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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내모는 '5·18 트라우마'…자식들에게도 대물림

입력 2022-05-18 19:41 수정 2022-05-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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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여러 피해자들을 더 만나봤습니다. 그날의 트라우마는 처음엔 육체적인 고통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번졌습니다. 결국엔 사회생활이 어렵게 되면서 심각한 빈곤의 늪에 빠지는 양상이 보였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트라우마가 자식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는 겁니다.

계속해서 오승렬 피디입니다.

[기자]

5·18 피해자 김춘국 씨는 40년 넘게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춘국/5·18 유공자 :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안 와.) (잠이 들면) 이제 악몽이 진짜 악몽이 와버려. 막 누구한테 쫓기고 누구한테 두드려 맞는 거.]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봤습니다.

잠을 자야 할 시간이지만 전등을 끄지 못했고,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니, 갑자기 세수를 합니다.

[김명희/경상대 교수 :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어떤 2차 가해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수면장애라든가, 정서불안이라든가, 또는 공황이라든가 또는 정체성의 불안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겪게 됩니다.)]

파괴된 일상 탓에 직장에서도 순탄치 못했고, 결국 빈곤의 굴레에 빠졌습니다.

[김춘국/5·18 유공자 : 지금 내가 이렇게 있어도 지금 이게 사는 겁니까? 이게 죽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버틴 거죠.)]

정부의 때늦은 보상도 악순환을 끊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명희/경상대 교수 : 피해에 대한 보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작은 액수일 수밖에 없고, 보상받았으니까 어떤 다 해결된 거 아니냐, 그리고 특권을 입은 거 아니냐라고 하는 그런 사회적인 어떤 낙인이…]

무너진 가정은 어린 자식들에게도 아픔을 남겼습니다.

'폭도', '간첩' 낙인까지 대물림됐습니다.

[김동명/고 김영철 씨 아들 : 제가 이제 군대를 갔는데 그때 아버지가 간첩이었잖아요. 나보고 이제 폭도 자식이라, 불순분자라고 간첩 자식이라고 하면서 못 잡아서 안달이죠.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내가 여기 군대까지 와가지고 이렇게 당해야 되나.]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의뢰한 연구 결과 5·18 피해자들은 폭력적 성격 변화, 음주나 약물 문제, 정신적 질병 등을 겪고 있습니다.

5·18 유가족 중 심각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 비율은 약 40%.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자식 세대의 트라우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이 트라우마 후유증을 수치화했더니, 피해자의 부인과 형제 등 1세대는 3.33점, 자식들인 2세대도 3.17점에 달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3년 가까운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에도 발포 명령과 암매장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진실은 없었습니다.

(VJ : 김민재 / 영상디자인 : 김관후 / 영상그래픽 : 김지혜·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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