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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의 역사로 본 바이러스의 생존전략

입력 2022-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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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의 역사로 본 바이러스의 생존전략
#“코로나가 끝이 아니다”-인류 위협하는 인수공통 감염병②

인수공통감염병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였습니다. 기원 이래 수많은 인류를 희생시킨 팬데믹인 '흑사병'과 '스페인독감', '홍역'이 인수공통감염병이고 1980년대 등장 이후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에이즈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희생자가 나온 메르스와 이번 코로나19 역시 동물로부터 유래됐습니다.

인수공통 감염병이 모든 전염병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과언이 아닌 이유입니다. 수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1977년 마지막 발병을 끝으로 더 이상 자연발병 사례가 없는 천연두처럼 인간만이 걸리는 감염병이라면 박멸이 가능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병은 그 제어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동물을 없애지 않는 한 완전히 근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수공통감염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의 경우 발병빈도가 높은 데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이마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더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바이러스는 생물종들 사이 장벽을 넘어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역사로 본 바이러스의 생존전략
지속적인 변이 전략으로 다양한 숙주에 감염될 수 있도록 종간 장벽(spillover)을 넘나드는 겁니다. 설치류나 새, 박쥐, 침팬지 등에서 인간으로, 종에서 종으로 개체를 옮겨 다니며 변이를 일으키며 호시탐탐 언제든 대유행을 일으킬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계속 출현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 야생동물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과 가까운 동물인 개에게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어서 사람이 물리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1998년과 1999년 동남아시아에서 속출했던 뇌염 환자는 돼지에게서 유래된 니파바이러스(Nipah virus)가 원인이었습니다. 닭과 오리를 포함한 새는 스페인독감에서 유래한 뒤 새에게 건너갔다 다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를, 말은 급성 호흡기와 발열 증상을 일으키고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헨드라 바이러스(Hendra virus)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60% 이상은 동물에서 유래됐고 현재도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 종에 이릅니다.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은 산업화 이후 점점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이 더 늘어남에 따라 확산위험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역사로 본 바이러스의 생존전략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과, 국제 보건과학·안전연구센터 등은 네이처지를 통해 2070년까지 최소 1만5,000가지의 새로운 이종 간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결국 인수공통감염병은 언제든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기존의 질병들은 '위험 하니까 조심하자'라고 경계할 수 있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대부분은 문제가 됐던 바이러스가 아닌 동물에서 유래해 예기치 못한 큰 문제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원조인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2002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기껏해야 감기 증상만 일으켰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지만, 기존에 이미 빈번하게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였던 겁니다.

결국 바이러스 대비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모든 바이러스에 대해 빠짐없이 연구해야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자연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정체가 불분명합니다.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병원성 바이러스를 포함해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또 다른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첫발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동물계 바이러스…제2, 제3의 코로나19 후보는?"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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