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하는' 농구 감독의 분노, 부조리한 미국 정치에 쓴소리
처음부터 농구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지금 농구가 중요하냐고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곤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21명이 죽어 나간 총격 사건 이야기만 했습니다. 미 상원에서 총기규제 법안을 2년 넘게 묵히고 있는 현실, 정치권의 권력 지키기를 매섭게 꼬집습니다. 이제 침묵해선 안 된다면서.
스티브 커(57). 골든스테이트 감독입니다. 1990년대 후반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불스의 전성시대, 당시 중요한 순간 3점슛을 꽂아넣던 선수였죠. 그 역시 1980년대 초반 레바논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총격에 아버지를 잃었던 상처가 있습니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25일(한국시간) 댈러스와 NBA 서부 콘퍼러슨 결승 4차전을 앞두고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 사고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사진=기자회견 영상 캡처) 이 인터뷰를 하고 치른 NBA 서부 콘퍼런스 결승 4차전, 이날 골든스테이트는 댈러스에 졌습니다. 그래도 스티브 커의 울분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울림도 컸습니다. 전세계가 이 인터뷰 내용을 전했습니다.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당당한 외침이었기에. 스티브 커는 이기고 지는 문제만 생각하는 '감독'이 아닌 세상의 문제에 정면승부를 거는 '사람'으로 기억됐습니다.
3분 정도 이어진 스티브 커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구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6시간 동안 우리 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같은 방식으로 경기할 겁니다. 농구에 관한 질문들은 중요치 않습니다. 400마일(644km) 떨어진 곳에서 14명의 어린이와 그 선생님이 살해당했습니다. 지난 10일간 버펄로 슈퍼마켓에서는 흑인 노인이, 남부 캘리포니아 교회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이제는 텍사스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행동할 건가요? 나는 지칩니다. 이런 자리에서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말을 전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 지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이런 침묵이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지금도 50명의 상원 의원이 총기 규제법안을 거부하고 있고, 하원에서 넘어온 그 법안을 2년 넘게 묵히고 있습니다. 2년이나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이유는 '권력' 때문일 겁니다. 폭력, 교내 총기 난사, 슈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거부했던 의원님들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우리 아이들과 노인들의 삶보다 권력에 대한 스스로의 욕망이 더 중요합니까? 지금껏 해온 모습이 그렇습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합니다. 난 충분히 지쳤어요. 우리는 오늘 밤에도 경기에 나설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모든 분, 이 얘기를 듣고 계신 모든 분, 여러분의 자녀나 손자, 어머니나 아버지, 형제자매와 여러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우린 무감각할 수 없습니다. 결코 여기서 가만히 앉아 침묵의 시간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인턴기자 성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