문제가 가시화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목표와 비슷합니다. 기존에는 원전이 '가능한 최대로' 발전해왔다면, 이때부턴 '상황을 봐서' 가동률을 미리 조절해놔야 하는 것이죠. 시시각각 출력 조절이 안 되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 사이의 갭이 가장 적을 때를 기준으로 출력을 정하는 겁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는 가을-겨울철, 석탄화력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하는 것을 '상한 제약'이라고 부른다면, 인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하는 것은 '출력 감발'이라 부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환경 문제? 경제 문제? 아니면 안보 문제? (중)
지난 2020년, 영국에선 실제로 5개월간 출력감발이 진행됐습니다. 그해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0%를 넘었습니다. 기저전원인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늘자 영국 내 최대 규모 원전인 1.2GW급 사이즈웰B 원전의 출력을 절반으로 줄여 운영한 것이죠.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 1기를 아예 정지할 때, 하루 10억에서 1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당시 영국에선 5개월간 50% 출력 감발로 인한 손실이 7300만파운드(한화 약 12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전의 출력 감발은 곧 원전의 경제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본래 지어진 용량만큼 발전하지 못한다면, 발전사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전력수급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점차 발전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한다고 했을 때, 원전의 확대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수원은 원전 외에 수력과 양수발전 역시 담당한다. (자료: 한수원 홈페이지)'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수원은 원전 외에 수력과 양수발전 역시 담당한다. (자료: 한수원 홈페이지)
물론, 재생에너지의 확대, 출력 감발의 위험 속에서도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적재적소, 정확한 타이밍에 충전과 방전을 이어가는 양수 발전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의 몫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패턴의 변화와 무탄소 전원에 대한 수요 증대는 다시금 수력 발전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죠. 이 역시 한국수력원자력의 몫입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선, 이처럼 이면에 있는 부분들 역시 눈여겨봐야 합니다.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육하원칙 가운데 3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어떤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고,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바로, 균형입니다. 당장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다른 측면에서의 균형과 안정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선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보다 상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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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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